입력 : 2014.03.28 05:19
[최근 4년간 年 8% 성장… 휴대폰 보급률 55%]
대학살 겪은 뒤 집권한 카가메, '피의 보복' 대신 '화합' 정책
자원·산업 기반 없는 상태서 IT 집중육성해 국가 활로 찾아
- 르완다의 IT 육성을 이끈 폴 카가메 대통령.
20년 전 종족 간 대학살이 벌어진 '죽음의 땅' 르완다가 최근 IT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종 갈등의 골이 깊던 르완다는 1994년 인구의 84%를 차지하는 후투족(族)이 소수(15%)인 투치족을 공격해 80만명을 학살하는 참극을 빚었다. 당시 후투족 출신이자 키갈리의 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지배인이었던 폴 루세사바기나가 투치족 1268명을 호텔로 피신시켜 학살에서 구해낸 이야기가 2004년 '호텔 르완다'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갈등의 고리를 끊고 르완다의 변신을 이끈 것은 현 대통령인 폴 카가메(57)였다. 소수파 투치족 출신 군인인 그는 대학살 직후 반정부 게릴라를 조직해 르완다를 장악했다. 이후 그가 택한 길은 피의 보복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 국가 재건 사업이었다. 2000년 대통령 취임 후 대학살에 깊이 가담한 후투족 13만명을 투옥시키면서도, 전통 마을 법정 '가차차(Gacaca)'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 가해자를 사면해 통합을 이뤄나갔다. 2003년엔 헌법을 개정해 '종족 간 화합과 통합'을 국가 이념으로 명시했다. 정부 구성 시 출신 부족을 가리지 않고 공평 인사를 단행했다.
-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중심지에 있는 ‘키갈리 시티 타워’. 르완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키갈리 시내의 주요 빌딩과 공공시설에서 무료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키갈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굿 뉴스 르완다
카가메는 또 자원도, 산업 기반도 없는 르완다의 활로가 IT 산업 육성에 있다고 봤다. 그는 2007년 척박한 수도 키갈리에 인터넷 광케이블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부서로 정보통신부를 설치해 해외 IT 기업 유치에도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IT 기업 50여개가 르완다에 사무실을 열었다. 르완다의 주요 호텔과 관공서에는 무선 와이파이망이 빠르게 보급됐다. 현재 총인구 1100만명 중 1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2007년 20%에 머물던 휴대전화 보급률이 5년 만에 55%를 돌파했다.
여기에 관광 수입과 농업생산성을 높이면서 르완다 경제는 최근 4년간 연평균 8% 이상 성장했다. 아프리카의 평균 경제성장률(5%)을 훌쩍 넘는다. 2012년 국내총생산은 71억달러를 돌파해 5년 전보다 2배 이상이 됐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카가메의 노력 덕에 르완다가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변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