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상주이야기

'농업 首都' 자부하는 상주

도깨비-1 2013. 11. 28. 11:52

[서울보다 행복한 지방 强小도시들] [6]

年 3억원 버는 곶감 農家들…

'농업 首都' 자부하는 상주

  • 상주=오유교 기자 chosun 
  • 입력 : 2013.11.25 03:00 / 조선일보

    [상주, 특수작물 재배·해외시장 공략… 富農의 도시로]
    오이·꿀 생산량 전국 1위, 배·포도 등 12개국 수출… 작년에만 126억원 벌어

    "상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농사짓기 좋은 곳이에요. 땅도 비옥하고, 못 자라는 작물이 없으니. 열심히만 하면 부자로 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죠."

    경북 상주(尙州)에서 20년째 곶감 농사를 짓는 방응한(62)씨는 24일 "20년 전에 고향 상주로 돌아왔는데, 그게 인생을 완전히 역전시킨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방씨는 1993년 부산에서 다니던 제약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빈털터리로 고향인 상주로 내려왔다. 그가 재기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곶감 농사였다. 상주는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곶감 농사가 활발한 곳이다. 방씨는 맨손으로 곶감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매년 60만개의 곶감을 만들어 3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부농(富農)으로 재기했다. 방씨는 "20년 동안 제약회사에 다녔다고 해도 이렇게 잘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일대에서 곶감 농사짓는 사람들은 모두 이 정도는 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의 곶감 건조장 모습. 상주에서는 작년 9284t의 곶감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했다
    경북 상주시의 곶감 건조장 모습. 상주에서는 작년 9284t의 곶감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했다. /상주시 제공
    경북 서북부 지역에 있는 상주는 우리나라의 '농업 수도'를 자처하는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기계를 보유한 지역이자, 농업 인구는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2010년 상주에 사는 10만5607명 중 4만2130명(40%)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다. 경지 면적 역시 2만6187㏊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넓고, 경북에서는 가장 넓다.

    본래 상주는 쌀 농사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낙동강 지류가 상주를 휘돌아 흐르는 데다, 토지도 비옥해 경북 지역 최대 쌀 생산지였다. 하지만 쌀 가격이 폭락하고, 이농(離農) 현상이 확산되면서 한때 30만명에 육박했던 인구는 10만명까지 떨어졌다. 이에 상주가 선택한 전략은 '돈이 되는 작물과 축산업 육성'이었다. 전국 최고 품질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곶감·오이·배 재배를 장려하고, 육계(肉鷄)·한우 등을 키우는 축산 농가를 지원하면서 부농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쌀 중심의 농업에서 벗어난 뒤 상주는 전국 1위 타이틀을 여러 개 거머쥐었다. 2012년 기준으로 곶감(9284t), 오이(2만6398t), 꿀(1323t), 육계(317만8013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한우(7만6386두)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상주 한우는 2010년 G20 회담 당시 각국 정상들 식탁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쌀·배 등 농산품도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생산량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농업 수도 상주시 통계 그래프와 농산물 수출 현황 그래프
    억대 농부와 귀농·귀촌자의 숫자도 많다. 한해 1억원 이상을 버는 농부는 2009년 2161가구로, 경북 지역 억대 농가의 20%가 상주 시민이다. 귀농·귀촌도 활발해 작년 966명(520가구)이 상주로 귀촌했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귀농·귀촌 실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지역이 상주다. 상주는 귀농·귀촌 특별팀을 만들어 전원마을 조성, 귀농민 대상 농업 강좌 등을 활발히 진행해 귀농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상주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작년 1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국제통상 TF를 구축한 상주는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고, 시장(市長)이 직접 해외로 나가 농작물 세일즈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대만·캐나다·러시아·인도 등 전 세계 12개국에 배·오이·포도 등 농작물을 수출한다. 상주의 해외 수출액은 2007년 306만달러(약 32억4600만원)에서 작년 1194만달러(약 126억7000만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최소 300억원 이상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동근(57) 꿀배사벌영농조합 대표는 "작황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내수 시장보다, 가격이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공략한 것이 상주 농가의 성공 비법"이라고 말했다.

    상주가 농업 수도로 자리 잡으면서 생활 여건도 달라졌다. 서울~부산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 지나는 상주는 자전거 중심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상주시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8만5000대로 가구당 1.8대씩이다. 자전거 교통 분담률도 21%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LH공사의 상주 주공 7·8단지 아파트 분양도 화제를 모았었다. 분양받은 사람의 80%가 융자 하나 없이 현금으로 분양가를 전액 납부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팀인 상주 상무의 홈구장도 상주에 있다. 올해 K리그의 하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챔피언에 오른 상주 상무의 홈경기에는 평균 3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챌린지 리그 중 관중 동원력 1위를 자랑한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상주에서 관중 동원력 1위는 대단한 결과다. 자전거도 마음껏 탈 수 있고, 프로축구팀의 경기도 언제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레저 환경도 뛰어나다. 상주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지정한 '슬로시티'가 되기도 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상주는 해외시장에 농산물을 수출해 농가 소득을 늘려야 한다"며 "3년 후에는 농산물 수출액 1000억원을 돌파해 농민이 잘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