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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기고] 환경부 장관, '녹조 발언' 성급했다

도깨비-1 2013. 8. 12. 19:49

[쟁점 기고] 환경부 장관, '녹조 발언' 성급했다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前 국립환경과학원장   
  • 입력 : 2013.08.12 03:01 조선일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前 국립환경과학원장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前 국립환경과학원장
    불볕더위에 4대강 녹조 논쟁이 뜨겁다. '4대강 녹조 현상 그대로 두라'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지시가 다시 불을 붙였다.

    사실 4대강에는 사업 이전에 훨씬 심각한 녹조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환경부는 녹조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 장관은 생각이 달랐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환경부가 한 녹조 예방과 피해 방지 노력을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덮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독특한 생각은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 총리실에서 조사단을 구성해서 4대강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을 가중시켰다고 국무회의에서 주장했다. 총리실에서 결론 나지 않은 사항을 환경부 장관이 먼저 결론을 낸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 현상이 가중되었다는 주장은 보로 인해 물이 고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녹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녹조 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비료 성분인 인과 높은 수온, 그리고 광합성에 필요한 일조량이다. 소양호나 충주호 등과 같은 대형 호수의 물은 몇 년씩 고여 있지만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그릇이 커서 여름에도 수온이 쉽게 올라가지 않고 인의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주장을 계속한다. 이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고여 있는 호수물이 흐르는 강물보다 훨씬 더 깨끗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고여 있는 호수물이 흐르는 강물보다 수질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1만8000여개의 농업용 저수지가 있는데 모두 물이 고여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썩은 물로 농사짓는 것은 아니다.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치수와 수자원 확보, 그리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수질 개선 사업이었다. 그래서 하천부지 불법 경작도 정비하고 오염된 퇴적물도 준설했다. 또한 깨끗한 하·폐수를 강에 보내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총인 처리 시설도 추가했다. 그 결과 지금 수질은 한결 좋아졌다. 특히 녹조 현상의 원인 물질인 인의 농도가 과거에 비해 2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수심이 깊어졌고 물그릇이 커져 높은 일사량에도 수온 상승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사업 전과 후에 4대강에서 관측된 수질 자료가 증명한다.

    사업이 끝나 이처럼 확실한 관측 자료가 있는데도 반대 측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보가 무너질 것이라는 상상에서부터 수질이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예측까지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녹조 현상은 시각적 효과가 높아 반대 측에게는 호재다. 하지만 과거 기록과 비교하면 이것 또한 억측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낙동강 녹조 현상의 최고 기록은 mL당 남조류(녹조생물) 개체 수 27만(1996, 현풍)이다. 이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영이나 낚시와 같은 친수활동을 금지하는 수준(10만 개체/mL)을 넘어선다. 그러나 요즈음 낙동강에서 관측되는 남조류는 1만~2만 개체/mL 정도로 수질예보제 관심단계(기준 1만 개체/mL)를 겨우 넘어선 정도다.

    억측을 계속하는 환경단체도 이해할 수 없지만 맞장구치는 환경부 장관은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설] 4대강 녹조 지금대로 그냥 놔두라는 환경장관

     

    입력 : 2013.08.10 03:01 / 조선일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9일 4대강 녹조 현상을 언급하며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하면 그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4대강 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자연 상태 그대로 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물의) 유속(流速) 저하는 조류(藻類) 증가의 원인이 된다"며 "(4대강) 보(洑)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유역 녹조 현상의 한 원인이라고 밝힌 것이다.

    윤 장관은 지난달 25일 환경부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4대강 녹조 현상은 충분히 문제가 부각될 때까지 평상시 상태를 유지하라"며 "(4대강 녹조 문제는) '변곡점(變曲點)'을 넘지 않는 상태까지 간 다음에 대응해야 환경부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 발언을 좋게 생각하면 4대강 녹조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려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현 상태 그대로 두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윤 장관이 국민의 식수 오염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고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는데도 좀 더 원인이 분명해질 때까지 손 놓고 지켜보자고 할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자기 부처의 부담을 더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은 공직자의 사도(邪道)다.

    4대강 사업이 녹조의 원인일 수 있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 훨씬 전인 1996년에 낙동강 중류에서 지금보다 녹조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녹조 현상은 높은 수온(水溫)과 강한 햇볕, 오염물질 증가와 함께 강의 흐름이 느려질 때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이전 영산강에선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예 녹조 현상을 거론할 것도 없었다. 4대강 사업이 수질(水質)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장관이 뚜렷한 근거도 내놓지 않은 채 4대강 문제를 단정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책임을 전 정권에 넘기려고 한다는 인상만 더 짙게 할 우려가 있다. 유속 저하로 녹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환경부 장관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아는 상식이다. 책임 있는 전문가라면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야 한다. 환경부 장관의 책임은 녹조의 원인 규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