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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 애인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도깨비-1 2012. 8. 2. 13:38
“내 애인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http://media.daum.net/v/20120802100336626

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일반 
글쓴이 : 시사INLive 원글보기
메모 : 얼마 전 정세희씨(가명·21)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2개월여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인터넷 픽업아티스트(여성을 유혹하는 데 능숙한 남성, 또는 유혹을 위한 접근법과 화술을 가르치는 강사) 카페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정씨에게 "이렇게 빠진 적은 처음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던 남자친구는 한 포털 사이트 카페에 'LTR(Long Term Relationship·장기적 관계)을 하나 더 갖고 싶어 미치겠다'고 남겼다. 최근까지도 그는 클럽에서 여성을 '픽업'한 후기를 올려놓았다. 이 사실은 남자친구의 낌새를 수상히 여긴 정씨가 남자친구의 아이디를 검색하면서 확인됐다.

정씨의 남자친구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잘 생긴 외모, 서울 중상위권 학벌, 넉넉한 집안까지. 모자란 것 없는 그에게 왜 픽업을 하느냐고 정씨가 따져 묻자 그는 "여자를 꾀는 게 자극적이다. 그 흥분을 느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나은주씨(가명·20)도 남자친구가 길거리에서 어떤 여성을 픽업하는 것을 우연히 본 뒤 상심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며 썼던 수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씨와 연애하면서 다른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후기를 자신이 가입한 픽업아티스트 카페와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폰게임(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2차 만남으로 이어가는 행위)과 술자리 게임(술자리에서 성적 긴장감을 높이는 게임) 후기도 빼곡했다. 다른 남성들은 이러한 게시물에 '대단하다' '멋있다' '능력자'라는 댓글 수십 개를 달았다. 나씨는 "내 남자친구가 그런 놈이었다는 게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농락당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픽업아티스트 업체는 수강생에게 길거리 등에서 '로드 픽업' 실습을 하게 한다. 걸음걸이와 대사까지 알려준다.

픽업아티스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 중인 인터넷 카페는 10여 개에 달한다. 회원 수는 각각 2만~10만명. 이들 카페 대부분은 '실전 기술' 등을 가르치는 오프라인 과정도 운영하는데, 정씨와 나씨의 남자친구였던 이들 또한 이 과정을 수강했다. 오프라인 수강생 가운데 20~25세 남성이 60%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간혹 중·고등학생과 30대 회원도 눈에 띈다. ㅍ업체는 픽업아티스트가 '인간관계 풀어나가는 법을 가르치고 경쟁력 있는 남성으로 거듭나도록 돕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말과 달리, 일부 업체의 경우 여성을 게임 상대로 보고 하룻밤 성관계를 즐기기 위한 치밀한 기술을 알려주는 곳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어느 날 정류장에서 남자가 다가올 때…


실제 픽업아티스트 강좌 상당수는 일회성 만남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데 강의 내용이 집중되어 있다. 박 아무개씨(24)는 지난해 5월 픽업아티스트 과정을 수강했다. 군대에서 책을 통해 픽업아티스트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그는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쿨가이'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프라인 과정을 수강하게 됐다고 했다. 150여 만원, 2박3일 코스였다. 그가 접한 수업은 '키스를 얻어내는 테크닉' '40분 안에 여자를 유혹하는 비법' 따위였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여자 마음 얻어내기' 강의의 경우, 한 픽업아티스트 강사는 "오후 2시, 나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카카오톡으로 (헌팅을 한 여성에게) '어머니할머니가 오셔서 공항에 나왔어. 함께 공연 보러 가야 하거든'이라고 보냈다"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멘트야말로 자기 관리를 하면서 부와 지위를 동시에 나타내는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픽업 이후 여성과의 관계를 깊이 끌고 가는 방법에 관한 교육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ㅇ업체의 경우 수강생에게 낮에는 서점·길거리·지하철 등에서 '로드 픽업'을, 밤에는 클럽과 나이트를 오가며 '술집 픽업' 실습을 하게 한다. 패션·헤어스타일부터 걸음걸이와 시선·말투·표정, 심지어 확신을 심어주는 대사까지 알려준다. 한 팀에 5명 정도로 구성되며, 기본 코스를 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박3일에 100만∼300만원 선. 1대1 코치를 희망할 경우 3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업체들은 여름휴가를 겨냥한 듯 '해변가 픽업' 수강생을 모집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과정을 수강한 뒤 박씨는 픽업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적도 있었지만 여자친구로 삼을 만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여러 여성을 의도적으로 접촉하다 보면 자신감이 높아진다"라고 그는 말했다.

픽업아티스트 카페의 게시글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성공담으로 도배돼 있다. 주로 게임용어를 쓰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전 지식이 없으면 해독이 어려울 정도다. '이 필레(Field Report·후기) 주인공 HB6(Hot Baby·여성 지칭, 1∼10 사이 매력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N-Close(전화번호 획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볼 꼬집으며 스킨십 체크. 거부반응 없음. IOI(Indicator of Interest·호감 표시)가 많아 다른 CT(Compliance Test·복종 테스트)를 걸어 확인하지 않아도 지배력 측면에서 문제가 없었다. 술집으로 바운스(이동)해서 K-Close(키스). 잠시 LMR(Last Minute Resistance·마지막 저항)했지만 진실게임을 하면서 쉽게 F-Close(Full·성관계)했다'라는 식이다. 어떤 카페 회원들은 성관계를 한 여성의 속옷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긴장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쭉빵카페·화장빨 따위 여성 커뮤니티에는 픽업아티스트를 조심해야 한다는 글이 수십여 건 올라 있었다. '헌팅을 당했는데 이 사람이 픽업아티스트인지 아닌지 구별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누군가가 학원·버스정류장·지하철 등에서 만난 남성과의 대화를 복기해 올리면 다른 여성들이 댓글을 달아 조언했다. 카페 회원 김 아무개씨(23)는 "픽업아티스트의 실체를 아는 여성들 사이에서 '길 가는 여성에게 말을 붙이는 남성들은 다단계 아니면 픽업아티스트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언론에도 화살을 돌렸다. 케이블TV와 종편 등이 연애 비법 전수나 새로운 직업 소개를 주제로 픽업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여자를 꾀는 자신감을 심어준다'라는 식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종편 방송은 유명 픽업아티스트 강사를 출연시켰다. 사회자는 그를 향해 탤런트 안 아무개씨를 '5분 안에 유혹하라'고 주문했다. 그가 안씨에게 말을 걸고,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 방송을 본 카페 회원 장소라씨(27)는 "픽업아티스트가 무슨 직업인지 아는 나로서는 매우 불쾌했다. 방송에서는 '수작' 후 모텔로 데려가는 걸 보여주지 않지만, 픽업아티스트 회원 대부분은 원나잇을 하기 위해 수작을 걸지 않느냐"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남성들의 자신감이 형성되는 측면이 있을지라도 픽업아티스트의 목적이 '원나잇'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곳 상담소의 경우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거나 한 일은 없다. 그러나 "누군지 추측이 가능한 사진과 신상 정보가 유포됐을 경우 이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피해를 당한 여성은 경찰이나 관련 단체에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임 소장은 말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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