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스크랩] 서울시 새 청사가 처마선을 본떴다고요?

도깨비-1 2012. 7. 26. 13:20
서울시 새 청사가 처마선을 본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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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중앙일보 원글보기
메모 : 함성호씨는 "건축가는 제안하고 토론하고 타협해야 하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의 어색하고 불편한 많은 공간은 그런 과정을 생략한 결과"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사람, 깐깐하다.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고 있는데 그가 쓴 글은 그런 표정과 정반대다. 『반하는 건축』(중앙북스)을 펴낸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씨(49·EON건축 대표)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그는 건축설계를 하는 자신에게 찾아와 "그냥 알아서 멋진 집을 그려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건축주가 가장 재미없다고 했다. 함께 대화하고, 싸우고, 토론하는 지루한 과정이 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건축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 교양 없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염려하는 것, 그게 요즘 사람들의 허위의식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도 맵다. 세종문화회관·국립민속박물관 등을 거론하며 과연 전통미가 무엇인가를 묻고, 차라리 전통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면 전통이 왜 좋은지부터 처음부터 생각해보자고 했다.

 『반하는 건축』은 그가 지난 10여 년 자신의 건축이론을 다지며 쓴 글이다. 책 제목은 '반(反)하다'와 '반(感)하다'의 포괄하는 뜻이다. 주거가 아닌 문화로서의 건축이 부각되는 시대, 그는 이른바 건축열풍에 대해 날 선 언어를 풀어놓았다. 함씨는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고 싶었다. 무엇보다 건축은 순수하지 않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건축을 미술처럼 순수예술로 여기는 것, 건축가가 혼자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여기는 것이야말로 건축에 대한 오해다"고 목청을 돋웠다.

 -건축은 순수하지 않다고 했다.

 "건축가 혼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작은 집이든, 큰 빌딩이든, 도시든 그것은 우리의 역사·정치·경제·문화 수준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자본의 논리도 강하게 개입되고 정치적 영향도 크다는 것이다. 사실 건축가가 건축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극히 미약하다. 그래서 건축가가 '이것은 내 건물'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건축은 철저하게 공동작업이다."

 -건축주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

 "건물 하나가 지어지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개입한다. 그래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건축가 도면을 그리는 일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건축주가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한 사회의 건축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뛰어난 건축가가 아니라 탁월한 일 일 수도 있다."

 그는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를 짓게 한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미테랑은 미국에 빼앗긴 문화 주역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자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었다.

 -전통의 현대화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나.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보자. 법주사 팔상전화엄사의 각황전 등 목조양식 특성을 콘크리트로 옮겨온 것 일뿐이다. 조악한 전통미일 뿐이다. 세종문화회관은 궁궐 건축의 기둥형태를 기괴한 스타일로 뻥튀기해 포장한 것이다."

 그는 한옥의 처마선을 형상화했다는 서울시청 새청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처마선 얘기를 들었을 때 모두 '아 그렇구나'만 했지 아무도 '어째서 그게 처마선인데'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의미와 가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때 건축이든 전통이든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를 쓰며 설계와 비평을 함께하는 1인 3역은 과연 어떨까. 함씨는 "지옥 한가운데에 앉아서도 쓸 수 있는 게 바로 시(詩)"라며 "시와 건축, 모두 생활이 가장 중요한 재료다. 설계 일을 하며 일기를 쓰듯 시를 쓴다"라며 웃었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이은주.권혁재 기자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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