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

중국 쓰촨성 주자이거우(九寨溝)

도깨비-1 2011. 10. 19. 21:48

 

반짝반짝 108개 호수…310m 진주탁 폭포 仙境을 거닐다

입력: 2010-10-31 16:00 / 수정: 2010-11-01 03:01
중국 쓰촨성 주자이거우(九寨溝)

노을이 불꽃처럼 빛나는 火花海
오색빛깔 五彩池·공작모양 五花海
팬더곰 물 마시는 팬더해도 눈길

 

중국 쓰촨성 주자이거우의 비취빛 호숫가에 몰린 인파.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국내외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오전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매표소 앞 광장에는 벌써 사람들이 북적댄다. 타고 온 버스를 주차장에 두고 매표소 쪽으로 이동하자 가이드들이 바빠진다. 잽싸게 입장권을 구해 와서는 개찰구 앞에 줄을 세운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한다. "지금부터는 대열에서 이탈하지 마시고 신속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를 타기도 어렵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틈만 보이면 새치기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양보'라는 말은 잠시 잊어주세요. "

아닌 게 아니라 개찰구를 통과해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수시로 중국인들이 새로운 줄을 만들거나,먼저 간 일행을 쫓아가는 척하며 새치기를 감행한다.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460㎞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장족(藏族 · 티베트족) · 창족(羌族) 자치주의 주자이거우(九寨溝)에서 겪는 일이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주자이거우는 해발 2140~4558m의 고산지대에 있는 총면적 720㎢의 자연 명소.카르스트 지형에 수많은 폭포와 호수,들쭉날쭉한 봉우리와 골짜기,석회암과 울창한 원시림이 어우러져 '동화의 나라''세속의 선경(仙境)'으로 불리는 곳이다. 주자이거우란 9개의 티베트 마을이 있는 곳이라는 뜻.

원시삼림 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이들 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 초 벌목공들에 의해서였다. 정작 이곳에 살던 티베트인들은 몰랐지만 외부인들의 눈에 비친 경치는 비경 그 자체였고,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중국 관광명승지1호,세계자연유산,세계생물권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장자제(張家界)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내수 관광객들이 90% 이상 차지하면서 주자이거우 관리국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주자이거우 안에서는 교통수단이 걷는 것 아니면 셔틀버스여서 트레킹코스를 택하지 않고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버스를 타고 주자이거우의 비경 속으로 들어섰다. 주자이거우의 주요 명소는 50㎞ 가까운 Y자형 계곡 주변에 몰려 있고,이는 다시 수정구(樹正溝) 일즉구(日則溝) 즉사구(則査溝)의 3개 골짜기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13.8㎞의 수정구에 아름다운 경치가 집중돼 있다. 셔틀버스 출발점이 수정구다.

주자이거우 풍경구의 52%를 차지한다는 빽빽한 원시림을 비롯해 원추형으로 삐죽 솟은 봉우리와 골짜기,108개나 된다는 호수와 폭포,계곡물 등이 세속의 기억을 말끔히 씻어준다.

이곳의 물빛을 보면 경탄을 금치 못한다. 가까이서 보면 물속에서 헤엄치는 고기떼가 맑게 보이고 멀리서 보면 진한 옥색으로 빛을 발한다.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주자이거우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장자제를 보고 나면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하고 주자이거우를 보고 나면 이제 죽어도 좋다"는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구나 싶다.

명소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산을 지키던 여신 색모의 거울이 깨지면서 108개의 반짝이는 호수로 변했다는 전설이며,호수에 비친 노을이 불꽃같다 해서 이름을 붙인 화화해(火花海),가을이면 단풍잎이 물에 비친 모습이 호랑이가죽 같다는 노호해(老虎海),수심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신비로운 5가지 색깔을 띤다는 오채지(五彩池),산과 하늘이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비치는 경해(鏡海),바위에 부딪혀 떨어지는 물방울이 진주알처럼 투명하게 빛난다는 진주탄(眞珠灘)폭포,팬더곰이 물을 마시던 곳이라는 팬더해,햇볕에 비친 물빛이 다채로운 색상을 띠며 꼬리를 접은 공작 모양을 나타낸다는 오화해(五花海),길이 4.5㎞에 수심이 40m에 달하는 장해(長海)…. 310m가 넘는 진주탄폭포는 초승달 형태의 거대한 주렴을 펼쳐놓은 듯하다.

가을빛이 물드는 원시삼림과 봉우리들이 물에 비친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이 많은 풍경을 하루에 다 보기란 무리다. 더구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거의 앞사람 등을 밀다시피하며 주요 명소들을 쫓아다니는 건 이런 비경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청두(중국)=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여행TIP

주자이거우로 가는 길은 쓰촨성 청두에서 버스로 10시간씩 이동하던 예전보다 편해졌다. 청두에서 주자이황룽(九寨黃龍)공항까지 비행기로 40분이면 갈 수 있고,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쯤 달리면 주자이거우에 도착한다. 항공편은 자주 있지만 중국 특유의 연착,출발지연이 잦으므로 2~3시간 이상 늦는 것은 그러려니 해야 한다.

주자이거우에 많은 호텔과 민속공연장이 모여 있고,한식당도 있다. 주자이거우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황룽도 세계자연유산이므로 둘러볼 만하다. 두 곳 모두 고산지대에 있다. 황룽은 해발 3100~3550m의 계곡을 몇 시간 동안 걸어야 하므로 고산증세에 대비해 이뇨제를 먹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한식당 등에서 파는 고산지대 나물과 버섯,각종 약재 등은 양이나 품질을 속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