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한옥도 분양합니다'… 주택업계, 한옥주택단지 속속 선봬

도깨비-1 2011. 6. 16. 11:45

'한옥도 분양합니다'… 주택업계, 한옥주택단지 속속 선봬

박성호 기자 junpark@chosun.com    /

입력 : 2011.06.16 09:10

 

경기도 분당신도시와 맞닿아 있는 경기도 광주시 신현리. 새말길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 가다 도로 왼쪽을 보면 거대한 담벼락에 둘러싸인 채 공사가 한창인 한옥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집은 'ㄷ'자 모양의 전통 한옥 구조로 지어졌지만, 내부 시설은 여느 최고급 타운하우스 못지않게 꾸며져 있다. 대들보와 기둥은 전부 최고급 소나무를 사용했고 건물 내부에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다.

↑ 하인주택이 분양 중인 경기도 송라마을 한옥 주택

↑ 경기도 광주에서 시공 중인 고급 한옥 주택.

이 집의 가격은 100억원이 훌쩍 넘지만 총 네 채 가운데 완공된 한 채는 분양이 끝나 사람이 살고 있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고가(高價) 한옥이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서울 인근에 다양한 한옥 분양 주택들이 들어서 일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단지·전원주택형 분양 한옥 선보여
전통 주택인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민간 건설업체들도 한옥을 분양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한옥 문화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공급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단독주택 인기에 힘입어 시장성 있는 주거 상품으로 한옥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단독주택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택지지구 인근에 대지면적 660㎡ 규모의 한옥 주택단지를 선보이고 있다. 분양가는 20억원 선으로 회사 측은 총 70가구 정도의 주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사용하는 전원주택이 한옥으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원주택 전문업체 ㈜홈덱스는 충북 제천시 금성면 일대 청풍호 주변을 한옥주택단지로 개발해 한옥 3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한 가구당 495㎡ 대지에 86㎡형으로 건축해 2억원가량에 분양할 예정이다.

한옥 분양 상품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이전부터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택지를 개발해 한옥을 분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한옥 보급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민간업체들이 20~30가구 규모로 한옥단지를 지어 분양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고 보급 확대를 위해 평면설계·시공기술 개발 등에 우선 힘쓰고 있다"며 "지원을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옥은 춥고 불편?… 기술개발로 인식 전환 노력
하지만 한옥이 시장성 있는 분양상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한옥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도 가격이 비싸고 단열 효과가 떨어진다는 식의 서양식 주택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옥 시공업체 관계자는 "한옥이 현대적으로 개량됐어도 여전히 일반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아파트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만큼 다양한 시공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의 한옥은 외풍(外風)을 견디기 위해 내부에 아파트에 적용되던 시스템 창을 설치하기도 하고 지붕 기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황토로 틈을 메우는 등 시공법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목수(木手)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건축 과정도 자재를 표준화하고 기계화함으로써 공사비와 공사기간도 줄여나가고 있다. 민승홍 금진목재 대표는 "한옥 관련 시공기술이 날로 발전해가고 있다"며 "향후 경제성도 훨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