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

[박세일 칼럼] 진보는 從北과 갈라서라

도깨비-1 2011. 5. 20. 17:00


[박세일 칼럼] 진보는 從北과 갈라서라

민주당이 여당 되려면 북녘 동포 인권 외면하고
북한 정권만 감싸고 도는 從北좌파와 확실히 손끊어야
득표 계산에만 빠져 종북좌파와 '야합' 하면 진보도 망치고 나라도 망쳐


  박세일-한반도 선진화재단이사장  /  조선일보  2011. 05. 20.

 

   그동안 우리 사회에 비생산적인 보수·진보 논쟁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이념논의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도(中道)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문제를 회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가치를 소중히 하는가는 국가발전의 바른 방향을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한 나라의 대표적 정당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나라를 설계하려 하는가는 그 나라의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나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인가? 스스로 '진보정당'이라고 하는데 과연 진정한 진보인가? 본래 진보란 그 사회의 비주류적(非主流的) 가치인 '평등'과 '약자(弱者) 보호'라는 두 가지를 소중히 하는 입장이다. 보수가 '자유'와 '공동체'를 중시한다면, 진보는 '평등'과 '약자 보호'를 중시한다. 그런데 사실 이 네 가지는 모두 국가발전에 기본적인 핵심가치들이다. 서로 배타하기보다는 협력하고 상호보완해야 할 가치들이다.
   자유가 핵심가치지만 자유가 소수의 자유가 아니라 만민의 자유가 되려면 반드시 평등이 강조돼야 한다. 그러나 평등이 아무리 중요해도 '기회의 평등'이 되어야 합리적 진보가 되지,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면 공산주의가 된다. 마찬가지로 '약자 보호'도 중요한 가치이다. 사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약자 보호에 있다. 그러나 약자 보호가 공동체 발전과 함께 가는 '지속가능한 약자 보호'여야 합리적 진보이다. 공동체 발전을 무시하고 약자 보호만을 절대화하면 곧 계급투쟁이 된다. 공동체는 깨지고 결국 약자가 최대 피해자가 된다. 따라서 기회의 평등과 지속가능한 약자 보호를 주장하는 '합리적 진보'는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에 솔선수범하는 '개혁적 보수'와 사실 형제와 같다.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국정운영의 파트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야권 일각에는 자유는 물론 평등과 약자 보호라는 진보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反)진보의 좌파들이 있다. 소위 '종북(從北) 좌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북녘 동포들을 기아선상으로 몰아내며 인권탄압과 핵개발에 질주하는 북한정권을 옹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수령 독재에 신음하는 동포의 인권문제를 애써 외면하며 북한인권법 제정에 극구 반대한다. 천안함도 남측의 조작이라고 열을 올리고 연평도 사건 이후에도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변명해 주기 바쁘다. '서울 불바다'를 떠드는 집단에겐 침묵하면서 남측의 정례적 군사훈련에는 '전쟁하자는 것이냐' 하고 대든다.
   한국 야권의 최대 문제는 합리적 진보와 종북좌파가 섞여 있다는 데 있다. 숫자는 합리적 진보가 많으나 영향력은 종북좌파가 강력하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온갖 혼란과 갈등의 근본원인 중 하나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언젠가 여당이 돼야 한다. 야당은 여당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여당이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山)이 하나 있다. 그것은 종북좌파와의 관계를 확실히 단절하고 이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진보를 묶어내는 일이다. 이 일은 이 나라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이 산을 넘지 못하면 야당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 합리적 진보와 종북좌파가 함께 정권을 잡으면 배는 산으로 오르고 대한민국은 다시 표류하게 된다.
   오늘날 야권에서 후보단일화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이것이 진보와 반(反)진보가 함께 정권을 잡아 권력이익을 나누는 '이익야합'이 되면, 분명 반(反)역사적이다. 더구나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책연대'라는 조건에 코가 꿰여 주요 국가정책에서 합리적 진보가 종북좌파를 따라가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바람직한 것은 '가치동맹'에 기초한 후보단일화이다. 제1야당에게 시급한 것은 합리적 진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건강한 진보층을 묶어내는 일이다. 당장 득표에 유리하다고 진보적 가치와 원칙을 버리고 종북좌파와 타협하면 진보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선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승리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크다. 단기적 계산의 작은 정치보다 장기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큰 정치를 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이 나라의 진보를 살리는 길이고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