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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할머니 죽지마’, 사고 뒤 이악물고 3년

도깨비-1 2010. 12. 6. 10:16
‘할머니 죽지마’, 사고 뒤 이악물고 3년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1206093106611

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 [한겨레] 조손가정의 힘겨운 겨울나기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에서 만난 이영월(74) 할머니는 지난 1일 한숨과 눈물 섞인 김장을 담갔다. 깊은 얼굴 주름에 맺힌 눈물은 매콤한 골파와 마늘 냄새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씨 할머니는 수영이(11·가명)와 진수(16·가명)를 데리고 사는 조손가정의 가장이다. ( [관련기사] 아이들 마음까지 덮친 기름… "할머니, 죽는다는 말 하지마, 응?" ) 맨손어업을 해 손주들을 뒷바라지했으나 기름사고 뒤에는 방제작업·공공근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평생 바다에 기대 살아온 삶 외에 아무것도 몰랐던 터라 "죽고 싶다"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하루 일하면 삭신이 쑤셔 하루, 이틀 쉬어야 하지만 이를 악물고 3년을 버텼다.

"수영이와 진수가 '할머니 죽지 마' 하며 손잡고 눈물 흘리는데 어쩌겄어? 저것들 먹여살리려면 늙은 몸뚱이 놀리면 안 되는데…."

정말 할 일이 없을 땐 마을 앞바다에 나가 자연산 굴을 따보지만 종일 캐야 한주먹이다. 사고 탓에 굴이 많지 않고 같은 처지의 동네 주민들이 함께 굴을 채취하기 때문이다. 수영이를 돌봐주던 동네 교회 전도사 부부는 최근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동네를 떠나 걱정이 늘었다.

그는 사고 뒤 받은 생계지원금과 공공근로, 명절 때 나온 쌀과 샴푸, 무료 건강검진이 3년 동안 받은 전부라고 했다.

"집 깨끗하지?" 이씨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식 웃었다. 일 없어 집 청소는 많이 했단다. "나라에서 불쌍한 사람들 먹고살게는 해줘야죠. 말로만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피해 주민들 다 떠나고 죽은 뒤 그때 보상 나오면 무슨 소용 있어요?" 김장을 돕던 조카며느리 강아무개(25)씨의 말이다. 태안/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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