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스크랩] 고정관념 깬 오래된 아파트 개조

도깨비-1 2009. 10. 9. 09:42


고정관념 깬 오래된 아파트 개조

거실 소파 치우고, 주방에 라운지를 들이다.

본래 다이닝 룸이 있던 자리에 마련한 라운지 공간. 미니멀한 암체어와 독특한 디자인의 플로어 스탠드를 매치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집은 정은주 실장이 집주인과 인연을 맺은 뒤 다섯 번째로 고친 집이다. 한 사람의 집을 무려 네 번이나 고쳤으니 그 가족의 취향이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훤히 꿰고 있음은 당연한 일.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된 디자이너에게 집주인이 요구한 것은 딱 2가지로, 거실에 TV를 놓지 않겠다는 것과 고등학생 딸아이를 위한 공간은 독립적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주방에 ‘한강이 보이는 라운지’를 들이다
이 집은 2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요즘 생활에 잘 들어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주방. 본래 이 집의 주방은 다이닝 룸과 벽으로 구분된 전형적인 폐쇄형 구조였다.
 
주방에서 다이닝 룸으로 가려면 문을 열고 가야 했고, 거실 쪽으로도 주방과 다이닝 룸을 드나드는 문이 각각 따로 있었다. 그동안 누군가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개조한 적이 없던 집이라 주방 또한 ‘오리지널’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은주 실장의 설명. 일단 스타일리스트는 주방과 다이닝 룸 그리고 거실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모든 벽을 헐어내 주방을 완전히 개방된 공간으로 바꾸고 긴 일자형 조리대와 식탁을 병렬로 배치했다.
 
조리대와 아일랜드를 병렬 배치한 11자 대면형 주방과 비슷한 형태로, 음식 만들고 상 차릴 때 동선이 한층 편리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주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식탁 뒤쪽에 마련한 라운지 공간이다. 거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본래 식탁을 놓아두던 다이닝 룸 공간인데,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이곳에 디자인 체어를 놓아 집 안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심플한 디자인의 암체어와 라인이 독특한 플로어 스탠드를 매치해 더욱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본래의 구조에서 유일하게 남겨둔 공간은 주방 옆 다용도실. 세탁실 겸 보조 주방으로 사용하는 이곳은 주방과 바닥재를 통일하여 공간 간에 연결감을 주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실용성을 높였다.

1 조리대와 식탁을 병렬로 배치한 주방. 싱크대 상판과 식탁 상판을 같은 천연 대리석으로 사용해 고급스럽고 통일된 느낌이 난다. 식탁 위에는 빨간 물병을 이용한 잉고 마우러의 아이디어 펜던트 조명을 나란히 배치해 산뜻한 느낌을 더했다.
2 의자 4개를 놓은 식탁 아래에 와인냉장고를 놓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식탁과 아일랜드의 절충형인 셈.

소파도 TV도 없는 복합 공간, 거실
“거실에 TV를 놓지 않겠다”는 집주인의 요청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전통적인 거실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뜻. 거실은 집 안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고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므로, 가족의 생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일을 하는 공간이 되는 게 마땅한 이치. 집주인이 자신의 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일을 되짚어보니 책을 읽거나,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었다.
 
이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거실을 꾸미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쪽 벽면에는 책을 꽂아놓을 수 있는 서가를 만들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6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한 것. 그리고 서가의 한쪽 끝부분과 맞은편 벽면에는 편안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형 의자도 놓아두었다. 이로써 거실은 필요에 따라 서재 겸 오피스 겸 다이닝 룸의 역할을 하는 복합 공간으로 바뀌었다.
 
화이트 벽면과 원목마루, 모노톤 패브릭과 미니멀한 가구를 매치한 이 집의 기본 바탕은 무척 심플하다. 자칫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인데도 각 공간이 특색 있어 보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조명의 역할이 크다. 조명을 장식적인 장치로 활용한 대표적인 공간이 주방과 거실. 모노톤 주방의 식탁 위에 잉고 마우러의 펜던트 조명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주었더니 주방이 더욱 유니크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또 거실의 원목 테이블 위에는 스위치만 누르면 유리관의 컬러가 7가지로 변하는 LED 펜던트 조명을 달아 특별한 느낌을 더했다. 평소 아파트의 획일화된 공간을 달라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로 ‘조명’을 꼽는 정은주 실장은 각 공간에 적합한 세심한 조명 계획으로 공간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1 거실의 스타일과 기능성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심에 놓아둔 원목 테이블인데, 통원목을 그대로 사용해 상당히 멋스럽게 느껴질 뿐 아니라 일반 6인용 식탁보다 훨씬 길고 넓어서 웬만한 세미나도 열 수 있을 정도로 용도 변경이 다양하다. 테이블 위에는 유리관을 이용한 LED 펜던트 조명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모던한 공간에 샹들리에처럼 화려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2 책을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거실 한쪽 벽면에는 책장을 짜 넣었는데, 거실에 책장을 놓았을 경우 가장 큰 단점이 지저분해지기 쉽다는 것.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가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깔끔한 느낌을 더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 배치
 
같은 평형이라도 지은 지 오래된 옛날 아파트일수록 구성이 오밀조밀한 것이 특징. 그래서 구조 변경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집은 현관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삼각 구도로 방 3개와 욕실이 있고, 다시 복도를 따라 양옆으로 나란히 위치한 거실과 주방을 지나면 방 2개와 욕실이 있는 ㅂ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2세대가 살면서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 할 만하다. 먼저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오른쪽 방은 드레스 룸으로 만들고 왼쪽에 나란히 있는 두 방은 아이의 침실과 공부방으로 만들었다. 현관 입구에 드레스 룸을 만든 점이 특이했는데, 이 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방이거니와 아침에 안주인이 가장 먼저 일어나 출근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출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배치다.
 
‘아이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아이방이 있는 공간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곳에는 여닫이문을 설치해 문만 닫으면 별도의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3 집 안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부부 침실.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거실과 주방을 제외하고 거의 쓰던 가구를 그대로 놓았는데, 특히 이곳에는 혼수로 장만한 신혼 가구를 그대로 놓았다고. 침구와 커튼만 그레이 컬러로 바꿔 편안함을 더했다.

 
4 현관 가까이에 나란히 붙어 있는 방 2개는 고등학생인 딸의 침실과 공부방이다. 침실은 어른스러운 느낌의 클래식 가구로 매치하고, 베딩 컬러를 이 집의 포인트 컬러인 머스터드 옐로로 맞추어 연결감을 주었다.
 
5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본 모습. 왼쪽으로 딸아이방 2개가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거실 복도 입구에 여닫이문을 설치해서 문만 닫아두면 별도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더욱 편안한 집을 완성하는 요소, 조명과 조경
 
거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은 소파와 TV, 피아노를 놓아 여느 집의 거실 같은 역할을 하는 가족실로 만들었다. 입구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문을 열어두면 거실과 이어진 공간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 특징. 이곳에서는 조명의 기능적 역할이 잘 드러나는데, 소파 뒤쪽으로 빛을 비추도록 간접 조명을 설치했다.
 
가족들이 TV나 영화를 볼 때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면서 공간을 한층 깊이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거실에서 가족실로 이어지는 베란다는 여느 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ㄴ자 형태. 본래는 거실과 가족실에 각각 딸려 있는 베란다였는데, 두 베란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한데 합친 뒤 이국적으로 조경을 꾸미니 아파트가 아닌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자연 공간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거실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은 유리가 있는 여닫이문을, 가족실과 베란다로 이어지는 곳에는 역시 창이 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 화초를 배치하는 데에만 일고여덟 번씩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하는데, 고민 끝에 탄생한 멋스러운 베란다 조경은 아파트 바깥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1 화이트와 블랙, 톤 다운된 옐로의 컬러 매치가 시크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는 가족실.
 
2 열대식물과 다년초가 어우러진 베란다의 조경이 자연스럽게 실내와 이어질 수 있도록 가족실과 베란다 사이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기획 오정민 | 포토그래퍼 박상현 | 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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