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아파트, 뻔한 설계는 가라… 톡톡 튀어야 산다 - 한국일보

도깨비-1 2009. 10. 7. 16:18

건설사는 지금 아파트 평면 디자인 경쟁
방개수·거실면적 고객이 직접 선택
중간층에 2층 높이 거실 천장 도입
0뉴욕형·시드니형 등 도시 테마형도


어디서 본듯한, 판에 박은듯한 뻔한 디자인으로 지어지던 아파트 설계가 몰라보게 변화하고 있다. 입주자 스타일에 따라 벽을 막거나 틀 수 있는 가변형 벽체는 기본. 소형 면적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3면 발코니와 4베이(발코니와 접한 공간) 설계가 등장하고, 때론 각 가구마다 세계 유명 도시들을 테마로 특화한 기상천외한 평면이 선보이기도 한다.

↑ 세계 7대 도시를 테마로 설계한 LIG건설의 '시드니형' 실내 평면 조감도

↑ 최상층에만 가능했던 2층 높이의 거실 천장 설계가 중간층까지 도입된 '수원 아이파크시티' 실내 조감도

고만고만한 설계 디자인이라도 건설사 브랜드 있고, 입지만 좋으면 잘 팔리던 것도 옛말. 눈높이가 높아진 청약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평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같은 지역, 동일 면적의 아파트라도 평면의 실용성과 경제성에 따라 선호도 격차가 벌어진 평면 경쟁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달 중 분양에 들어가는 인천 영종하늘신도시 '한양 수자인'은 기존 소형 면적에선 보여주지 못했던 3면 발코니 설계를 선보인다. 전용 59㎡(17평)의 작은 공간에 2개 욕실을 넣는 것 외에도 발코니를 3면에 걸쳐 배치, 체감 면적을 높이는 평면을 도입한다. 또 소비자 취향에 따라 같은 면적이라도 7개의 서로 다른 실내 평면 설계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등 평면 다양화에도 신경을 썼다. 좁은 공간이지만 2세대가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도 염두를 두고 '세대 분할형 독립구조 평면'도 선보일 계획이다.

LIG건설은 최근 세계 유명 도시를 테마로 한 새로운 평면을 개발하고 새로 분양하는 '리가'(LIGA) 아파트에 적용키로 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평면은 뉴욕 파리 도쿄 시드니 스톡홀름 바르셀로나 홍콩 등 세계 7개 도시를 테마로 개발한 것으로, 입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평면구성과 인테리어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뉴욕형'의 경우는 도심 역세권 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간으로 부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아이 의 공간을 배려할 수 있도록 설계를 고안했고, '시드니형'은 노부부와 동거하는 3세대 대가족을 위한 평면으로 설계, 세대간 동선 분리와 가족 커뮤니티 공간을 강조했다. '홍콩형' 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독신자를 배려한 공간으로 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평면 디자인 다각화를 선도한 곳은 벽산건설. 벽산건설은 지난 2006년 계약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실내 평면을 디자인하도록 한 '셀프디자인프로젝트(SDP)'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벽산은 이후 공급 단지마다 기본 실내 설계를 바탕으로 계약자가 방의 개수와 거실면적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특화설계 전략을 앞세워 분양시장을 공략했다. 최근 공급된 서울 고척동 '고척 블루밍'도 SDP에 큰 호응을 입어 순위내 청약을 마감했다.

최근 청약 대박을 낸 현대산업개발의 '수원 아이파크시티'도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조경건축가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직접 설계한 독특한 평면 설계로 아파트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아파트 전용 202㎡(61평)은 국내 최초로 최상층이 아닌 중간층에서도 2개층 높이의 거실로 설계한 '더블하이트 하우스'(Double-height house) 디자인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기존 최상층 펜트하우스에서나 가능했던 설계를 중간층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거실 천장높이가 일반 높이(2.6m)의 2배 가까운 5m나 된다.

이재면 벽산건설 기술팀 차장은 "소득이 올라가고 주거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설계에 대한 일반 수요자들의 눈높이도 전문가 이상 수준으로 향상됐다"면서 "소비자 선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전과 다른, 남이 하지 않는 특화된 설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만들려는 건설업계 노력과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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