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의 야구가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인식 감독(62)이 이끄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2라운드(8강전) 1조 승자전에서 (-)으로 승리,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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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서도 '김인식표' 야구는 빛을 발했다.
톱타자에 이용규(KIA)를 배치한 것으로 일본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니혼햄)를 흔들었다.
이용규는 1회말 깨끗한 안타로 출루한 뒤 다르빗슈-조지마 켄지(시애틀) 배터리를 농락하듯 2루 베이스도 훔쳤다. 이어 상대 실책으로 가뿐하게 선취점을 올렸다. 이용규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활약을 펼쳤다.
김인식의 '토털야구'는 다시 한 번 일본의 자존심을 뭉게 버렸다. 그가 왜 훌륭한 감독인지, 한국 야구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인지 입증했다. 대표팀 구성부터 삐걱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단을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하나로 묶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부터 잡음이 일었다. 사령탑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두산 김경문 감독과 SK 김성근 감독이 난색을 표명한 것. 게다가 다른 현직 프로 감독들은 팀 사정을 이유로 들어 감독직을 고사했다.
김인식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몸이었고, 지난 해 한화가 4강 진출에 실패해 감독직을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의 약한 몸으로는 미국과 일본, 다시 미국으로 가는 살인적인 일정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설득과 대승적인 입장에서 김 감독은 사령탑을 맡기로 결심했다. 또한 제1회 대회에서 얻은 '국민 감독'이라는 명예가 그의 마음을 돌렸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사령탑을 수락한 뒤 가장 먼저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을 1순위로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그들이 10년 이상 태극마크를 달면서 보여준 활약과 경험은 한국대표팀의 리더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승엽과 박찬호는 김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제1회 WBC에서의 4강 진출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인해 한국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가 없이 잇몸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1라운드 첫 경기인 대만과의 경기에서 9-0으로 압승을 거뒀으나 승자전에서 일본에 2-14, 콜드게임 패배의 수모를 당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줘 안심시켰다.
이에 분발한 한국은 1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영봉패(0-1)의 수모를 안겼다. 사상 최강의 타선이라고 자부한 일본 타선은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선수들의 선전 뒤에는 김 감독의 탁월한 지략과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 한 템포 빠른 마운드 운용이 있었다.
2라운드 첫 경기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빅볼과 스몰볼의 오묘한 조화로 김인식 특유의 야구 색깔을 공개했고, 4강 진출을 확정짓는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더 이상 한국 야구가 일본의 아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은 일본과의 최근 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섰다. 이같은 우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감독 선임 잡음으로 인해 과연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과 복병 대만을 꺾고 아시아라운드나 통과할지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과 선수들 간의 절대적인 신뢰는 또 한 번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한국 야구의 신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김인식 감독의 집념과 투혼의 야구가 공포의 대명사로 떠오를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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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대기자 sdm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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