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얼마 전 SK 포수 박경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박경완은 꽤 흥미로운 말을 했다.
" 사실 홈런은 현대에 있을 때 욕심이 좀 있었다. 수원 구장이 홈런치기 아주 유리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처럼 넓지 않았고 좌중간과 우중간이 직선으로 짧아 홈런이 많이 나왔다. 대전이나 대구보다 훨씬 유리했다. "
평소의 상식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말이었다. 수원 구장이 대구나 대전 구장보다 홈런 치기가 좋았다고?
문득 '국민 타자' 이승엽이 떠올랐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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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지난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단일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그해 홈런 2위는 현대 소속이던 심정수(54개.현 삼성)였다.
물론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이승엽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그 한켠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좁은 대구 구장을 홈으로 쓴 덕을 보고 있다'는 비아냥이 그것이었다.
수원구장이 홈구장인 심정수와 은근한 비교도 자주 입에 오르내렸다. 심정수가 불리한 조건이었다는 가정이 전제에 깔려 있었다. 수원구장이 대구구장보다 '훨씬'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경완의 말 대로라면...
홈런은 그냥 홈런일 뿐이다. 이승엽의 시원한 한방 덕에 많은 사람들이 후련한 쾌감을 여러차례 경험해봤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클수록 어쩌면 우리는 이승엽에게 그만큼씩 냉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지난 2006년 41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땐 솔로 홈런이 너무 많다고 수근거리기도 했고, 지난해엔 손가락 부상 속에서도 일본에서 3년 연속 30홈런을 해냈지만 2할6푼대로 떨어진 타율을 아쉬워했다.
그런 마음들은 현해탄 너머 이승엽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승엽은 올초 한 인터뷰서 " 나는 스트레스 덩어리 " 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승엽은 지금 또 한번의 큰 아픔을 겪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2군에 있는 이승엽은 매우 낯설다. 안정돼 보이던 그의 진로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많이 힘들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 뭐라고 생각할까...'하는 고민 따윈 애초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길 바란다.
'이승엽'은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때쯤이면 기다렸다는 듯 역전의 한방을 때려내는 불멸의 영웅'과 동의어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우리에게 이 사실을 차고 넘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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