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귀국한 박진만(삼성)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두근거린다 " 며 쿠바와의 올림픽 야구 결승전 9회 긴박했던 분위기와 마지막 4초의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1사 만루, 강민호 퇴장
" 구심이 자꾸 볼을 선언했다. 2003년 삿포로 생각이 났다. 볼넷 두개로 만루가 됐다. 쿠바에서 가장 잘 친다는 타자(구리엘)가 나오는 게 보였다. 느낌이 안 좋았다. 분위기는 이미 착 가라앉아 있었다. 민호까지 퇴장당했다. 이전까지 몸이 뜨거웠는데 민호 퇴장으로 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찬물 끼얹어진다는 게 딱 맞다. 그 순간, 다른 내야수들의 표정도 봤다. 동주형이나 승엽이는 큰게임을 많이 해봐서인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2루수 (고)영민이는 얼굴이 완전히 붕 떠있었다. "
▶대현아, 힘내자
" 투수가 (정)대현이로 교체될 때 감독님이 야수들을 마운드에 불러모으려 했다. 그런데 2루심이 못 모이게 제지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못본 척 하고 대현이한테 갔다. 대현이에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한 거다. 져도 괜찮으니 마음 편하게 던져' 하고 말해줬다. "
▶가슴이 철렁!
" 대현이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인데 방망이가 안 나오더라. 2구째 들어갈때 가슴이 철렁했다. 실투였다. 포수 (진)갑용이형이 완전히 빠져앉았는데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것도 안 치는 걸 보고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3구째도 더 빠지게 던지려 한 것 같은데 약간 몰렸다. 그리고 드디어, 구리엘이 쳤다. "
▶최후의 4초, 지옥 문앞까지 가다
더블플레이는 대략 4초 남짓한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진만은 이순간, 온세상의 짐을 혼자 떠안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 타구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뇌가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잡아야 한다, 놓치면 어떡하나, 그 생각 뿐이다. 잡아서 2루로 달려오던 영민이에게 토스했다. 영민이가 편안하게 스텝을 밟고 천천히 1루로 던져도 되는데 러닝스로 상태에서 몸을 꺾어 던지는 게 눈에 보여 순간 또 철렁했다. 2루에 서서 공이 1루로 날아가는 걸 보는데, 꼭 빠질 것 같았다. 승엽이가 잡는 순간, 저절로 목에서 괴성이 터졌다. 목이 다 쉬었다. "
▶허구연 위원님! 흑흑흑
박진만은 에피소드 한가지를 밝혔다. " 결승전 끝나고 한국에 있는 아내가 전화를 많이 받았다더라. 그런데 축하전화가 아니고, '너네 부부 가정불화 있었냐?'고 묻는 전화였다. "
MBC 허구연 해설위원이 우승 결정 직후 " 박진만 선수도 참 힘들었어요. 말씀드릴 순 없지만 가정사가 있어요 " 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가정사'란 표현 때문에 가정불화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산 것이다. 실은 지난해 태어난 아들 지후군이 몇달 전 넘어지면서 입 위쪽을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심하게 다쳤다. 치료는 잘 됐지만, 커가면서 심각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몰라 박진만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이 얘기를, 감정이 북받친 허위원이 앞뒤 자르고 하는 바람에 궁금증이 커졌다.
< 김남형 기자 scblog.chosun.com/star22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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