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철순 등)

[스크랩] OB 김경문, 박철순에 쌍욕을 하다

도깨비-1 2008. 7. 16. 16:22

대표팀 감독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시는 김경문감독님은 현역시절, 포수를 했습니다. 공주고-고려대를 나와 OB에서 82-89, 태평양에서 90, 다시 OB에서 91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선수 시절 성적은 10년간 타율 0.220 홈런 6개, 타점은 126개에 불과합니다. 은퇴후, 92,93년 미 애틀란타(톰 글래빈, 존 스몰츠, 그렉 매덕스/명장 바비 콕스)로 야구연수를 갔었고, 94-96 삼성코치, 98 OB, 99-03 두산 코치, 04-08년까지 계속해서 두산감독으로 역임하고 계십니다.


 


아 18, 오늘 공이 왜 이래 !

 

공이 마음에 안든 4년후배 김경문은 다급히 마운드에 올라가 따져 묻습니다. 하지만, 선배 박철순은 화를 내기는 커녕 " 오늘 쫌 그렇지 " 하고 맙니다. 박철순의 동생 박인순과 김경문은 공주고 동기였던점과 친형제처럼 둘의 사이가 돈독했기에 그런 거친언행도 가능했습니다.

 

22연승, 박철순이 등판한 36경기 전 경기에 전임포수로 나섰던 김경문은 선배를 다그치며 24승 4패 7세이브 방어율 1.84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냅니다. 당시 OB는 김경문과 조범현이 있었지만, 1선발과 2선발인 박철순과 선우대영은 김경문이 전담했습니다.

 

박철순은 김경문을 두고 " 안방마님으로서 살림 잘하고, 성격 좋고, 얼굴도 이쁜 편이다. 체구는 작았지만 투수의 마음을 매우 잘 헤아렸고, 투수리드와 미트질, 경기를 읽는 눈이 좋아 편하게 공만 던질 수 있게 해준 훌륭한 포수였다 "

 

또,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1988년 OB는 희한한 기록과 함께 시즌을 시작합니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야 할 팀의 에이스 김진욱은 개막전 전날 경남상고운동장에서 가볍게 런닝을 합니다. 내일 있을 선발에 대비해 몸을 풀어 두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부터 온지 알 수 없는 공이 하필이면 거시기를 통타했고, 그는 혼절해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병원으로 실려간 김진욱은 그 충격의 여파로 개막전 선발이 불가능했고, 끝내 그는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거시기를 제대로 쎄게 맞춘 사람은 팀동료 김광림이었고, 김광림 또한 개막전에 대비한 타격 연습도중 뜻하지 않게 팀 에이스의 거시기를 맞추는 대형사고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대신 투입된 선수가 장호연입니다. 능글능글한 투구스타일로 타자들에겐 신경질을 나게 만드는 그런 투수였는데, 이 선수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게 됩니다. 상대팀은 롯데였습니다.

 

결과는 4-0으로 OB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장호연과 짝을 이뤄 배터리를 이루었던 김경문은 27아웃을 잡아내면서 삼진을 단 한 차례도 뽑지 못했습니다. 허나, 더욱 더 놀라운 점은 삼진 뿐이 아니라 안타도 득점도 한개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개막전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입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전병호 쯤 된다고 할까요. 전혀 내세울 것도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구질이 단 한개도 없는 장호연투수가 완봉승도 아니고,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는 김경문의 철저한 맞춰 잡는 투수리드에 힘입어 그와 같은 일을 해낸 것입니다.

 

노히트 노런 포수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수가 잘 던졌기에 그렇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저속투구를 일삼는 장호연을 리드하며 단 한개의 삼진없이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면 그것은 포수를 더 칭찬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충청도 양반답게 느긋한 듯 하면서도 58년 개띠라 그런지 삶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김경문감독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보다 그 이상의 연륜이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선동열이 싫다고 마다했던 팀이 두산입니다. 지원도 시원찮고, 선수도 없는 그런 두산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김경문이 대타로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선동열은 선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 김경문은 당당히 8연승이라는 상승세를 타며 2위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을 김경문감독은 보고 있을 겁니다. 분명 그는 쉽지않은 길을 걸어 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를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출처 : 원효
글쓴이 : 원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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