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철순 등)

[스크랩] "이제는 말한다" 야구 금메달 뒷얘기들

도깨비-1 2008. 8. 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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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포츠서울 2008.08.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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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종가 미국과의 첫경기를 멋지게 장식하고. 결국 금메달까지 따낸 야구 대표팀은 9부작 드라마를 썼다. 보는 이를 공포에 빠지게 하는 스릴러였고. 눈물까지 떨구게한 진한 멜로였다. 9편을 몽땅 모아놓으니.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1%E8%B0%E6%B9%AE&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김경문 감독이 감독을 맡고. 24명의 선수가 모두 주연으로 등장한 초대형 블록버스트가 됐다. 동원관객 4300만으로 흥행도 대성공이었다. 심장 약한 사람 못 견뎠고. 가슴이 메마른 사람도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역사적인 드라마의 메이킹 필름을 공개한다.

◇난데 없이 떨어진 '집합명령'
22일 일본과의 준결승 뒤 선수들은 하염 없이 울었다. 이용규는 아예 주저앉아 통곡했다. 23일 쿠바와의 결승을 앞두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할만큼 했고. 이미 병역 면제 됐으니 선수들이 긴장을 풀 것이다'라는. 22일 밤. 쿠바와 미국의 준결승을 시청하고 난 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1%F8%B0%A9%BF%EB&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진갑용. 김민재. 김기태 코치가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WBC 때 예선 전승하고 좀 느슨해져서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정신 단단히 차리길 바란다"고 따끔하게 말했다. 진갑용은 "금메달 따면 돈이 얼마고?"라고 경제적으로 호소했고. 김기태 코치는 "이렇게 잘해놓고 지면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마지막 투혼을 호소했다.

◇Low Ball. No Ball?
쿠바와의 결승전 9회 1사만루서 포수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0%AD%B9%CE%C8%A3&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강민호가 심판의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D%BA%C6%AE%B6%F3%C0%CC%C5%A9%C1%B8&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스트라이크존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만루가 되던 시점. 강민호는 공을 받은 미트를 그대로 고정시킨 채 심판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 심판이 욕설을 하며 공을 달라고 하자. "공이 낮았는가(Low Ball)"라고 물었더니. 심판이 퇴장을 명했다. 강민호는 "로볼을 'No Ball'(나 공없다. 또는 볼이 아니다)로 잘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전부터 쿠바선수랑 심판이 자꾸 대화를 하더니. 나중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편파적이었다. 퇴장 명령을 받고 너무 화가나 글러브를 집어 던졌다."

◇"아픈 표정이 아니잖아?"
쿠바전 6회 이용규가 다리에 볼을 맞고도. 사구 판정을 받아내지 못한 것도 어처구니 없긴 마찬가지. 한국이 항의하자 쿠바와 같은 라틴계인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7%AA%BF%A1%B8%A3%C5%E4%B8%AE%C4%DA&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푸에르토리코 심판이 "공에 맞았다면 아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묵살했다고.

◇라틴동맹에 일본도 화났다
이날 결승전을 생중계하던 일본 TV 해설가들은 심판의 판정이 편파적으로 흐르자. "너무 심하다"고 하더니. 강민호가 퇴장당하자 "이건 말도 안된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한국 관계자들에게 "라틴계 심판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부터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한국팀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누드 인터뷰. 꿈보다 해몽
김경문 감독은 대회 직전 꿈얘기를 묻자. "꾸긴 꿨는데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다. 금메달 획득 뒤 다시 물었더니 "좀 민망한데. 홀딱 벗고 인터뷰하는 꿈이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길몽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걸친 거 하나 없었냐'는 농담성 질문이 나오고. 김감독은 배시시 웃었다. 인터뷰실에서 '이길 때마다 하나씩 벗고. 9전승으로 다 이겼으니 하나 남은 것 없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금메달 인터뷰하고'라는 해몽이 나왔다.

◇숀 코널리. 나훈아? 예외 없는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2%A1%C5%A9%BD%BA&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징크스
해설을 맡은 SK 김성근 감독.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A%A3%C0%CC%C2%A1+%BF%C3%B8%B2%C7%C8&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베이징 올림픽 한국선수단 김정행 단장. KBO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7%CF%C0%CF%BC%BA&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하일성 사무총장 모두 맨발로 다녔다. "처음 본 경기 이길 때 맨발이었던 터라. 쌀쌀할 때도 양말을 신지 못하겠더라." 하일성 총장은 발톱도 깎지 않아. 맨발에 포인트를 줬다. 또 수염도 깎지 않았다. 허연 수염이 온 얼굴을 덮었다. "누군 숀 코널너 같다고 하고. 누군 나훈아 같다고 하더라. 계속 기를까?"

◇병상의 아내. 그리고 마지막 잎새
김동주는 금메달을 딴 뒤 울먹였다. 베이징으로 향하던 지난 10일 아내가 신장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 대표팀 출전을 포기하려했더니. 아내가 말리면서 "대신 금메달 따줘"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포로. 후배들의 선배로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된 그는 "아내와 약속을 지키게 됐고. 아내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연상케했다.

◇'파이팅하자!'메모의 진실은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에 앞서 22타수 3안타로 거의 역적이 돼가던 이승엽은 일본전 선발로 내정된 김광현에게 게임 전날 오전 메모를 남겼다. '우리 파이팅하자!' 이승엽은 24일 이렇게 밝혔다. "기분 전환할 겸 해서 일본전 앞두고 동료들과 쇼핑 하면서 모자 하나 샀다. 사고 났더니 어린 애들이나 쓰는 거였다. 누굴 줄까 고민하다가. 선수촌 1층에 있는 광현이 방이 보였고. 마침 광현이가 일본전 선발이라 침대에 모자를 놓고 나왔다. 그런데 누가 준건지 모를 것 같아. 파이팅하자고 메모를 남기고 내 사인을 써놨다"면서 "광현이가 뻥을 좀 친 모양이다. 어쨌든 호투에 도움됐다니 기분좋다"고 말했다.

◇"잠좀 자자!"
예선에서 부진한 이승엽의 마음은 누구라도 짐작하고 남을 일. 이승엽은 "하도 안맞아 '여기서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타격감이 절정이던 후배 김현수에게 '너 어떻게 이렇게 잘 치니?'라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전 홈런으로 한숨 돌렸고. 금메달로 감격을 맛봤다. 메달 받은 직후 도핑검사를 한 뒤 뒤늦게 선수촌으로 돌아간 그는 "와~"라고 괴성을 질렀고. 다음날 경기를 위해 훈련을 마치고 늦게 잠든 마라톤 선수들이 창문을 열고 "나도 잠좀 자자!"라고 소리쳐 깜짝 놀랐단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1%A4%B4%EB%C7%F6&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824202113880" target=new>정대현 뒤늦게 호출한 사연은
23일 쿠바와의 결승을 지켜봤던 이들은 9회말 정대현의 지각 투입에 대해 의아해했을 터. 김경문 감독은 24일 이에 대해 "이제야 말한다. 정대현의 허리가 좋지 않았다. 8회까지 류현진. 9회 정대현은 누가 봐도 깔끔하다. 그런데 정대현이 아파 고민이 컸다. 9회 만루 위기가 오고. 진갑용에게 물었다. 나는 윤석민을 쓰고 싶었는데. 진갑용이 정대현이 좋다고 해서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한기주 불쇼. 피치못할 사정
예선 때의 관심사는 한기주의 잇단 투입과 불쇼였다. 그런데 정대현의 비밀이 풀리면서 이 역시 명쾌하게 정리됐다. 김 감독은 "정대현의 허리가 좋지 않아. 어떻게든 한기주를 살려내야 했다. 그래서 계속 넣어서 자신감을 찾길 바랐던 것이다"며 "한기주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더욱 한덩어리로 뭉칠 수 있었다"고 정리했다.

◇김동주의 한마디. 박진만 자극
한국은 2-1로 앞서던 7회 한점을 뽑아 한숨 돌렸는데. 곧바로 7회말 동점을 내준 걸 보면 7회초 득점이 없었다면 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그 득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WBC를 통해 세계적인 유격수로 평가됐던 박진만은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안타 하나 뽑지 못했다. 쿠바와의 결승 두번째 타석까지도 무안타. 7회 세번째 타석에 앞서 김동주가 박진만에게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 "안타 한개는 치고 귀국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기분이 상했을까. 박진만은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득점까지 했다.

◇쿠바전 송승준의 호투는 이렇게 탄생
이번 대회 주연급 조연중 하나가 송승준. 그의 엔트리 발탁과 관련해 뒤늦게 밝혀진 얘기. 대회 직전 사직에서 열린 두산-롯데전 때 손민한이 김경문 감독을 찾아 "승준이랑 저를 놓고 고민하신다면. 승준이를 써주세요."

베이징 | 윤승옥기자 touch@- 대한민국 스포츠 연예 뉴스의 중심 스포츠서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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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전승 금메달, 야구대표팀의 후일담

일간스포츠|한용섭 기자|2008.08.24 19:53 입력

 



①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대표 선수들은 벌써부터 내년 3월 열리는 WBC 출전 희망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06년 WBC 첫 대회 때 홈런왕을 차지한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을 비롯해 이번 대회 허벅지 부상으로 제대로 출장하지 못한 진갑용(삼성) 등은 WBC에서도 한국 야구의 저력을 과시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이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 김경문 감독은 "일단 소속팀인 두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②김경문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숨겨왔던 '꿈 이야기'를 우승 후 공개했다. 꿈 내용은 한 마디로 '누드 인터뷰'였다. 김 감독은 베이징으로 오기 전 꿈 속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했는데 벌거벗고 있었다는 것. 참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이후 꿈 내용을 주위에 물어보니 '좋은 징조'라고 말해 숨겨왔다. 괜히 복이 달아날까 미리 얘기하지 않았고 결승전이 끝난 후 요상한 꿈 내용을 소개해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③쿠바와의 결승전 9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세이브를 거둔 정대현은 사실 허리 부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문 감독은 24일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정대현이 허리 부상으로 몸이 안 좋았다. 1사 만루에서 윤석민을 투입할 생각이었는데 불펜에서 공을 받았던 진갑용이 '정대현 볼이 좋다'고 말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정대현 등판에 대해 설명했다. 정대현은 일본과의 예선전에서도 5-3으로 앞선 9회말 1사 2,3루에 등판, 두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 두 점 차 승리를 지켰다.

④24일 코리아 하우스에서 진행된 포상금 수여식에서 주장 진갑용은 "포상증서가 너무 무겁다"라고 말해 한바탕 웃겼다. 이날 선수들을 대표해서 진갑용과 이승택은 이연택 대한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각각 3750만원(약 3만5000달러)의 금메달 포상금 증서를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8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또 이승엽 등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는 평생 매달 1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⑤올림픽에서 코칭스태프는 메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김경문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게 국내에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 수여하기로 했다.

⑥이승엽, 김동주, 이종욱 등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승엽은 2군 생활하는 동안 새벽부터 일어나 말없이 뒷바라지 한 것에 고마워했다. 김동주는 아내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올림픽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아내가 아픈 상황에서도 아무런 내색없이 올림픽에 나가라고 격려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⑦봉중근은 우승 직후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기위해 믹스트존으로 이동하는 사이, 혼자 마운드에서 열심히 흙을 긁어 물병에 담았다. 봉중근은 "올림픽 금메달은 일평생 기념되는 것이라서 꼭 마운드 흙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 마운드가 너무 딱딱해 파느라 고생했다"고 밝혔다.

⑧하일성 KBO 총장은 금메달 시상식 후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하 총장은 "내 평생 헹가래 받아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야구와 인연을 맺은 이후 우승 같은 것은 한 번도 못했는데…"라고 감격했다. 한편 하 총장은 미국과의 첫 경기부터 징크스를 고려해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다. 하 총장은 "우승하자마자 숙소로 와서 발톱을 깎은 것이 제일 기분 좋다"고 말했다.

⑨감격적인 우승을 확정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 친후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몇몇 선수들은 마운드에 소형 태극기 2개를 꽂아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때의 태극기 세레머니를 재현했다.

⑩김경문 감독은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 덕아웃에서 망연자실하며 눈물을 흘렸던 안토니오 파체코 쿠바 감독을 찾아가 악수를 나누었다. 두 감독은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교환하고 포옹을 했다.

⑪25일 오후 귀국하는 야구대표팀은 26일 메달리스트를 위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프로야구가 속개되지만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각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승엽도 그래서 27일 오전 일본으로 건너간다.

⑫진갑용은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야구의 수준에 대해서 질문을 받자 "세계 최강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진갑용은 "보통 한국의 수준을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수준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뛰어보지 못해 모르겠다.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최고아닌가"라고 설명했다.

⑬진갑용은 김경문 감독에 대해서 "너무 대단하다. 왼손투수가 나와도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왼손을 투입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을 웃겼다. 김감독도 덩달아 웃었다.

한용섭 기자

 

 

 

이승엽에서 이승엽으로 끝난 올림픽 야구

일간스포츠|이석희 기자|2008.08.24 19:47 입력

 



부진해도 뉴스였고, 한-일전과 결승전서 홈런을 날리니 더욱 뉴스였다. 한국 대표팀 중심 타자 이승엽의 2008베이징야구는 그만큼 특별했다.

금메달을 딴 23일 밤 동료들과 술 한잔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이승엽은 24일 베이징 시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메달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혼자 괴성을 지르다

이승엽은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선수촌에서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회식 장소로 이동한 탓에 그는 숙소에 혼자 남게 되었다.

선수촌 옆 숙소가 비어 있는 줄 알고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옆 숙소에 마라톤 선수들이 자고 있을 줄이야. 워낙 큰 소리 탓에 잠을 깬 마라톤 임원은 이승엽에게 "내일 아침에 마라톤을 뛰어야 한다. 좀 조용히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죄.

▶김광현에게 쓴 편지

준결승 일본전 선발 투수 김광현은 "전날 승엽이 형이 편지를 건넸다. 그래서 파이팅했다"고 밝혔다.

편지 내용이 모두들 궁금했을 터. 그러나 이승엽은 편지가 아니라 메모였다고 한다. 선수촌 내에서 모자를 하나 샀는데 자신은 도저히 쓸 용기가 없고 젊은 선수들한테 어울릴 법해 숙소에 들어오면서 입구 방에 있던 김광현의 침대에 모자를 놓아 두었다고.

누가 준 것인지 모를 것 같아서 작은 메모지에 '내일 화이팅하자'라는 내용과 사인을 해 자기가 건넨 선물임을 확실히 했다. 김광현이 이를 편지라고 하는 바람에 과장이 됐다는 것이다.

▶우승 확정공을 챙기다

이승엽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록한 공을 잡자 마자 얼른 뒷주머니에 챙겼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승엽은 "준결승부터 문정균 매니저가 마지막 공을 꼭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잃어버리지 않게 얼른 공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내가 가져가면 너무 이기적이다. 좋은 곳에 보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호 덕담, 요미우리 동료의 덕담

14명의 병역을 한꺼번에 면제 시켜준 게 이승엽의 홈런 한 방. 이승엽은 후배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그 중 이대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 잘 생겼다. 오늘은 진짜 잘 생겨 보인다." 한편 요미우리 동료인 포수 아베와 투수 우에하라는 이승엽에게 "꼭 금메달을 따라"고 축하해주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일본 언론의 걱정대로 일본에 결국 패배를 안겨준 것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선수라면 최선을 다해야된다. 만약 요미우리 선수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본다면 같은 팀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27일 아침 일본에 돌아가서는 2군에 합류할 것이다. 1군 기회가 올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