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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발언추가≫
(서울=연합뉴스) 서동희 기자 = "20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레바논 땅 위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군의 표적이다."
베이루트 국제공항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마비돼 고국방문을 포기하고 지난 21일 서울로 발걸음을 돌린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레바논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말 대사는 "이스라엘은 레바논 땅을 무단점령해놓고 이에 대한 '저항'을 '테러'라고 부르고 있다"며 "헤즈볼라의 '저항'은 합법이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 바로 '테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가 제안한 포로교환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이 갑자기 도로와 다리를 마구 파괴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에서 나가고 난민들의 귀향을 허용하며 팔레스타인 정부를 수립하게 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라말 대사와 일문일답.
--미국이 원조의사를 밝혔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환영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구호물자를 베이루트 내 난민들에게 수송할 통로가 막혀있다. 적십자 차량도 공습당했고 아랍에미리트가 보낸 수십 대의 앰뷸런스도 저지당했다. 현재 레바논에는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들다. 길을 걸어다니는 것 조차 위험하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는데 왜 시민을 죽이고 있는가. 이것은 레바논 국민을 말살하려는 의도에 다름없다. 이스라엘군 지도자는 헤즈볼라가 로켓포를 1발 쏘면 레바논 내 건물 10채를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지금 베이루트 내 대부분의 건물은 모두 폭격당해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하다.
--미국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정전은 없다"고 말했는데.
▲미국은 (유엔을 비롯해서) 어느 나라와도 입장이 같지 않다.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원조하고 지지하는 나라다. 미국은 또 레바논을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지하 방공호를 뚫을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이스라엘에 보냈다. 레바논과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이 제시한 조건을 먼저 수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인명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협상이 가능한가. 공습을 중단해야 협상이 가능한 것 아닌가.
--레바논 군대는 왜 더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가.
▲레바논은 교황이 방문해서 말했듯, "평화를 사랑하는 문명국가이며 '평화의 상징'이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나라"다. 우리 군대는 우리나라 규모에 맞게 구성돼 있고 이스라엘처럼 전쟁을 통해 강화된 군대가 아니다. 균형이 안 맞는 상대와 어떻게 싸움을 하겠는가.
--유엔이 파견한 PKO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197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자 유엔은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 철수를 요청하고 평화유지군(Peacekeeping Operation)을 보냈지만 이스라엘은 철수는 커녕 레바논 땅 위에 '보안구역'(security belt)을 만들어 평화유지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평화유지군은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성격의 군대라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약에 군대가 파견된다면 이보다 좀 더 강력한 군대가 유엔을 통해 파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방안들은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의 '구상'일 뿐 실질적으로 결정이 됐다거나 레바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사안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헤즈볼라가 존재할 이유는 없어지는 건가.
▲헤즈볼라의 목표는 첫째 슈브아땅을 해방시키고 둘째 레바논인 포로들을 석방하고 셋째 쉐바땅에 묻혀있는 지뢰들의 좌표를 보여주는 '지뢰 지도'를 건네받는 것이다. 이 세가지 외에는 공헌할 게 별로 없다고 보지만 헤즈볼라는 정당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사회적 연대를 이룬 집단이다. 헤즈볼라를 단순한 무장세력으로만 이해하면 안된다.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단체이지만 군사활동은 일부분이다.
--이스라엘로 인한 피해를 더 들자면.
▲1945년 이스라엘-레바논 종전협정 후 적대적 행위가 금지됐지만 이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매일 '소음벽(비행기가 급격히 고도를 옮길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 해안에는 이스라엘의 선박이 정찰을 하고 있다. 이는 매일 보고서를 작성하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증언해줄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레바논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이고 또 대응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1만1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수용소에 갇혀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만행과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실'을 한국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스라엘 주장에 따르면 이 보안구역은 이스라엘을 헤즈볼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먼저 이 문제는 '테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해야겠다. '테러'와 '저항운동'은 구분해야 하며 이스라엘이 설정한 보안구역은 자기네들이 점령한 레바논 땅 안에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자신들이 레바논 땅을 점령해놓고 이에 '저항'하는 우리에게 '테러'라니 말이 안 된다. 이렇기 때문에 레바논내 저항세력이 생긴 것이다. 본인은 '테러'와 '국민적 저항'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전 당사자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라고 하지만 애꿎은 레바논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번 교전의 발발 원인이 헤즈볼라라고 해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다. 지금의 전쟁은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에 대한 전쟁이다.
인터뷰 중 한국인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한 라말 대사는 "한국이 냉전으로 인해 분단되었던 것처럼 현재의 중동사태도 냉전의 상흔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막상 대가는 평화를 사랑하는 유순한 사람들이 치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주한 레바논 대사관은 외환은행 '레바논 대사관 (601-000-250-862)'계좌를 통해 현지 난민들에게 전달할 기금을 모으고 있다.
dhsuh51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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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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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동희 기자 = "20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레바논 땅 위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군의 표적이다."
베이루트 국제공항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마비돼 고국방문을 포기하고 지난 21일 서울로 발걸음을 돌린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레바논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말 대사는 "이스라엘은 레바논 땅을 무단점령해놓고 이에 대한 '저항'을 '테러'라고 부르고 있다"며 "헤즈볼라의 '저항'은 합법이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 바로 '테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가 제안한 포로교환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이 갑자기 도로와 다리를 마구 파괴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에서 나가고 난민들의 귀향을 허용하며 팔레스타인 정부를 수립하게 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라말 대사와 일문일답.
--미국이 원조의사를 밝혔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환영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구호물자를 베이루트 내 난민들에게 수송할 통로가 막혀있다. 적십자 차량도 공습당했고 아랍에미리트가 보낸 수십 대의 앰뷸런스도 저지당했다. 현재 레바논에는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들다. 길을 걸어다니는 것 조차 위험하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했는데 왜 시민을 죽이고 있는가. 이것은 레바논 국민을 말살하려는 의도에 다름없다. 이스라엘군 지도자는 헤즈볼라가 로켓포를 1발 쏘면 레바논 내 건물 10채를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지금 베이루트 내 대부분의 건물은 모두 폭격당해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하다.
--미국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정전은 없다"고 말했는데.
▲미국은 (유엔을 비롯해서) 어느 나라와도 입장이 같지 않다.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원조하고 지지하는 나라다. 미국은 또 레바논을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지하 방공호를 뚫을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이스라엘에 보냈다. 레바논과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이 제시한 조건을 먼저 수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인명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협상이 가능한가. 공습을 중단해야 협상이 가능한 것 아닌가.
--레바논 군대는 왜 더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가.
▲레바논은 교황이 방문해서 말했듯, "평화를 사랑하는 문명국가이며 '평화의 상징'이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나라"다. 우리 군대는 우리나라 규모에 맞게 구성돼 있고 이스라엘처럼 전쟁을 통해 강화된 군대가 아니다. 균형이 안 맞는 상대와 어떻게 싸움을 하겠는가.
--유엔이 파견한 PKO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197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자 유엔은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 철수를 요청하고 평화유지군(Peacekeeping Operation)을 보냈지만 이스라엘은 철수는 커녕 레바논 땅 위에 '보안구역'(security belt)을 만들어 평화유지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평화유지군은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성격의 군대라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약에 군대가 파견된다면 이보다 좀 더 강력한 군대가 유엔을 통해 파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방안들은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의 '구상'일 뿐 실질적으로 결정이 됐다거나 레바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된 사안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헤즈볼라가 존재할 이유는 없어지는 건가.
▲헤즈볼라의 목표는 첫째 슈브아땅을 해방시키고 둘째 레바논인 포로들을 석방하고 셋째 쉐바땅에 묻혀있는 지뢰들의 좌표를 보여주는 '지뢰 지도'를 건네받는 것이다. 이 세가지 외에는 공헌할 게 별로 없다고 보지만 헤즈볼라는 정당을 기반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사회적 연대를 이룬 집단이다. 헤즈볼라를 단순한 무장세력으로만 이해하면 안된다.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단체이지만 군사활동은 일부분이다.
--이스라엘로 인한 피해를 더 들자면.
▲1945년 이스라엘-레바논 종전협정 후 적대적 행위가 금지됐지만 이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매일 '소음벽(비행기가 급격히 고도를 옮길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 해안에는 이스라엘의 선박이 정찰을 하고 있다. 이는 매일 보고서를 작성하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증언해줄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레바논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이고 또 대응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1만1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수용소에 갇혀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만행과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실'을 한국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스라엘 주장에 따르면 이 보안구역은 이스라엘을 헤즈볼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먼저 이 문제는 '테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해야겠다. '테러'와 '저항운동'은 구분해야 하며 이스라엘이 설정한 보안구역은 자기네들이 점령한 레바논 땅 안에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자신들이 레바논 땅을 점령해놓고 이에 '저항'하는 우리에게 '테러'라니 말이 안 된다. 이렇기 때문에 레바논내 저항세력이 생긴 것이다. 본인은 '테러'와 '국민적 저항'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전 당사자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라고 하지만 애꿎은 레바논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번 교전의 발발 원인이 헤즈볼라라고 해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레바논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다. 지금의 전쟁은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에 대한 전쟁이다.
인터뷰 중 한국인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한 라말 대사는 "한국이 냉전으로 인해 분단되었던 것처럼 현재의 중동사태도 냉전의 상흔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막상 대가는 평화를 사랑하는 유순한 사람들이 치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주한 레바논 대사관은 외환은행 '레바논 대사관 (601-000-250-862)'계좌를 통해 현지 난민들에게 전달할 기금을 모으고 있다.
dhsuh5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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