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스크랩] 수백억짜리 다리 왜 놓았지?

도깨비-1 2006. 7. 19. 12:53
뉴스: 수백억짜리 다리 왜 놓았지?
출처: 중앙일보 2006.07.19 05:13
출처 : 사회일반
글쓴이 : 중앙일보 원글보기
메모 : [중앙일보 이해석] 목포에서 쾌속선 카페리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인구 3900여 명)와 도초도(3200여 명). 정부는 10년 전 244억원을 들여 두 섬 사이 812m를 잇는 서남문대교를 놓았다. 그러나 두 섬 주민들은 거의 교류가 없다. 농협.파출소 등이 별도로 있고 목포를 오가는 화물선도 따로 운행한다.

특산물인 시금치 또한 비금도는 '섬초', 도초도는 '섬 시금치'란 상표로 출하한다. 버스는 비금도와 도초도 안에서만 돌 뿐 이웃 섬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 이웃 섬으로 가려면 8000원을 내고 택시를 타야 한다.

도초도에 사는 최모(64)씨는 "관광객이나 두 섬을 오갈 뿐 일반 주민은 거의 왕래하지 않는다"며 "다리를 이용하는 차량이 시간당 10대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연도교(섬과 섬을 잇는 다리)와, 연륙교(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 섬이나 뭍과의 교통을 편하게 만들고 생활권을 넓혀 준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다리가 개통된 뒤에도 섬끼리 거의 교류하지 않고 독자적인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는 1985년부터 2004년까지 3개의 다리가 잇따라 놓여 자은도에서 안좌도까지 자동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간 정부예산은 882억원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면 자은도~암태도만 통행할 수 있을 뿐이다. 노선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나머지 섬에서는 버스가 섬 안에서만 맴돈다. 안좌도 주민 김모(46.여)씨는 "자은도에 갈 때는 1만8000원을 주고 택시를 탄다"며 "버스조차 오가지 않으려면 많은 돈을 들여 다리를 왜 놓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4개 섬의 인구는 모두 합쳐 1만여 명이지만 면사무소.보건지소 등 공공시설은 섬마다 따로 운영된다. 이렇다 보니 인력.예산 낭비가 적지 않다. 보건지소의 경우 각각 의사 3~4명과 간호사.직원 등 3~5명이 근무해 총 인원은 31명이나 된다.

고흥군 사정도 비슷하다. 포두면~내나로도(인구 1900여 명)~외나로도(인구 2800여 명)는 길이 380m 연륙교와 450m 연도교가 가설된 지 10년이 넘었다. 내나로도와 외나도로는 10분이면 갈 수 있으나 중학교가 따로 있다. 내나로도의 백양중과 외나로도의 봉래중 학생 수는 각각 41명과 57명이고, 교사가 10명씩 근무하고 있다. 한 교사는 "연륙.연도교만 덩그러니 놓아졌지 주민 통합은 실패해 아직도 고립된 섬 시절처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가 371억원을 들여 길이 325m의 다리를 놓은 여수시 백야도는 육지의 안일초등학교까지 차로 10여 분 거리임에도 여전히 분교(학생 6명, 교사 3명)를 운영 중이다. 백야도는 다리 개통 전인 2005년 3월 말 482명이었던 주민 수가 6월 말 현재 432명으로 10% 감소했다.

백야도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다리를 놓는 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섬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안군 관계자는 "교량이 건설되면 기관 합병과 생활권 통합이 필요하나, 주민들이 저마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 도로교통과 이정국씨는 "수백 년 동안 독립적으로 살아온 섬 사람들이 교량이 생겼다고 곧바로 이웃 섬과 섞여 살기는 어렵다"며 "시일이 흐르고, 이웃 섬이나 육지로 더 연결되면 연륙교나 연도교의 효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lhsaa@joongang.co.kr ▶이해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lhs11/

[내 손안에 정보 조인스 모바일 2442+ NATE/magicⓝ/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