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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與 "통렬 반성, 한번만 기회를"..마지막 읍소>

도깨비-1 2006. 5. 25. 23:37
뉴스: <與 "통렬 반성, 한번만 기회를"..마지막 읍소>
출처: 연합뉴스 2006.05.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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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위기의식 팽배..비상총회 의원 1백여명 참석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고일환 기자 = 열린우리당이 25일 긴급 소집한 비상총회는 등돌린 민심 앞에 주저앉은 집권여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

사상 최악의 참패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망연자실함과 "그래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지 않느냐"는 비장감이 한데 뒤엉켜 회의장은 시종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날 영등포 당사 신관건물에서 열린 총회에는 `싹쓸이를 막아주세요'라는 노란색 리본을 단 의원과 당직자, 고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총회는 시작부터 뼈아픈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데는 소홀히 하면서 `요란한 개혁'만을 외쳐대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해왔다며 `총체적 반성'이 절실하다는 자성론이 줄을 이은 것.

이러다가는 지방선거는 고사하고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회복불능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절박한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부산지역 출신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이 여당에 대해 많은 기회를 줬는데, 그동안 독선적이고 오만하고 위선자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남이 잘못하면 완전히 난도질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는 관대한 이중적 잣대를 갖고 정치를 해온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 출신의 최성(崔星) 의원은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는 그동안 누적됐던 참여정부의 실수와 개혁 만능주의 정책노선에 대한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 "여당으로서의 넉넉함이 없었다" "관용을 베풀줄 모르는 정당"이라는 등의 뼈아픈 진단이 뒤따랐다.

이런 반성의 기조위에서 이번 선거전을 진두지휘해온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인사말에서 꺼내든 화두는 `거야(巨野) 견제론'이었다. 한나라당이 지방권력을 `싹쓸이'하는 것만 막아낼 수 있도록 우리당을 한번 도와달라는 절박한 읍소인 셈이다.

정 의장은 "우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직면해 있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이대로 야당이 전국을 장악하는 국면이 도래한다면 지방자치 11년 역사가 후퇴하는 국면이 오고 이것은 단지 민주평화세력 위기일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심대한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 의장이 전날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과도 흐름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민주개혁세력이 일대 위기에 봉착해있는 만큼 `반(反) 한나라당 전선' 하에 전통적 지지층이 다시 뭉쳐야 한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는 것.

정 의장은 이어 "탄핵 후폭풍 속에서도 국민들은 불의를 저지른 한나라당에 대해 견제세력을 주었던 위대한 국민"이라며 "5.31 지방선거에서 평화미래개혁 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국민은 우리당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라며 "우리당이 못난 자식이 돼버렸지만 어머니에게 못난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숨어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내부를 향해서는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 최후의 순간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사력을 다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총회에서 `선거이후'를 거론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선거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 책임과 선거이후의 정계개편 그림을 놓고 이런 저런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막상 이의를 다는 계파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그만큼 현 상황이 당의 존립마저 좌우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계파를 가로지르고 있는 분위기인 셈이다. 주요 계파에 속한 당내 중진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소장파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할 말은 많은데 선거 끝나고 이야기 하자" "지금은 처절하게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 외에 없다" "따로 발언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가급적 의견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부이지만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선거 이후를 겨냥해 민주대연합론을 제기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며 "먼저 내부부터 추수르리고 난 이후에 외연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전 대전시당 위원장인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기자들에게 "모든 여론조사에서 15% 이상 앞서고 있는데 무슨 격전지냐"고 항의하고, "공정하게 기사를 써준다면 대전은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는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겼고, 강창희 대전시당위원장도 마찬가지인데 왜 우리 후보(염홍철)의 당적 변경(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만 문제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16개 시.도당의 판세보고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사건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전황(戰況)'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언론보도 보다도 훨씬 심각하더라"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염 총장은 "기초단체장(230곳) 가운데 우리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곳은 2곳 뿐"이라며 "우리당이 20여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것은 접전우세 지역"이라고 말했다.

강금실(康錦實)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인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서울시내 25개 구청장은 `전패'가 확실하다"고 털어놨다.

전병헌(田炳憲) 상황본부장은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한나라당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의도중 일찌감치 자리를 뜬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어렵다" "굉장히 어렵다"는 말만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김종률(金鍾律) 의원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자유토론은 당의 위기탈출 해법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기 보다는 경륜과 신망을 갖춘 당 중진의원과 원로급이 앞장 서서 당의 단합과 결속을 `독려'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소장파들은 단 한명도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당에 분란이 빚어지는 것처럼 외부에 비쳐질까 우려해 내부 `입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의장 측근인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모인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좋을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은 2002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내 `특대위'를 구성해 위기를 돌파했던 조세형(趙世衡) 상임고문,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던 임채정(林采正) 의원, 당내 계파와 관계없이 신망이 두터운 배기선(裵基善) 의원이 맡았다.

먼저 조세형 상임고문은 "선거라는 것이 이길 때도 있고 질때도 있는 법"이라며 "주어진 악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과거 공화당 시절에도 공화당이 싹쓸이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분명한 것은 이기고 지는게 아니라 지켜야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외부에서 영입한) 후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좋은 인물을 데려왔는데, 당 때문에 그 분들이 매를 맞고 있지 않은가"라는 `뼈있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배기선 의원은 좌중을 향해 "여러분 피곤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지난 몇년간 국민들이 당한 고통은 우리가 느끼는 고통보다 더욱 크다"고 따끔한 `일침'을 놨다.

배 의원은 "국민들이 아주 혹독한 매를 들고 있는데, 매질은 우리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반성해서 부활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매질"이라며 "국민들이 우리당에 많은 지지와 기대를 보냈는데, 우리당은 너무 가볍고 멀리 있었다는 반응이 많더라"고 지적했다.

임채정 의원은 "솔직히 지금 판세를 뒤엎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설사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 열심히 뛰지 않으면 2년후에 국민들이 다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기죽지 말고 더욱더 큰 싸움을 준비한다는 자세로 나머지 일정을 최선을 다해서 혼신의 힘으로 포기하지 말고 뛰어야 한다"고 `전의'를 돋웠다.

소장파를 비롯해 참석의원 대다수는 이날 자유토론에서 말을 아꼈지만 회의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는 `참았던' 말들을 슬그머니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정 의장이 전날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놓고는 부적절하다거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비판적 시각들을 표출, `선거 이후'의 그림을 놓고 당내 이견이 표면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대연합론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호남에 갔으니 호남인들에 대한 답례인사를 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정 의장이 그런(대연합) 행보를 보이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국민들이 잘 나갈 때도 보지만 얻어맏는 것도 눈여겨 본다"고 지적하고 "단합되고 진지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초 전당대회때 `범민주세력 통합론'의 기치를 들었던 김근태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오영식 의원은 "부적절하고,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며 "지금 그같은 발언은 정략적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어 힘을 못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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