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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正名 운동이 필요하다

도깨비-1 2016. 2. 15. 10:45

 

[朝鮮칼럼 The Column] 正名 운동이 필요하다

 

입력 : 2016.02.03 03:20 / 조선일보  / 차기환 변호사

의무 방기한 19대 '식물' 국회… 소속 의원 뽑는 법도 못 정해
민생고 타개 입법은 언감생심, 경제 위기 경보음에도 오불관언
20대 의원 선출엔 시민 앞장서 책임 다할 이들에게 한 표 던져야

차기환 변호사 사진

  차기환 변호사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묻는 제자 자로(子路)에게 "반드시 명을 바로잡아야 한다(必也正名乎)"고 했고,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하는 제나라 경공(景公)에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녀는 자녀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말했다. 이러한 공자의 정명(正名) 사상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직책이나 명분에 맞는 실질과 덕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경에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라는 말씀이 있다. 이 역시 이름에 걸맞은 본질을 갖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림받는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관찰해보면 자기 지위나 직책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나 흔하고 이 때문에 혼란이 반복되어 위기의식마저 느낀다. 19대 국회는 이른바 '선진화법'이라는 국회법 몇몇 조문 때문에 식물 국회가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절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도 국회선진화법 조항에 막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 개혁 입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많은 시급한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 이런 국회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이 높은데도 국회가 자율적으로 개선책을 찾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 29일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2대1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하고 2015년 말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는데도 국회는 그 시한을 넘겨 선거구 공백을 초래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려 해도 국회선진화법이 있어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정이 힘든 상황이다. 국회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선거구 관련 법률도 제정하지 못하는데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입법은 바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국 경제가 점차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경보가 울리는데 국회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경제 방면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이다. 2014년 하반기 로봇 청소기, 홈시어터 등을 제조 판매하는 모뉴엘의 분식 회계 사건이 발생했다. 박홍석 사장이 가공 매출 채권을 이용해 수년간 10개 시중 은행으로부터 약 3조원 이상의 사기 대출을 받고 약 5400억원의 부도를 낸 사건이다. 모뉴엘은 매출액이 2012년 9325억원, 2013년 1조 2737억원이고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2012년 16억원 유입이 있었으나 2013년 15억원 유출이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매출 규모가 1조원을 넘나들고 영업이익이 2012년 355억원, 2013년 601억원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회사로서는 비정상적인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매출의 80%가량이 수출이고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와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2013년 매출 채권 회전 기간이 대폭 증가하고 재고 자산 역시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상 징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역보험공사는 이런 모뉴엘을 심사한 후 수출 신용 한도를 대폭 상향해 주었고, 수출입은행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했다. 이러한 공공 기관의 보증을 등에 업고 모뉴엘은 분식 회계 및 대출 사기를 감행했고, 금융기관들은 이런 보증에 더해 박홍석 사장이 서울대 학력의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을 과신해 심사를 소홀히 한 것이다. 2010년에도 네오세미테크 같은 악의적인 분식 회계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도 이런 유형의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 자기가 맡은 직무에 철저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필자가 2015년 1년간 전력을 다해 변론한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인데, 관계 기관 중 대다수가 맡은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병무청은 자체 규정인 병역 처분 변경 심사 제외 대상자 선정 기준을 위반했고, 위 규정의 위반 여부를 질의하는 민원인에게 동문서답식 회신을 하였으며, 법원에서 보낸 사실 조회에도 허위 회신을 하였다.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은 고발된 병역 비리 의혹 피의자에 대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는 물론이고 서면 질의를 통한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런 부실한 업무 처리만 없었다면 판사·검사와 피고인 이외 수많은 사람이 지난 1년간 많은 시간을 써가며 재판을 진행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의혹도 쉽게 밝혔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직위나 직업에 걸맞은 윤리와 덕성, 사명감을 갖추지 못하면 경제적 풍요 여부에 관계없이 사회 시스템은 부패와 무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앞장서서 정명 운동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우선 20대 국회가 그런 윤리와 덕성을 갖춘 이들로 구성돼야 한다. 국민이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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