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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헐뜯는 左派

도깨비-1 2015. 1. 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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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헐뜯는 左派

입력 : 2015.01.03 03:04 / 조선일보

최승현 정치부 기자

혹독한 한국 현대사를 헤쳐온 장·노년층의 분투(奮鬪)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좌파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6·25전쟁 당시 흥남 부두에서 피란길에 올라 부산에 터를 잡고 살며 가족 건사를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 덕수의 삶이 그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한 평론가는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다. 정말 토가 나온다"고 했다.

사실 이 영화는 정치색(色)이 없다. 시대를 상징하는 실존(實存) 인물이 여럿 등장하지만 유독 정치인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윤제균 감독은 "근대화 과정에서 고생한 아버지상(像)을 그리고 싶었다"며 "정치색은 빼고 1950~70년대 경제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세대의 기억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좌파 인사들은 "군사독재 시절의 정치적 굴곡을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아버지 세대가 고생하는 모습을 통해 시대를 미화한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영화·드라마·소설을 막론하고 시대적 배경은 작품의 성격을 규명하는 요체(要諦)다. 하지만 어떤 서사물(敍事物)도 그 시대의 모든 풍경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작가는 대중에게 전해질 감동과 흥미를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모델 삼아 2013년 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변호인'을 두고 "왜 그 시대의 경제 상황에 대한 묘사가 없느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이런 작가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 대중의 기호와 맞아떨어지면 찬사를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외면받는다. '국제시장' '변호인'은 제작진이 사회적 감성을 정확하게 읽고 품격 있게 스토리를 풀어낸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좌파 진영은 유독 '국제시장'에 대해서만 '보수(保守) 영화'라는 딱지를 붙이고 비난에 여념이 없다. 대중들은 의아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제시장'을 관람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정확하게 얘기했다. "이 영화가 보수적이라는 해석은 당치도 않다."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은 장면이 있지만 그건 그 시대의 사회상이었다." "영화를 놓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또 논란이 되는 게 씁쓸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덕수는 "당신 인생인데 왜 당신은 없느냐"는 타박을 듣고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한다. 현실의 '덕수 세대'가 살면서 몇 번씩 들어봤거나 해봤을 말이다. 그들의 삶이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극장을 찾는 건 그런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는 영화가 고맙기 때문이다.

장·노년층과 함께 극장 좌석을 메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이 영화는 의미가 크다. 막연하게 짐작했던 부모 세대의 진심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게 '국제시장'은 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일부에서 영화에 대한 궤변을 쏟아내는 건 모처럼 조성된 이 세대 화합 분위기가 두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