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의 자격, 박지원의 자격
입력 : 2014.06.26 05:32 / 조선일보
조백건 정치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지원 의원이 갖는 위상은 독특하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死後) DJ 정신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호남 민심(民心)이 이상하다"는 징후가 보고되면 바로 박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다. 박 의원은 여야(與野)를 넘나드는 정보망을 구축,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의 하차를 이끌어 냈다. 그의 정보력과 말솜씨는 정치적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박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평소의 박 의원답지 않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박 의원은 트위터에 "극우 꼴통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다가 문 전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일본으로 수출했으면 좋겠다" "100% 낙마" 등 감정적 비난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부인했지만 그런 반응은 과거 박 의원과 문 전 후보자의 개인적 '악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의원의 비판이 도를 넘자 여당에서는 박 의원의 과거 비리 전력을 거론하며 "비리 전력자가 누구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냐"며 '자격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8년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개인 비리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기준 때문이었다. 박 의원은 2006년 법원으로부터 대북(對北) 불법 송금과 두 기업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박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인 1999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가 지금 총리·장관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당이 제기한 '자격론'을 떠나 문 전 후보자 검증 국면에서 보여준 박 의원의 가벼운 처신은 그의 경륜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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