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껍질 감자, 익혀도 毒 그대로
조선일보 2014-05-07 HTA [A25면] health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물성 식품도 100%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지만, 독성(毒性)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는 "일부 식물성 식품은 적당량을 먹거나 조리·보관을 잘 하면 대부분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않으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자=감자의 싹, 초록색으로 변한 껍질에는 솔라닌, 차코닌 같은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적혈구 파괴, 운동중추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손창환 교수는 "감자의 초록색 부분은 열에 익혀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싹이 났거나 껍질이 초록색인 감자는 아예 먹지 않거나, 싹이 난 부위를 충분히 잘라내고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감자는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감자가 햇빛에 노출돼 솔라닌이 4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고사리=영국의 '안전한 약초'라는 책에 따르면, 고사리는 '임신부가 잘못 먹으면 배 속의 태아가 죽는다'고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바로 '프타퀼로사이드'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장기간 많이 먹으면 폐암·방광암 유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고사리는 소금물에 삶으면 그 위험이 90% 이상 감소한다. 삶더라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은행=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은행은 잘못 먹으면 두통, 복통, 구토·설사,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MPN(4-O-methylpyridoxin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익혀도 없앨 수 없으므로 적게 먹어야 한다. 손창환 교수는 "은행은 10세 이하 어린이에게 중독이 잘 되므로, 이들은 은행을 10개 미만으로 조금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먹는 은행잎 추출물에는 혈소판 억제 작용을 하는 '징코라이드B' 성분이 들어 있어, 출혈 위험이 높은 뇌졸중 환자나 심장병 환자는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헛개나무=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헛개나무를 달인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오히려 간과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 독성간염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헛개나무가 주요 원인이었다. 헛개나무에 함유된 피롤리지딘 성분이 간 세포 DNA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리스톨로크산 성분은 신부전증, 신장암의 원인이 된다. 손창환 교수는 "헛개나무를 직접 달이면 농도를 알 수 없다"며 "매일 1L 이상씩 물 마시듯이 마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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