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첫날 구조 시도라도 해봤다면…이렇게 분하진 않을거예요”

도깨비-1 2014. 5. 5. 15:12

“첫날 구조 시도라도 해봤다면…이렇게 분하진 않을거예요”

등록 : 2014.04.18 21:40 수정 : 2014.04.19 15:45 /한겨레

김정화(46)씨가 동생과 함께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딸 김빛나라(17·안산 단원고 2학년)양의 사진을 보며 아이들을 꼭 구조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김빛나라양 어머니 김정화씨

“우리도 알아요. 가족 요청대로 민간 잠수부를 급하게 들여보내면 또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요. 그렇지만 첫날 구조 시도라도 해봤다면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들이 살았을 수 있잖아요.”

어머니는 여전히 사고가 발생한 이틀 전 ‘16일 오전’에 머물러 있었다. 18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안산 단원고 2학년3반 김빛나라(17)양의 어머니 김정화(46)씨는 사고 당일에 느낀 초조함과 분노를 기억한다. 김양은 아직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전 11시 학교로부터 ‘전원구조’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김씨는 남편 김병권(49)씨와 함께 진도로 급하게 내려왔다. 부모는 바다에 빠졌을 딸이 추울까봐 갈아입을 속옷과 겉옷을 챙겼다. 오후 들어 290여명이 실종됐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저녁까지도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김씨 부부는 직접 구조대가 드나드는 팽목항으로 나갔다.

“16일 오전 9시49분에
딸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다급한 목소리였어요
‘엄마, 빨리 기도해줘…’
아빠랑 통화할때는 `‘무섭다’고
‘나 데리러 와’`라고 했대요”

남편 김씨는 팽목항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장이다. 남편은 16일 밤 11시 직접 배를 타고 사고 해역에 나갔다. 남편은 아내에게 무섭게 까만 바다 사진만을 전송했다. ‘왜 구조 소식이 없냐’는 질문에 남편은 ‘계속 해양경찰 배만 빙빙 돌고 잠수부는 없다. 빨리 투입시키라고 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정부가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힌 뒤였지만, 현장에 잠수부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엉망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소리치고 울부짖어야만 구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정부의 행태에 몹시 화가 났다. 부모들이 악을 써서 겨우 민간 잠수부를 투입한 것 아니냐며, 김씨는 굼뜨기만 한 정부의 무능력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딸은 그림을 잘 그렸다. 연극반 활동도 했다. 긴 머리의 동그란 얼굴을 한 여고생의 꿈은 방송 관련 일을 하는 것이었다. 김씨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신 내역을 보며 딸과의 마지막 대화를 들려줬다.

가족들이 악써야 움직이는
정부의 무능에 화가 쌓인다
“우리가 대책 찾고…싸워야 하나”
급기야 남편이 딸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려 했다는 소식…
김씨는 실신했다

“전날 저녁 6시52분에 전화가 와서는 배가 안 뜬다고 집에 고기랑 밥을 해두라고 했어요. 그러다 밤 8시46분에 출발한다고 좋아했어요. 그러고 밤 11시24분에 재밌다고…. 제가 혼냈어요. 수학여행 갔으면 놀아야지, 왜 자꾸 전화하냐고.”

구조된 친구는 딸이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객실에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담임 김초원(사망)씨의 생일파티를 마친 뒤였다. “오전 9시49분에 딸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엄마, 빨리 기도해줘. 나도 교회 다니는 애들끼리 기도하고 있어’라고. 다급한 목소리였어요. 아빠랑 통화할 때는 ‘무섭다’고, ‘나 데리러 와’라고 했대요. 17일이 애 아빠 생일인데 여행 가서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

김씨는 사고 뒤 남편의 전화가 반갑지 않다고 했다.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전할까봐 두려워서다. “애 아빠가 팽목항으로 들어오는 20여구 넘는 시신을 직접 다 확인했어요. 정부를 믿지 못해 시신까지 직접 확인하고 있는 아버지 심정이 어떻겠어요? 딸 잃은 마음도 어지러운데 우리가 대책을 찾고 정부랑 싸우기까지 해야 하나요?”

이날 오후 3시40분 남편 김씨가 딸을 찾기 위해 팽목항 앞바다에 뛰어들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간 부인 김씨가 쓰러졌다. 의료진이 달려왔다. 체육관은 실종된 가족을 찾아달라는 절규와 탄식으로 가득했다.

진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