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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償복지의 역설] [1] 급식실·체육관 못 짓고… 원어민 강사 수업도 못해

도깨비-1 2014. 4. 7. 19:19

[無償복지의 역설] [1] 급식실·체육관 못 짓고… 원어민 강사 수업도 못해

 

입력 : 2014.03.14 03:03 /조선일보

  • 김연주 기자
  • 예산 쏠림에 학교들 재정압박… 무상복지 확대로 교육質 하락

    서울 양천구의 A초등학교는 작년만 해도 서울시교육청이 주는 예산으로 '학습 부진아 전담 강사'를 하루 8시간씩 채용했다. 강사는 더하기, 빼기를 잘 못하거나 한글을 못 읽는 학생들을 1대1로 가르쳤다. 하지만 올해 이 학교는 학습 부진아 전담 강사를 하루 4시간밖에 채용하지 못한다. 교육청이 지원하는 학습 부진아 전담 강사 인건비가 작년 1200만원에서 올해 600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무상 급식, 누리 과정(3~5세 어린이집·유치원비 무상 지원) 등 각종 무상교육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다른 교육 예산이 줄어들어 학교 현장에서 불만이 높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서구의 B초등학교는 올 초까지만 해도 곧 체육관과 급식실을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B초의 체육관과 급식실 설계비 예산 1억여원을 편성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예산 늘면서 학교 현장에 나타난 현상.
    하지만 최근 '설립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는 통보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았다. B초처럼 올해 체육관 건립을 위해 설계를 시작하려고 했다가 전면 보류한 학교가 20곳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무상 급식에 예산이 쏠리면서 다른 데 쓸 예산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1억원씩 들여 설계를 해놓고 건립을 못 하면 예산 낭비인데, 지금처럼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선 건립이 가능할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설계 자체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스포츠 강사는 작년에 전체 초·중·고교에 585명 배치됐지만 올해는 432명으로 줄었다. 영어 원어민 강사도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올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대부분 사라졌고 공립 초등학교에만 배치됐다. 학생 1인당 학생 준비물 구입비도 작년 3만5000원에서 올해 3만원으로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무상 복지 예산이 교육 사업비(전체 예산 중 경직성 경비·시설비 등을 뺀 예산)의 70%까지 늘어나 전반적인 재정 상황이 아주 열악하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복지 예산이 늘어나면 다른 예산들은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무상교육으로 인해 다른 예산이 부족한 상황은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작년 연말 공동으로 "누리 과정, 초등 돌봄 교실 등 교육 복지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 지방 교육 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며 지방 교육 재정을 늘려줄 것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無償복지의 역설] [1] 다른 예산은 어쩌라고…

        무상급식·반값 등록금 등 5대 복지에만 20兆 들어

     

    입력 : 2014.03.14 03:03 /조선일보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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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정치 공약 복지예산 규모.
    정부가 무상 보육·기초연금·반값등록금·무상 급식 등 대선 공약성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다른 복지 예산이 대폭 축소되거나 저소득층은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올 5대 포퓰리즘 예산만 20조여원으로 전체 복지 예산 100조원의 20%이다. 이는 작년보다 5조6502억원 늘어난 규모다. 더욱이 내년에는 고교 무상교육까지 추진할 예정인 데다 매년 대상자가 늘어 예산도 급증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교육·복지 분야에서 다른 예산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복지 예산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무상보육이다. 0~5세 아동들에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학비를 대주고, 집에서 0~2세의 영·유아를 돌보는 부모들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국비만 따져 올 예산이 8조9045억원으로 작년보다 2조8151억원 늘었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10만~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다. 올 예산이 5조2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조원 늘어났다.

    대학생 반값등록금은 작년 2조7750억원에서 올 3조4575억원으로 6825억원 증액됐다. 지급 대상자가 기존의 기초수급자에서 소득 2분위까지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 예산 1225억원에서 전체 대학생으로 확대되는 2017년에는 소요 예산이 4900억원으로 급증한다.

    올해 무상 급식 예산은 작년보다 1623억원 늘어난 2조6239억원이다.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담하고 있어 시군구의 교육 예산을 가장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대전은 초등학생만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나 '다른 시도들처럼 중·고교까지 지원하라'는 압박도 많이 받고 있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無償복지의 역설] [1] '초등 돌봄교실' 無料였던 차상위계층 자녀(3~6학년)… 올해부턴 예산 모자라 식비 月11만원 내야

    [부잣집 자녀(초등 1~2학년)까지 無償돌봄하면서…   저소득층(초등 3학년 이상 차상위계층)에 "돈 내라"]

     

    입력 : 2014.03.14 03:04/조선일보  

  • 최윤아 기자
  • 서울시교육청, 저소득층 지원 축소
    -아이들 돌볼 돈 없는 돌봄교실
    1·2학년 전면 무상돌봄으로 신청자 74% 급증, 예산 부족… 보조강사 채용조차 힘들 지경
    특성화高 실습·취업 지원도 작년보다 10억원 이상 줄어
  • 이달 초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 A(9)군은 초등 돌봄교실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부모 소득이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A군이 올해도 돌봄교실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지 않았던 저녁값 8만원과 간식비 3만원을 합쳐서 매달 11만원씩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서울에서는 차상위 계층 가정의 학생도 돌봄교실이 모두 무료였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지침을 바꾸어 "올해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일 경우에만 무료 혜택을 준다"고 13일 고지했다. 이 초등학교 교장은 "A군의 가정 형편에 월 11만원을 선뜻 내기 힘들 것"이라며 "초등 무상 돌봄교실을 확대하는 바람에 정작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무상 보육·무상 급식·반값 등록금 등 무상 복지 예산은 크게 늘어났는데 정작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복지 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과 상관없이 복지 정책을 펴면서 정작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계층이 전보다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저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선생님의 지도 아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상교육으로 줄어드는 서울 저소득층 교육 지원사업.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저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선생님의 지도 아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종찬 기자

    정부에 따르면 무상 급식 등 정치권 공약으로 시작한 5대 복지 공약 예산만 올해 20조원이 넘는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 복지 예산은 늘었다는데 정작 복지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소외되고, 전체적인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돌봄교실 저소득층 혜택은 줄어

    돌봄교실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저소득층이어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학교가 끝난 뒤 별도 교실을 마련해 오후 5시까지, 또는 밤 10시까지 초등학생을 학교에서 돌봐주는 제도를 말한다. 돌봄교실을 이용하려면 참가비는 월 5만~6만원, 간식비는 월 3만~4만원, 저녁값은 월 6만~8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작년까지 서울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의 자녀들은 전부 무료였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는 B군의 어머니도 최근 교사와의 면담에서 적잖이 당황했다. 올해부터는 돌봄교실이 공짜가 아니므로 저녁값 8만원과 간식비 3만원을 합쳐 매달 11만원씩 학교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차상위 계층인 B군 가정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그동안 B군은 학교가 끝난 뒤 학교 내 돌봄교실에서 밤 10시까지 머물렀다. 하지만 매달 11만원을 내고 돌봄교실을 이용하기 힘들게 되자 B군 어머니는 간식비 3만원만 내고 오후 5시까지 맡아주는 오후 돌봄교실에만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1~2학년 학생들은 원하는 사람에 대해 돌봄교실을 모두 무상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그동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했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올해 서울에서 돌봄교실을 신청한 초등학생은 2만7352명으로 지난해(1만5701명)보다 74%(1만1651명) 늘었다.

    실제로 무상 복지 정책이 나오자 돌봄이 꼭 필요하지 않은 1~2학년 학부모까지 돌봄교실을 신청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서울교육청이 돌봄교실 예산을 지난해 283억원에서 올해 550억원으로 늘렸지만, 급증한 학생 수만큼 충분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 3학년 이상 차상위 계층 학생들에게 주던 혜택을 줄인 것이다. 차상위 계층은 최저생계비의 100~120%로 4인 가족 소득 기준으로 월 164만~196만원인 가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에 따라 초등돌봄교실을 최저 생계비의 100~150% 가계까지 무상 지원해왔는데 올해는 지원 대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방과 후 자유수강권' 예산도 40억원 삭감

    보육의 질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돌봄교실 1학급당 인원이 20명이 넘을 경우 학생들에게 2만~3만원을 걷어 보조 강사를 채용했다. 돌봄 강사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간식을 조리하고, 하교 지도까지 모두 하기는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는 돌봄교실 보조 강사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산이 부족한데, 학부모들에게 돈을 걷어 보조 강사를 채용하면 '무상 돌봄'이라는 취지가 퇴색되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생들에게 무상으로 돌봄교실을 대거 지원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3~6학년생들이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A양은 작년 3학년 때는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학교로부터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학교마다 돌봄교실은 한정되어 있고 1~2학년생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라는 것이 정부 지침이기 때문이다.

    복지가 확대되는 와중에 저소득층 학생들의 복지는 오히려 축소되는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줬던 '방과 후 자유수강권' 지원 예산을 지난해 344억원보다 40억원 삭감한 304억원을 편성했다. 저소득층 '방과 후 자유수강권'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학생에게 1인당 1년에 60만원 한도 내에서 방과 후 교실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교육 자유이용권'이다. 교육청이 예정대로 이 예산을 집행한다면 작년에 비해 서울에서만 5000명의 학생이 이 혜택을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고 관련 예산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특성화고는 가정 형편 등의 이유로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선취업, 후진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교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특성화고 예산을 분석한 결과 실습 기자재 지원은 지난해 71억원에서 68억원으로 줄었다.


    ☞초등 돌봄교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해 방과 후 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을 돌봐주는 시스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올해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부모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희망자는 무료로 돌봐주며, 2015년에는 3·4학년, 2016년은 5·6학년까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