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보에 `빨간 매직`이 웬 말?
http://media.daum.net/v/2013121709180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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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SBS 원글보기
메모 : 지난 취재파일에서 팔만대장경을 둘러싸고 제기된 다소 과격한 '의혹'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발견된 훼손 흔적을 짚어보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문화재를 잘 지켜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한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진행한 팔만대장경 중복판 조사에서는 그동안 계속 제기되어 왔던 대장경 훼손 문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도 발견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대장경판 50판에 적힌 빨간색 유성 매직 글씨이다. 경판 끄트머리에 1부터 50까지 선명하게 써 있다. 해인사 측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조사가 진행될 때 경판을 구분하기 위해 조사자들이 쓴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문화재를 조사할 때는 수성 사인펜조차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기구는 오직 연필만 사용하는 게 기본 상식이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문화재를 연구하러 갈 때는 몸에 차고 있는 벨트, 액세서리 같은 금속류도 벗어놓고 간다고 한다. 혹시 부지불식간에 문화재를 건드리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무에 그대로 스며들어가 지워지지도 않는 유성 매직은 금기 중의 금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복판 연구 조사가 시작됐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비가 오면 경판이 습기를 너무 많이 먹어 아예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는 습기를 먹으면 스펀지 같은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잘못 만지면 나무판이 다 일어나 버린다고 한다. 그러니 날이 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다고 지난 800년 동안 비만 오면 경판이 스펀지가 될 지경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나타난 문제로 보이는데, 이는 전적으로 관리 소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과거 방식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전통 방식의 관리로 '옻칠'을 꼽는다. 팔만대장경판에는 0.4~0.6mm 정도의 옻칠이 되어 있다. 일반 칠기에 사용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탕에 칠을 올리기 이전에 먹으로 칠한 뒤 옻칠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이태녕 박사의 연구에서도 이 '옻칠은 경판 보존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목재 문화재로서 해충과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 데, 습기를 막는 데, 화재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관섭 교수가 여러 차례 방화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옻칠한 나무는 원목보다 불이 붙는 속도가 1분에서 많게는 4분까지 늦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여러 차례 실측과 실험을 통해 '옻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목가구에서 보듯이, 좋은 목재는 닦을수록 길이 들어 상태가 좋아진다. 대장경판도 목재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옻칠까지 해주면 방충, 방습, 방염까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한 번에 8만여 장을 다 하자는 게 아니라, 기간을 나눠서라도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1달에 3백 장씩 하면 25년, 5백 장씩 하면 16년이 걸린다고 한다. 최첨단 보존 방식도 좋지만, 선조들이 해온 방식을 현대에 맞게 이어간다면 오히려 더 좋은 보존 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도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해도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수백 년, 수 천 년을 살아온 문화재는 오죽하겠는가. 그만큼 더 문화재를 보듬고 감싸야만 할 것이다. 강제로 젊음을 지키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면 어색함이 묻어나고, 이후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문화재도 강제로 노화를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아픈 곳을 잘 살피고 현상을 지킬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우후죽순 문화재 문제들이 터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좀 더 발전적인 문화재 보존 정책을 세워야만 한다.
권란 기자harasho@sbs.co.kr
2012년 7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진행한 팔만대장경 중복판 조사에서는 그동안 계속 제기되어 왔던 대장경 훼손 문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도 발견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대장경판 50판에 적힌 빨간색 유성 매직 글씨이다. 경판 끄트머리에 1부터 50까지 선명하게 써 있다. 해인사 측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조사가 진행될 때 경판을 구분하기 위해 조사자들이 쓴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문화재를 조사할 때는 수성 사인펜조차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기구는 오직 연필만 사용하는 게 기본 상식이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문화재를 연구하러 갈 때는 몸에 차고 있는 벨트, 액세서리 같은 금속류도 벗어놓고 간다고 한다. 혹시 부지불식간에 문화재를 건드리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무에 그대로 스며들어가 지워지지도 않는 유성 매직은 금기 중의 금기라는 것이다.
또,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장경판을 대대적으로 수리 보수했는데, 이것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판의 양 끝에 달아놓은 쇠붙이인 마구리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마구리는 나무로 된 경판이 휘어지는 것을 막는 1차적인 역할을 한다. 경판을 켜켜이 세워둘 때 각판의 글자가 서로 닿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경판 인쇄를 할 때는 손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 마구리와 나무를 연결하기 위해 못을 사용하는데, 수리 보수한 뒤 이 마구리 부분이 쩍쩍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난 경판이 다수 발견되었다. 800년 동안 별 문제 없었던 마구리가 왜 수리 보수 이후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답은 못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판에 사용했던 전통못이 아닌 왜못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느다란 전통 구리못이 아니라, 두꺼운 쇠못을 사용해 나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복판 연구 조사가 시작됐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비가 오면 경판이 습기를 너무 많이 먹어 아예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는 습기를 먹으면 스펀지 같은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잘못 만지면 나무판이 다 일어나 버린다고 한다. 그러니 날이 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다고 지난 800년 동안 비만 오면 경판이 스펀지가 될 지경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나타난 문제로 보이는데, 이는 전적으로 관리 소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과거 방식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전통 방식의 관리로 '옻칠'을 꼽는다. 팔만대장경판에는 0.4~0.6mm 정도의 옻칠이 되어 있다. 일반 칠기에 사용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탕에 칠을 올리기 이전에 먹으로 칠한 뒤 옻칠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이태녕 박사의 연구에서도 이 '옻칠은 경판 보존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목재 문화재로서 해충과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 데, 습기를 막는 데, 화재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관섭 교수가 여러 차례 방화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옻칠한 나무는 원목보다 불이 붙는 속도가 1분에서 많게는 4분까지 늦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여러 차례 실측과 실험을 통해 '옻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목가구에서 보듯이, 좋은 목재는 닦을수록 길이 들어 상태가 좋아진다. 대장경판도 목재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옻칠까지 해주면 방충, 방습, 방염까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한 번에 8만여 장을 다 하자는 게 아니라, 기간을 나눠서라도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1달에 3백 장씩 하면 25년, 5백 장씩 하면 16년이 걸린다고 한다. 최첨단 보존 방식도 좋지만, 선조들이 해온 방식을 현대에 맞게 이어간다면 오히려 더 좋은 보존 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도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해도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수백 년, 수 천 년을 살아온 문화재는 오죽하겠는가. 그만큼 더 문화재를 보듬고 감싸야만 할 것이다. 강제로 젊음을 지키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면 어색함이 묻어나고, 이후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문화재도 강제로 노화를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아픈 곳을 잘 살피고 현상을 지킬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우후죽순 문화재 문제들이 터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좀 더 발전적인 문화재 보존 정책을 세워야만 한다.
권란 기자haras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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