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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칼럼] 사쿠라바, 추성훈戰 폭로 "난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

도깨비-1 2013. 5. 31. 17:32

[정윤하칼럼] 사쿠라바, 추성훈戰 폭로 "난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

mfight | 정윤하 일본격투기 전문 칼럼니스트 | 입력 2013.05.27 15:57 | 수정 2013.05.27 18:32

 

2006년 12월 31일, 일본 오사카돔에서 열린 'K-1 다이너마이트 2006'에서 두 남자의 격투기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프라이드의 영웅이었던 사쿠라바 카즈시와 히어로즈를 대표하던 스타 추성훈 사이에서 벌어진 '오일 파문'이 바로 그 사건이다.


추성훈은 기자회견과 예능 방송 등을 통해 "죄송합니다. 규칙을 잘 몰랐습니다" 정도로 마무리했다. 반면, 사쿠라바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했던 말은 링 위에서 외쳤던 "너무 미끄럽잖아!"가 전부였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사쿠라바는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기 중 귀가 떨어졌다. 생애 첫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링 위에서 떨어지는 해프닝도 겪었다. 심지어 지금은 프로레슬링에 진출해 경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말은 아직도 '미끌미끌(ヌルヌル)', 단 네 글자다.


사쿠라바는 지난달, 일본 격투기-프로레슬링 전문지 카미노게를 통해 7년간 묵혀뒀던 '오일 파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답답했었다고 말했다. "나는 피해자고,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왜 항상 나에게 '미끌미끌'이라 조롱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난 너무 괴로워서, 잊고 싶어서 침묵했다. 하지만 이젠 못 참겠다. 밝히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가슴속에 품어왔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이하 글은 사쿠라바 카즈시의 인터뷰 기사에서 나온 그의 의견과 주장, 회상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사쿠라바는 왜 당시 입을 다물었나

사쿠라바의 증언① 당시 FEG에는 자기는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사쿠라바는 "시간이 갈수록 그의 몸은 미끄러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사쿠라바는 왜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조심스럽게 반응했을까. 이유는 바로 FEG의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일단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스톱사인을 거의 무시해버린 심판의 운영을 첫 번째 이상한 점으로 꼽았다. 사쿠라바가 격하게 항의하자 심판은 추성훈의 몸을 살짝 만져보더니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고 한 마디를 던졌는데, 이때 사쿠라바는 '뭐라고?'라고 속으로 반문하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두 번째는 경기가 끝난 이후 FEG 스태프들의 반응이었다. 대기실에 들어간 사쿠라바의 손에서 로션 향기와 같은 냄새가 났다고 한다. 사쿠라바와 세컨드들은 이것이 충분히 증거가 된다고 판단, 심판 대기실로 가서 손의 냄새를 맡게 했다. 하지만 반응은 매우 이상했다.


사쿠라바의 손 냄새를 맡은 첫 번째 심판은 "제가 코가 안 좋아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 옆에 있던 심판도 "전 코감기에 걸려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심판 또한 "저도 코감기에 걸려서…"라면서 피했다. 한 명도 아니라 심판 세 명이 연속으로 판단하길 거부하자 사쿠라바는 "아,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감정이 격해진 사쿠라바는 담배를 하나 폈고, 그 다음부터는 모든 심판들이 "손에서 담배 냄새만 나네요"라고 말했다. 사쿠라바는 이때의 경험에 대해 "정말 이상하고 신기했다. 어째서 그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뒤늦게 사쿠라바의 대기실에 찾아온 타니가와 사다하루 프로듀서는 사쿠라바의 항의를 듣더니 매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쿠라바는 결국 감정이 격해져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이거 이상하잖아!"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타니가와 또한 별다른 말을 해주진 않았다.


이벤트가 모두 종료된 후 링 사이드를 정리하고 있던 젊은 보조심판에게 사쿠라바가 말을 붙였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죄송합니다만, 제 손에서 무슨 냄새가 납니까?" 그러자 그 심판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확실히 냄새가 납니다."


사쿠라바는 느꼈다. "지금 FEG의 분위기는 뭔가 이상하다. 난 따돌림 당하고 있다."


○사쿠라바는 왜 당시 입을 다물었나

사쿠라바의 증언② 결정적 증거, '추성훈 VTR'은 사쿠라바 측이 먼저 발견했다


경기 후 추성훈은 "다한증이 있어서 몸이 미끄러웠을 수도 있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다. 하지만 추성훈이 몸에 크림을 도포하는 장면이 담긴 VTR이 발견되면서 이 경기의 결과는 무효시합으로 변경됐다. 추성훈은 파이트머니 전액 몰수 등 징계를 받게 된다. 사쿠라바는 이 부분에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VTR을 남겼다는 것부터 이상한 거 아니야?"


추성훈의 반칙 행위를 담은 증거 VTR은 사쿠라바와 타니가와 프로듀서, 그 외 FEG 고위 스태프들이 아오야마의 한 호텔방에 모여 비밀리에 함께 봤다. 당시 영상 내용은 한 통을 거의 다 쓸 기세로 한 개의 커다란 로션을 몸에 펴 바르는 추성훈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대기실 카메라를 담당하고 있는 TV 스태프가 "왜 그렇게 바릅니까?"라고 묻자 추성훈이 태연하게 "몸이 건조해서요"라고 답변하는 음성까지 확실히 담겨 있었다.


사쿠라바는 영상을 보는 내내 "건조한 피부라 저 커다란 로션 한 통을 다 쓸 정도라면 말도 안 되게 돈이 들어가겠네"라는 생각으로 황당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통 건조한 피부를 가진 사람은 500엔 정도 되는 양의 로션을 몸에 펴 바르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로션을 바르고 있는 추성훈, 그리고 태연하게 대기실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는 FEG 스태프. 아무렇지 않게 이 VTR을 보관하고 있는 주최측. 이 모든 것들이 사쿠라바로 하여금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했다.


결정적으로 이 VTR의 존재를 먼저 알게 된 건 사쿠라바 측이었다. FEG가 솔선해서 "증거가 나왔으니까 함께 봅시다"라고 나선 게 아니다. FEG는 침묵하고 있는데 사쿠라바 측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VTR 존재 유무 파악, "증거가 뻔히 있지 않습니까!"라고 항의했기 때문에 기적적으로 상황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사쿠라바는 이 VTR에 대해 "신(神)의 한 수다"라고 표현했다. 이게 없었다면 추성훈의 반칙 행위는 단순 '다한증'으로 넘어갔을 것이고, 사쿠라바는 완패한 것에 대해 소동을 벌인 바보가 되는 셈이었다.


○사쿠라바는 왜 당시 입을 다물었나

사쿠라바의 증언③ 난 좀도둑과 엮이고 싶지 않았고, 난 이지메 당한 피해자였다


사쿠라바는 추성훈에 대해 책방에서 책을 훔치는 좀도둑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추성훈이 과거 유도경기에서 여러 차례 도복에 비누 등 물질을 발라 구설수에 오르거나 실격 당했던 전례를 설명하면서 "또 훔칠 게 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한증이라고 기자회견을 할 때는 언제고 증거가 나오니까 죄송하다고 사죄하는 추성훈의 모습은 사쿠라바에게 큰 믿음을 주지 못했다. 실제 사쿠라바와 추성훈은 이 사건 이후 히어로즈, 드림 등 같은 단체에서 2년 이상 활동을 했으나 같은 이벤트에 출전해 경기를 가진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많았던)히어로즈의 떠오르던 스타 추성훈이 프라이드의 영웅 사쿠라바에게 이기는 것이 FEG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었을까"라는 기자의 말에 사쿠라바는 가능성이 있다며 조심스레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얘기를 더했다. "이지메 당한 피해자의 대부분은 자기가 괴롭힘 당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저도 당시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윤택한 격투가 생활을 했던 사쿠라바 카즈시. 지고도 미소 지으며 상대를 축하해주던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 '오일 파문'. 야렌노카에서 있었던 추성훈 대 미사키戰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가 반칙했을 때의 행동은 잊고, 자기가 당한 것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불만이 많구나"라 느꼈다고 증언했다.


항상 사쿠라바를 괴롭혔던 이 '인간 불신'에 대한 기억은 참으로 아픈 모양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스승과의 의절과 이적한 단체에서의 묘한 따돌림은 그를 더욱 침묵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고 싶어", "끝까지 함께 할게요", "포기하지 마라"


오일 파문 당시 사쿠라바 집 앞까지 찾아왔던 팬들이 외쳤다는 이 말들은 지난날 사쿠라바가 보여줬던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다시 기대하는 작은 바람이 아니었을까.


○정윤하 칼럼 시즌2가 시작됩니다. 이 코너는 일본 격투기 전문 칼럼니스트인 정윤하가 주간 단위로 내놓는 연재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현재 정윤하는 일본 유학 중입니다.(트위터 @39yuta)



정윤하 일본격투기 전문 칼럼니스트

39yu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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