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아닌데 '한옥' 같은 11곳
[문화부 선정 '제1회 한국적 실내공간' 모범 사례]
창호 한지로 개폐형 벽 만들어
실내에 자연광 들게 한 학교
툇마루 구현한 호텔과 식당
한국적 공간, 새 가능성 발견
박세미 기자/ 조선일보 2013. 03. 15.
음악(K팝), 의상(한복), 음식(한식)에 이어 이젠 디자인과 건축인 걸까. 최근 디자인·건축계가 '한국 DNA'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이 전부 'K(Korean) 디자인' 'K 스타일' 'K 아키텍처' 등의 키워드를 내놓고 한국 고유의 정체성 발견에 나서고 있는 것.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13일 발표한 '제1회 한국적 실내공간 우수 사례'도 이런 움직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음을 알려준다. 문화부는 지난 1년간 "어떤 공간이 고품격·한국적 공간인가"란 문제의식을 갖고 전국의 공간 연구에 나섰고, 최근 전국 11곳을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여기에 한옥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 전통 건축 양식과 소재, 공간 분할이나 배치 등을 현대적 공간에 창의적으로 응용한 사례를 찾겠다는 의도다.
수상작을 살펴보면 먼저 '간접적으로 투과된 빛'과 '공간의 은은함' '개방성과 폐쇄성의 조화'를 테마로 한 공간이 눈에 띈다. 최근 리모델링한 서울 국립국악학교 로비(건축가 김개천)는 낡고 삭막한 콘크리트 벽에 얄팍하게 마감한 나무를 얼기설기 덧대 빛과 바람이 통하는 은은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경남 용남초등학교(건축가 김주원)는 특수제작한 창호형 한지를 개폐형 벽으로 만들어 공간을 융통성 있게 분할하고 실내에 은은한 자연광이 가득하도록 한 것이다. 구조의 견고함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한국적 공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중정(中庭)'과 '툇마루' '앞마당' 등 전통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공간도 많다. 경기도의 배상면주가 세월랑은 중정을 연상시키는 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회랑이 사방으로 둘러싼 전통적인 증류주 숙성고다. 서울 정동극장 로비(건축가 김용미)는 한옥의 앞마당을 건물 안에 구현한 것이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디자이너 최시영)은 툇마루와 좌식문화를 객실 안에 도입했다. 거주 공간인 경기도 지노하우스(건축가 최필립), 한식당인 다담과 연타발 역시 툇마루와 정자, 중정 등을 동선에 들여놓았다.
도자기갤러리인 서울 광주가마요(디자이너 김형종·우대성·조성기), 골프 클럽하우스인 경기도 지수화풍360(건축가 승효상), 의료기관인 편강한의원(디자이너 전범진) 등은 '담백하지만 힘이 넘치는 선'과 '깔끔한 동선 구성'으로 한국적 공간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 건축가·디자이너들의 작업들이 대부분이라 숨겨진 고수(高手)를 찾았다는 '발견의 기쁨'이 덜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문화부는 이들 모범사례를 담은 자료를 디자인·건축계에 배포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스타일 공간' 구축과 연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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