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김정일에 '충성 편지' 좌파 학자

도깨비-1 2013. 1. 3. 22:29


김정일에 '충성 편지' 좌파 학자 안재구 아들,

탈북인사 뒷조사하려 北에 취재계획서 전달

 

安씨가 편집주간인 '민족21'활용
金씨 왕조 선전하려한 증거 확보
北 통일신보·조선신보 기사
자신의 홈페이지에 옮겨놓아…
盧정부땐 신문발전기금 지원받아


 

  조의준 기자/ 2013. 1. 3. 조선일보
 

   북한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를 쓴 안재구(80) 전 경북대 교수와 함께 지난달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의 아들 안영민(45) '민족21' 편집주간은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화한 북한 출신 인사를 뒷조사하겠다는 취지의 '취재 계획서'를 북에 전달했다고 검찰이 2일 밝혔다.
   검찰은 안영민씨가 '민족21'을 활용해 북한의 김씨 왕조(王朝)를 선전하려 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족21은 이른바 진보 진영 인사들이 남북 언론 교류와 통일 사업 등을 하겠다며 2001년 만든 월간지다. 검찰에 따르면 안영민씨는 2005년 7월 북한을 방문한 민족21 관계자를 통해 북한 통일신보 주필 박진식에게 취재 계획서가 포함된 편지를 전달했다. 박진식은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101연락소장 등으로 활동한 대남 공작 분야 핵심 인물이다.
   안씨는 편지에서 "미국에까지 건너가 대북 비난 공세를 일삼는 강철환의 과거 행적 등을 알기 위해 (북한에 있는) 동창생 등을 만나 얘기를 듣고자 한다"면서 "최근 조선(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 문제 시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강철환(현 북한전략센터 대표)씨는 북한 요덕수용소를 탈출해 남한에 왔으며, 지난 2005년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화해왔다.
   또 안씨가 2007년 11월 12일 민족21 대표인 정모씨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업 계획서에는 "북한의 수령관에 대해서도 백두산 취재 등을 통해 역사적으로 접근해 남쪽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하고, 민족21 내부의 정치 사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방북 때마다 수령관, 선군(先軍)혁명, 조선로동당사 같은 강의를 듣는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사업 계획서에는 또 "(북한)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작품들을 남측에 전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사회주의 혁명 시기 수령님 형상 작품을 일부라도 반드시 소개해 연북(連北) 통일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한편 공안 당국이 2011년 적발했던 남한 내 북한 지하조직 '왕재산'은 안씨가 사업 계획서를 보내기 직전인 2007년 11월 8일 "민족21을 통해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과 공화국의 우월성을 (남한) 대중에게 더욱 세련되고 광범위하게 선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북한에 보고했다고 한다. ▣


강만길·신영복씨가 '민족21' 고문… 이정희씨 남편이 편집기획위원


   '민족21'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2000년 6월 천지개벽(남북 정상회담)을 목격한 것이 발기의 계기"라며 "민족21은 6·15 공동선언의 아들(딸)"이라고 쓰여 있다.
   민족21은 지금까지 총 142호가 나왔고, 올 1월호도 발간됐다. 1월호에는 '북 위성 발사 어떻게 볼 것인가' '북, 농업 개선으로 식량 생산 증가' 'NLL 오해와 진실, 군사분계선도 영해선도 아니다' 등의 기사가 실렸다. 이 사건은 안씨를 수사한 것이어서 민족21의 발간 여부와는 무관하다.
   이 잡지는 또 북한의 통일신보(해외 홍보용 주간지)와 조선신보(조총련 기관지)의 기사를 자신의 홈페이지로 옮겨 놓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로부터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강만길·신영복씨 등이 고문으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 등이 편집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어느 좌파학자, 2006년 쓴 '장군님께 보내는 편지'엔…

 

[안재구 前 경북대 교수, 아들과 함께 국보법 위반 혐의 기소]
19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무기징역 복역하다가
1999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 뒤
北 공작원과 재접촉 활동 재개
1979년 '남민전'사건에도 연루


   조의준 기자/ 2013. 1. 2. 조선일보

 

   "이 밤, 다시 옛날처럼 본사(북한의 대남 공작조직 지칭)에 보고서를 쓰고 있는 저는 위대하신 장군님으로부터 잃었던 생명을 받은 심정이며, 그 기쁨은 온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이 느낍니다."
   "죄 많은 저를 다시 장군님께서 안아주시고, 잘하지 못한 저의 사업마저 훈공(勳功·나라나 임금을 위하여 세운 공로)으로 받아주시니…험한 가시밭길이라도 한길로 나가야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좌파(左派) 학자인 안재구(80) 전 경북대 교수가 지난 2006년 북한에 보내려고 쓴 '충성 맹세' 편지의 일부다. 공안 당국은 2011년 7월 안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편지를 찾아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정회)는 안씨가 북한 공작기관에 남한 사정을 보고한 혐의(간첩 등)가 있다면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안씨 아들인 안영민(45) 민족21(월간지) 편집주간도 함께 기소됐다.
   수신인을 '본부'(북한), 발신인인 자신을 '우리편집사 서울 사원'으로 지칭한 안씨의 편지는 "2005년 7월 20일자로 보내주신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장군님의 은혜
   안씨는 편지에서 "작년(2005년) 10월 그렇게나 그리던, 위대하신 수령님(김일성)의 자취가 살아 숨 쉬고 위대하신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 계시는 조국의 수도(평양)를 방문했다"며 "금수산 수령님 궁전 방문으로 생전에 뵈올 수령님을 돌아가신 후에야 눈물로만 우러러 뵙게 됨으로써…"라고 적었다.
   안씨는 이어 "제 부족한 능력 탓으로 '회사'를 잘 지키지 못한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다만 눈물만 흐를 뿐"이라며 "죄 많은 저를 다시 본사의 따사로운 품으로 안아주시니…"라고 썼다.
   여기서 '회사'는 안씨가 총책을 맡아 1990년대 초반 남한에 구축한 북한의 조선노동당 지하조직인 '구국전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공안 당국은 보고 있다.
   안씨는 19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9년 광복절 특사 때 석방됐다. 법원은 구국전위가 '반국가단체'라고 판결했다.
   안씨는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도 9년간 복역했었다.


   ◇말아먹은 사업이 원통하여…
   안씨는 편지에서 "3년 전 9월(2003년 9월) 사람을 보내어 저의 마음을 전할 때 지난 시기 말아먹은 사업(구국전위)이 하도 원통하여 그것을 어떻게든 복구하려는 생각뿐이었다"라며 "앞으로 제 남조선에서의 운동은 전위(前衛) 운동으로서 저 하나를 점(點)으로 해서 단독으로 활동해야 할 것임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어 "지난번 조직명은 다시 쓸 수 없을 것이니 새 조직명을 정해달라"고 북한에 요청했다. 북한이 남한에서 활동하는 비밀공작원들에게 부여해 온 '대호명'을 다시 붙여달라고 한 것이다. 안씨는 "아무리 늙어도 장군님이, 그리고 당이 결정한 과업은 기어이 이뤄내도록 분골쇄신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범민련과 경기동부
   안씨의 편지에는 남한 내 좌파 단체들 얘기도 담겼다.
   안씨는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지칭)은 수령님의 교시에 의해 조직된 통일운동의 구심체"라며 "범민련 남측본부의 실무 청년 일꾼들은 가장 '정수(精髓)분자'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안씨는 이른바 '진보진영 통합문제'와 관련해선 "자주운동을 한다는 운동가들은 대개 세 가지 지역 파벌을 갖고 있는데 그 하나는 '인천파'이고 다음은 '울산파', 그리고 나머지는 '경기동부파'"라며 "종파의식은 자본주의 잔재로부터 나온 것으로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