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20대, 꼭 투표장에 가라
유리하다고 본 야당 투표율 올리려 야단
前 대통령 후보까지 자극적 독려 나서
왜 아버지 세대는 '더 많이 주겠다'는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길
선우 정 사회부차장/ 조선일보 2012. 12. 17.
주말을 이용해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20대 표(票)를 몰고 다닌다는 스타 교수들이 대학가를 휩쓸었다는데 엊그제 캠퍼스 풍경은 여전히 건조했다. 주말임을 감안해도 선거와 관련한 대자보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험 기간이라 정치에 관심을 돌리지 못하는 것일까. 대학 기말시험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표는 60 대 30 정도로 야당 몫이 많다. 구도가 이러니 20대 투표율이 올라갈수록 유리한 쪽이 선거 막판에 대학가를 돌면서 야단이다. 안철수 전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청년이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청년 실업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외쳤다. 남들 못지않게 허술한 일자리 공약을 내놓은 그였지만 말은 참 잘한다.
이런 설득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일자리는 정권의 색깔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무언가를 얻기 위해 투표하면 미래에 돌아오는 것은 정치적 허무주의뿐이다. 투표는 시민의 가치이지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공당(公黨)의 대통령 후보까지 했다는 어느 전직 국회의원은 얼마 전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나에게 표를 던지는 거야"라는 글을 토했다가 집어삼켰다. "노인은 투표하지 마라"는 말로 덴 적이 있는 인물이라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주장은 득표의 유불리를 떠나 곱씹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꼰대들의 늙은 투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20대의 몫을 빼앗아 아등바등 자기 몫을 챙기려는 여당 지지자의 이미지를 심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게걸스러운 욕심을 그냥 놔두면 청춘의 몫을 빼앗길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언어의 강약만 다를 뿐 야당과 주변인들이 주장하는 '20대 투표론'도 같은 맥락이다.
정말로 그럴까. 20대는 후보들의 공약을 들춰보았으면 한다. '꼰대들'에게 누가 더 많은 국부(國富)를 떼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는지. 그들이 경멸하는 꼰대들의 늙은 표를 한 표라도 끌어내기 위해 천문학적 사회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쪽이 누구인지.
이런 공약을 읽어보고 다음과 같은 의문도 가져볼 만하다. "그런데 왜 꼰대들은 '더 많이 주겠다'는 쪽에 더 낮은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50대는 20대의 아버지 세대다. 그들의 지지율 분포는 20대와 정확히 반대다. 보릿고개 시절처럼 고무신이라도 받아먹어서일까. 아버지와 얘기해 보면 의문이 쉽게 풀릴 수 있다. 내 아버지는 정말로 그런 존재인가.
국가는 한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역전(驛傳) 마라톤처럼 흘러간다. 한 주자가 포기하면 레이스는 끝난다. 힘들여 노력한 다음 주자는 바통도 받지 못한다. 역전 마라톤 주자에게 "왜 열심히 뛰었느냐"고 물어보면 자신을 위해 달리는 일반 마라톤 선수와는 다른 대답을 한다. "내 차례에 끝낼 수가 없어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20대의 아버지들은 가난을 경험한 세대이고, 열심히 달린 세대다. 하지만 과실은 서울올림픽 이후 사회에 나온 다음 세대에 돌리고, IMF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경험한 세대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주겠다'는 쪽에 왜 더 낮은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 생각했으면 한다. '내 몫만 챙기고 레이스를 끝낼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20대는 꼭 투표장에 가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면 투표를 포기하는 정치적 허무주의보다 나라의 미래에 이롭다. 나라의 바통을 이어받을 청춘이야말로 '나를 위해' 표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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