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철순 등)

[스크랩] [홍윤표의 발 없는 말]예의 실종 야구판

도깨비-1 2011. 9. 23. 14:12
[홍윤표의 발 없는 말]예의 실종 야구판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10923113803956

출처 :  [미디어다음] 스포츠 
글쓴이 : OSEN 원글보기
메모 : 두산 베어스의 김태룡(52) 단장은 야구계 안팎에서 두루 호평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견제와 질시가 심한 야구계에서 그런 평판을 듣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입니다. 김 단장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친화력도 친화력이지만 남을 속이지 않는 올곧은 성품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김 단장이 이런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언젠가 LG 구단에서 우리 구단의 한 선수에 대해 트레이드 제의를 해온 적이 있다. 그런데 '부상이 있어 쉬고 있다'고 거절했다. 그 선수가 그 당시에 부상으로 뛰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보냈다가 그쪽에 가서 선수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원망을 어떻게 듣겠는가."

프로 야구 판에서 선수를 트레이드를 하는데 구단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선수의 신상, 특히 병력(病歷)에 대해 굳이 상대 구단에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선수 개인의 인권 문제도 문제려니와 그런 식으로 했다간 트레이드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데려가려는 구단이 알아서 정보력을 동원해 해당 선수에 대한 이력을 파악해야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속이려고 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런 저런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던 선수를 내치려는 차에 어느 구단이 입질해온다면, '얼씨구나'하고 내주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쨌든 트레이드는 설사 선수가 부상 중이라 하더라도 상대 구단에 고지할 의무가 없다보니 나중에 '상도의' 운운하는 도의적인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 또한 없지 않습니다.

신생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는 지난 8월31일 두산 감독직을 올 시즌 도중에 사임했던 김경문(53) 전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습니다. 김 감독의 제9구단 행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서둘러 발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산 구단은 드러내놓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NC 구단의 감독 선임 발표 시점 때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13일 김경문 감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도중하차했지만 두산 구단이 잔여 연봉을 지급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두산의 녹을 먹고 있는 처지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NC 구단이 김경문 감독을 데려가더라도 두산 구단에 한 마디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이고, 발표 시점을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는 10월 6일쯤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았다는 지적입니다. 두산 구단 쪽에서 "신생 구단이어서 그런지 그런 큰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서툴러 보인다."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NC 구단이 시점을 앞당겨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물론 있었던 모양입니다. 김경문 감독과의 계약 사실이 흘러나가 한 언론의 확인 요청을 받게 되자 부랴사랴 각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내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전투구 판에서 무슨 예의나 염치를 찾느냐고 질책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볼썽사나운 일은 SK 와이번스김성근 감독을 해임하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진 바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해임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만수'를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후배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이만수 감독대행은 한 술 더 떠 감독대행 취임(?) 기자회견 석상에서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싱글벙글거리며 마치 정식 감독에 임명이라도 된 듯 장황하게 "SK를 명문구단으로 이끌어 시카고 컵스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처럼 팀 성적과 관계없이 항상 사람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명문팀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야구는 이기는 것이 첫 째 목표다. 프로는 이기는 것을 전제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SK 야구단이 새롭게 대한민국 최고의 구단이 될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 앞으로 천 만, 이천 만 관중 시대가 되도록 우리 SK가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혀 뜻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한 야구인은 "구태여 티를 내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떠난 사람의 아픔도 헤아릴 줄 알아야지. 그저 '남은 시즌 어려워진 팀을 잘 수습해 나가도록하겠다'는 정도만 하고 말을 아꼈어야지…"라며 힐난하더군요. 이만수 감독대행의 성정이 워낙 솔직하고 구김이 없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런 식으로 떠들썩하게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마땅한 일이었는지 되새겨볼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선, 후배 간의 배려와 예의의 실종, 구단 간의 '바른 상도의'를 상실한 세태를 개탄하는 한 야구인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