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역사·문화

'놀 토'는 '쉴 토'로… 바로잡을 우리말들

도깨비-1 2011. 6. 22. 09:39


[편집자에게] '놀 토'는 '쉴 토'로… 바로잡을 우리말들

  류영남 전 부산한글학회회장/2011년 06월 21일 조선일보
 

   내년부터 초·중등학교는 매주 '놀 토'라고 한다. 많은 언론에서 '놀 토'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쉴 토'라야 한다. 국어 가꾸기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지난 2007년 조선일보는 '피로회복'을 '피로해소'로 고쳐 쓰겠다고 했다(2007. 2. 28.). 조선일보는 또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았던 '수고'의 한자를 '受苦'로 밝혔다(1996. 8. 28.). 그 '受苦'가 13년 후에 비로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2009)에 실렸다. 국어사전 편찬 90년 만이다. 물론 옛 문헌인 '석보상절'(1447) 등에서도 확인되지만 첫 출처까지 밝힌 '생활 속의 한자'는 중요한 자료였다. 이러한 노력들로 국어가 살지게 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는 '플래카드'를 '현수막'으로 순화한다고 했다. 이로써 이 두 말이 구별 없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플래카드'는 옆으로 펼치는 홍보 도구요, '현수막(懸垂幕)'은 한자 뜻처럼 매달아 드리우는 막이다. 가로와 세로, 곧 서양과 동양 문화의 특징을 읽게 하는 말들로, '플래카드'란 '펼침막'이 마음에 와 닿는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란 대중가요의 '으악새'는 2절의 '뜸북새'와 짝이 되는 새다. 그런데도 '억새'로 아는 이가 많다. 조류학자 원병오님이 밝혔듯이 '왜가리'는 "왁왁" 하고 울므로 '왁새'라고도 하는데 작사자는 '으악새'라 했다.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1991) 등에서 '억새'의 방언 외에 '왜가리'란 풀이를 덧붙여 '으악새'가 새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불꽃축제'는 '꽃불축전'이어야 한다. 같은 행사인 일본의 '하나비(花火)'도 '꽃불'이란 뜻이고, 우리는 예부터 잔치란 뜻으로 '축제'가 아닌 '축전'을 써왔기 때문이다. 또 '역임'은 두 개 이상의 관직을 거쳤을 때 쓰는 말로 하나일 때엔 '지냄'으로 해야 한다. 교단에서 '山'을 '뫼 산'이라 하나 '메 산'이요, 정지용 시의 '해설피'는 '해질 무렵'이다. 차례일 때는 '세 번째'가 아닌 '셋째'가, '교육시키다'는 '교육하다'가 옳다. '높이 사다' 또한 '높이 평가하다'의 일본어 번역투다. 땅은 '내려다볼' 뿐 '쳐다볼' 수는 없는 일이며, '노고를 치하하다'도 '공로를 치하하다'나 '노고를 위로하다'로 고칠 말이다. 우리말의 현주소다. 언어는 생성한다. 사회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말은 고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