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은 거짓말을 보호하지 않는다
- 박용상 변호사 / 조선일보 2011. 01. 25.
헌법재판소가 작년 말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 대해 "허위 사실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며 위헌(違憲) 결정을 내린 이후 갖가지 오해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 이제 거짓말도 법이 보호해주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는 헌재가 논증의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헌법상 원칙인 표현의 자유는 '의견의 표현'과 '사실의 전달' 두 가지를 보호한다. 의견 표현에 대한 법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의견의 옳고 그름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전달은 진실에 부합하는 경우만 의미를 가지며 허위인 경우엔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 진실에 부합하는 정보만이 이를 전달받는 사람의 의견 형성과 판단에 도움이 될 뿐 허위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행위 당시에는 진위(眞僞)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 미국과 독일에서부터 확립된 판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헌재재판관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이 '허위 사실을 전파하는 행위도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놀라운 법리(法理)를 전개했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도덕률이고, 법이 거짓말을 보호한다는 법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또 재판관 6명은 '허위'라는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미 명예훼손법에서 확립된 법리에 의하면 허위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의미하며, 허위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은 어느 학자도 한 일이 없다. 그럼에도 헌재는 현행법상 허위를 구성요건으로 처벌하는 수많은 조문이 모두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추론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재의 판시 내용은 이해할 만하다고 쳐도 이를 이유로 해당 법 조항을 소급적으로 무효화하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의 조항은 1961년 처음 제정된 이래 수차례 개정 과정을 거쳐 가며 존재해왔다. 그만큼 거짓말에 의한 공익 침해를 막는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자체는 부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처벌해야 마땅한 '촛불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여대생을 목 졸라 죽였다'거나 '시위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등의 허위 인터넷 글을 게재한 사람들까지 면죄부를 받았고, 나아가 국가 배상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헌재는 사이버 공간을 유언비어의 위협에 방치하고 부(不)정의를 배제해야 할 법이 임무를 저버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체 입법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연히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거나 전쟁·테러 등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고지한 사람'을 처벌하는 쪽으로 입법할 것을 제안한다.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거나 전쟁이나 테러 같은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상황에 대해 실질적인 해악을 끼친 허위 사실 유포행위에 국한해 처벌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입법하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 내에 있는 '의견 표현'이라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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