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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승엽의 새출발,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

도깨비-1 2010. 12. 8. 13:22
이승엽의 새출발,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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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스포츠 
글쓴이 : 이데일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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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지난달 16일. 전날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기 위해 일본 고치시에 도착한 김성근 SK 감독은 첫 일정으로 오릭스 버팔로스 캠프를 찾았다.

김성래 코치(현 삼성)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김 코치는 김 감독의 부탁으로 오릭스에서 1년간 코치연수를 받은 바 있다.

오카다 감독과는 초면이었다. 구단 관계자의 안내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날 한참동안 야구 이야기를 나눴다.

오카다 감독은 김 감독을 극진히 대했다. 운동장 이곳 저곳을 돌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소개했다.

그러던 중 의미 있는 말을 한마디 꺼냈다. "이승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진 이유가 뭘까요.

당시만해도 오릭스가 이승엽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건 외부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때 였다.

지바 롯데 시절, 벼랑에 떨어졌던 이승엽과 함께 1년을 보내며 다시 정상까지 함께했던 김 감독이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겁니다. 요미우리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해 페이스가 떨어진 것 뿐 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또 한번 물었다. "이제 선수로서 내리막길은 아닐까요. 파워가 확실히 떨어지진 않았나요."

김 감독은 다시 한번 힘 주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절대 아닙니다. 하라 감독의 믿음을 잃은 것이 문제였을 뿐, 여전히 해낼 수 있는 기량과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오카다 감독과 헤어진 뒤 이데일리 SPN과 전화 통화에서 "고민은 하고 있지만 꽤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내 이야기를 얼마나 귀기울여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처한 제자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 그리고 힘겨운 상황을 하루 빨리 헤쳐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김 감독의 말 처럼, 그의 추천이 이승엽의 입단과 몸값 책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에게 직접 기회의 필요성을 역설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도 야구 지략가로 이름 높다. 기요다케 요미우리 구단 대표는 한국 방문시 야구 관계자들에게 "SK가 매년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김 감독의 진심어린 추천사가 오카다 감독의 마음에 오래 남게 된다면... 이승엽이 좀 더 긴 호흡으로 감을 끌어올리는데 힘이 될 수 있다.

다카시로 전 한화 종합코치가 오릭스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긴 것도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다카시로 코치는 이데일리 SPN과 인터뷰서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다카시로 코치는 "솔직히 처음엔 한국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과 WBC(2회 대회는 코치로 참가)를 겪으며 큰 매력을 느꼈다. 특히 파워는 일본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특급 선수간 대결에선 어느쪽도 완전한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카시로 코치는 오히려 한국 야구와는 악연이 있는 코치다. 일본 최고의 수비 펑고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1999년 한.일 슈퍼게임을 앞두고 외야에서 몸 풀던 선동렬(현 삼성 감독)의 머리에 공을 맞히고 말았다.

선동렬은 당시 부상 탓에 슈퍼게임에 나서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가 전력으로 던지는 은퇴 투구를 볼 수 없었다.

이종범을 유격수에서 외야수로 전향시킬 떄도, 이병규에게 수비 기본기가 부족하다며 2군행 지시를 내릴 때도 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한화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며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SK서 지난 2008년 타격 코치로 일했던 쇼다 코치 역시 오릭스맨이다. 쇼다 코치는 배려심 깊은 리더십으로 SK 선수들에게 많은 힘이 됐던 지도자다.

다카시로 코치는 "한국에서의 1년이 참 뜻깊었다. 특히 한화 젊은 선수들이 변해가는 모습에 뿌듯했다"며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이제 나도 한국을 경험했고 또 일본을 경험한 한국 관계자들도 많다. 서로 힘을 합쳐 양국 야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인연을 바탕으로 나도 앞장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 처럼 인연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매력이 있다.

최근 몇년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이승엽이다. 요미우리 2군에서 코치 연수를 했던 송진우는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 다만 오랙 시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며 그를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에겐 다시 기회가 왔다. 보다 자유롭고 여유있는 환경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이승엽을 둘러 싼 인연들이 이번엔 제대로 힘을 내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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