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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늘재]단풍들기 전 초록 찾아 떠나는 사색길

도깨비-1 2010. 10. 7. 17:16
[여행]단풍들기 전 초록 찾아 떠나는 사색길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1007154148265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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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인생을 비유하면서 고개를 빼놓을 수 없다. 삶이 고개를 넘는 것과 비슷하다는 연유에서 이리라. 그래서 일까. 고개에는 사람들의 눈물과 한, 그리고 삶의 흔적들이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하늘에 맞닿았다고 해서 지어진 하늘재는 경북 문경 관음리와 충북 충주 미륵리를 연결하는 옛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아달라 이사금 3년(서기 156년)에 계립령 길을 열었다'고 적혀 있다. 죽령길이 이보다 2년 뒤에 개척되었으니 기록상으로 볼 때 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갯길인 셈이다. 얼추 2000년이라는 세월을 품고 있다.

계립령, 마목현, 지릅재 등으로 불렸던 하늘재의 높이는 고작 해발 525m에 불과하지만 '하늘'이란 이름을 당당히 꿰찼다. 하늘재보다 훨씬 높고 험준한 고개도 '하늘'이란 이름을 갖지 못했다. 그만큼 이 작은 고갯길에 얽히고 깃든 사연을 펼쳐보면 굴곡진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이 스며들어 있다.

한강 유역으로의 진출을 꿈꾸며 신라가 하늘재를 낸 뒤로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남진을 위해 이 길을 다녔고, 후삼국의 궁예가 상주지방을 치러 가면서 이 고개를 넘었다.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들어간 마의태자도, 홍건적을 피해 내려온 고려 공민왕의 피란행렬도 이 길을 밟았다.

이렇게 역사의 굽이마다 온갖 풍상을 겪은 고개여서인지 하늘재를 넘는 길이 다른 옛길보다 유독 각별하게 느껴지는것은 당연지사일듯.

하늘재는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문경쪽이던 충주쪽이던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상관은 없다. 편도 40분 거리라 되돌아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단숨에 차로 닿는 문경의 하늘재 정상에서 출발하는것이 조금은 편하다. 순한 내리막으로 내려서는 3.2㎞의 그 길에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간다.

소나무와 전나무, 굴참나무로 우거진 2000년 묵은 숲길은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있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과 우르르 둘러선 낙엽송에는 따사로운 가을빛이 내려앉았다. 선선한 바람만이 길을 따라 나선다.

길이 품고 있는 오랜 시간을 가늠하다보니 진초록 이끼가 낀 석축이며 발끝에 채이는 돌들까지도 새삼스럽다.

흐르는 강물을 닮은 길은 부드럽게 산 아래로 계속 이어진다. 걷기 시작한지 20여분. 하늘재에 명물로 등장한 120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연아를 닮은 나무'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김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선보인 '비엘만 스핀' 자세를 그대로 닮았다. 김 선수의 S라인 허리, 길게 쭉 뻗은 다리와 팔까지 신기하게도 쏙 빼닮았다. 김연아 나무를 지나면 숲은 더욱더 울창해진다.

하늘재 옛길의 속살을 느껴보려면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조성한 역사생태관찰로를 이용하는것도 방법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만한 오솔길은 옛길의 정취가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다.

숲그늘에 취해 걸음을 재촉하면 낭랑한 불경소리가 들린다. 하늘재 고갯길의 끝자락에 있는 미륵리사지가 길손을 맞는다.

미륵사지는 석굴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유일한 석굴사원이다. 석굴암이 굴을 파서 지었다면 이곳은 자연석을 쌓아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굴의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키가 껑충한 미륵석불 하나만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선 유일한 석불의 표정은 자애롭기 그지없다. 몸체는 비례가 맞지 않아 어설프지만 눈을 반쯤 감은 미륵불의 얼굴만큼은 단정하고 자애롭고 온화하다.

석불에는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와 누이 덕주공주에 얽힌 전설이 있다.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하늘재를 넘다가 이 석불을 세웠다는 것.

마의 태자 일행이 하늘재를 넘어오자 고려의 호족들이 그들을 막아선다. 이들이 신라 재건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를 갈라놓기로 한 것이다. 마의태자는 미륵사에, 덕주공주는 40일 밖 월악산 덕주사에 볼모로 갇힌다. 그래서 석불은 마의태자 상이요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은 덕주공주 상이라고도 불린다.

미륵리사지에 서면 다른 폐사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웅장한 미륵불과 5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토막난 당간지주와 돌거북, 온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큼지막한 바위, 어지러이 흩어진 초석들로 가득한 절터는 그것만으로도 폐사지의 공간들을 충만하게 채운다.

특히 큰 바위를 다듬어 만든 돌거북은 머리 부분이 사실적이다. 절묘한 석공의 솜씨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충분하다. 돌거북 왼족 어깨쯤에 주먹만한 아기 거북 두 마리가 뒤뚱뒤뚱 기어오르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충주쪽으로 하늘재를 넘어가거나, 문경쪽에서 하늘재를 넘어온 이들도 모두 이 미륵불 앞에 머물며 두손을 모았으리라. 어쩌면 하늘재는 미륵불이 있어 한층 애틋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문경ㆍ충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길잡이=

하늘재는 어느 방향으로 찾아도 상관없다. 문경쪽 하늘재 정상에서 시작하거나 충주쪽 미륵사지에 주차하고 길을 나서면 된다. 미륵사지는 송계계곡, 수안보, 월악산 등을 둘러볼 수 있고, 문경은 전통 가마와 새제길, 토끼비리 등 옛길을 찾는 재미가 솔솔하다.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영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IC를 나와 길평방향으로 가면 하늘재 정상에 닿는다. 또는 괴산IC를 나와 수안보를 지나 미륵사지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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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는 월악산국립공원 내 포암산(962m)과 탄항산(857m) 사이에 있다. 경북 문경시 관음리와 충북 충주시 미륵리의 경계선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갯길로 지금도 당시의 길 거의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두 마을간 이름도 재밌다. 관음리와 미륵리다.  하늘재는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너머 마을엔 관음사가 있고 반대편엔 미륵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