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자료

[특파원칼럼] 韓食과 韓菓의 세계화 - 조선일보

도깨비-1 2009. 10. 16. 10:26

           이항수 홍콩특파원/ 2009년 10월 16일 조선일보

 

  지난 6일 밤 홍콩 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주(駐)홍콩총영사관 개관 60주년 기념 만찬장은 마치 인종 전시장 같았다. 주최측이 세계 70여개 나라의 홍콩 주재 외교관 부부, 홍콩과 마카오의 저명인사 등 주로 외국인들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10명씩 앉은 30개의 테이블마다 한국인은 1~2명에 불과했다.
   간단한 기념식이 끝난 뒤 잣죽, 수삼 생채 무침, 갈비구이, 모듬전, 해물떡볶이, 비빔밥 등이 차례로 나왔다. 10명이 앉은 우리 테이블에도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칭찬이 쏟아졌다. 칠레의 페르난도(Fernando) 총영사는 수삼 생채에 대해 "서울 근무 때에도 맛보지 못한 특이한 음식인데 홍콩에서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갈비구이에 반한 핀란드의 티모(Timo) 총영사는 "홍콩의 어느 한국 식당이나 다 한다"는 말에 자신이 가본 한국 식당들을 열거하며 좋아했다. 덴마크의 요르겐(Jorgen) 총영사 부부는 "난생처음 보는 환상적인 맛"이라며 복분자주와 화요, 막걸리의 구입 방법을 물었다.
   루돌프(Rudolf) 체코 총영사 부부와 루이(Luy) 캄보디아 총영사 부부도 비빔밥을 먹으며 연방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특히 이날 음식을 준비한 전통요리 연구가 윤숙자 교수가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 주는 한식을 드신 여러분은 앞으로 최소 한 달간 잔병치레 없이 건강할 것"이라고 말하자, 페르난도 총영사가 "매달 한번 이상 한국 식당에 다녀서 평생 건강하게 살라는 얘기"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대화 내용도 '세계 속의 한국'을 실감케 했다. 체코 총영사는 체코에 진출한 현대차의 선전 상황, 핀란드 총영사는 자국 주력상품인 노키아와 삼성·LG 휴대폰의 추격 상황, 칠레 총영사는 서울에 근무할 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고생한 얘기, 캄보디아 총영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국 방문 일정을 화제로 올렸다.
   공짜 좋아하기는 동·서양의 외교관들도 똑같았다. 행운권 추첨이 시작되자 왁자지껄해졌다. 고려자기는 싱가포르 금융인, 서울 왕복 항공권은 홍콩 공무원이 받았다. LG 휴대폰에 당첨된 사토 일본 총영사는 "이 낡은 것을 버리고 앞으로는 LG 폰을 공식 폰으로 쓸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40인치 삼성 TV에 당첨된 부르바흐(Burbach) 독일 총영사 부인이 함박만 해진 입으로 "우리 테이블은 한국 식당에서 한턱 쏘겠다"고 말하자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아름다운 한국 음식 100선'(영문판)과 한국 홍보 CD를 받아 든 외국인 중에는 "내 평생 최고의 만찬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입에 발린 '외교적 언사'가 아님을 느낄 때 뿌듯했다.
   한식의 세계화는 세계 곳곳에서 화두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기자 가족들을 워싱턴의 한국 식당에서 대접하고, 일본 총리 부인이 맨손으로 김치를 담근 소식이 외신을 탔다. 청와대는 15일 주한 외교관 부부 170여명을 초대해 한식 시식회를 열었고, 김윤옥 여사는 16일 미국 CNN 취재진에게 청와대에서 전통 음식을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장면은 19일부터 전 세계로 방영된다.
   한식 세계화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한과(韓菓)다. LG전자의 박기보 홍콩법인장은 올 중추절(10월 3일)에 거래처 외국인 100여명에게 한국에서 직수입한 한과 선물세트를 돌렸다.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포장된 뚜껑을 열면 다양한 모양의 한국의 맛이 예쁘게 담겨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별한 한국의 맛을 알게 해줘 정말 고맙다"거나 "내년 춘절에도 보내 달라"는 편지와 전화가 답지했다고 한다. 박 법인장은 "깊은 인상도 남기고 한국의 맛도 알리는 한과 선물 효과"를 계속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