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스크랩) 지금 집 살 경우 리스크 계산 간단히 해볼까요?

도깨비-1 2009. 9. 10. 12:25

서울 강남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반등하니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십니다. 제 글을 꾸준히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부동산 문제를 재테크나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차원에서 주택문제를 접근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니 오늘은 그런 차원에서 한 번 생각해볼까 합니다.

 

집을 재테크나 투자 대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기대 투자 수익률과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따져야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선동꾼들의 경우 대부분 어디 어디에 투자하면 대박낼 수 있다는 식으로 투자 수익률만 잔뜩 부풀려서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과 리스크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죠. 하지만 어떤 투자든 수익(return)과 리스크(risk)는 거의 정비례 관계입니다. 이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경제학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 부동산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재건축 아파트는 오를 때는 상당히 고수익일 수 있지만, 투기적 시장의 성향이 강하므로 내릴 때는 그만큼 하락폭 또한 큽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2006년말 고점 대비 지난해말~올초 30~40%씩 하락했던 것이 단적인 증거입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투기조장책에 힘입은 바 크지만 올초 이후처럼 오를 때는 더 크게 오를 수도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이 글에서 저는 전문적인 투기꾼보다는 집값이 뛴다하니 불안해서 지금 빚을 내서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분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단 보통의 경우 주식시장의 단기 랠리라면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주택시장에 들어가면 몇 년간은 집을 소유해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타고난 투기꾼들이라면 온갖 탈불법 거래를 통해서든 단기 거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면 3년을 보유한다고 생각해보죠. 그 경우 기회비용과 투자 리스크 등에 대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는 게 정상아닐까요?


그러면 한 번 계산해봅시다. 계산의 편의상 여러분들께서 자기 돈 6억원과 은행에서 빌린 돈 4억원으로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생각해보죠. 향후 물가 상승률이 4%, 은행 대출 이율을 6%로 잡아봅시다. (몇몇 분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걱정하는데,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고, 지금까지 급속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오른 사례도 없었기에 그런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3년 후 각종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집값은 얼마나 될까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여러분의 돈 6억원이 3년 후 같은 가치를 유지하려면 약 6억7500만원이 돼야 합니다. 또한 대출액 4억원의 연간 이자는 2400만원이므로 3년간 이자는 7200만원입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1억4700만원입니다. 이밖에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각종 기회비용은 거의 2억원에 육박할 것입니다. 이는 현재 10억원짜리 집이 3년 후 12억원으로 올라야 겨우 본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집값 수준에 비해 20%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의 경우는 차후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현 정부가 지금은 각종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세금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그 같은 혜택은 집값이 정말 20% 정도 뛰는 경우가 생긴다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그런 혜택이 계속 유지된다 해도 위에서 말한 기회비용 20%는 기본입니다.


이어 향후 집값 흐름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한 번 생각해봅시다.


1) 집값이 3년 뒤까지 꾸준히 올라 현재 집값보다 20% 이상 더 오른다.


2)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0~20% 오른 수준이 된다.


3)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



여러분은 다른 가치는 안 보고 철저히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3년 후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가정합시다.


만약 여러분이 1번 상황을 확신한다면 집을 반드시 살 것이고, 2), 3)번이면 굳이 지금 집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3년 후 1번 시나리오가 현실화해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저는 늘 주장해오는 대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3번 시나리오입니다.


(사실 3번 시나리오에서 얼마나 떨어지느냐로 시나리오 구성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2번 시나리오라고 해도 집을 안 사는 게 현명하지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3년이 지난 뒤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많이 달라지겠지요. 저는 3년 이후에도 집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관점에서 3년 후에 반드시 판다는 것을 가정하고 쓰기에 이후 시점에 대해서는 일단 생각을 접어둡시다.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은 꼭 이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집이 오를 때 불안해서 집을 사는 분들 대부분이 막연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집을 사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2006년말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집값도 폭등했지요. 그런데 2006년에 집 산 사람들 그 뒤로 집값이 계속 떨어져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아시나요? 지금 언론의 선동보도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 1번지'인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실거래가는 여전히 2006년 고점 대비 -20~30%씩 하락해 있는 상태이고요. 분당, 용인, 일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도 실거래가는 정부의 각종 투기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등다운 반등을 못하고 있습니다. 2006년 고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집을 팔고 싶어 안달했을까요? 그리고 지금 자신들의 집을 사주는 사람들은 정말 은인처럼 느껴질 겁니다. 지금 털고 나와도 아마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2006년에 투자한 분들 20~30%는 까졌을 겁니다. 거꾸로 실수요자도 아닌 분이 은행 빚을 잔뜩 지고 부동산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 사람들의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2009년의 반등은 이미 어깨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투를 잡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족: 이런 경우 꼭 특정 사례를 거론하면서 딴지 거는 분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 재건축은 올 들어서만 벌써 20~30% 이상 뛰었는데, 오르면 순식간이다'라는 식으로요.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올해의 집값 반등은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미약한 편입니다. 재건축 단지 가운데도 반등세가 약한 곳이 많습니다. 정부의 대규모 투기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재건축단지의 경우를 들어 수도권이나 서울 전역이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처럼 일반화하면 곤란합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은 어디까지나 평균값으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올초 재건축 사서 돈 벌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입장이라면 이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3년 후에도 지금 가격 이상으로 팔 수 있을까? 2006년에 강남 재건축에 들어왔던 분들은 그렇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올해 초까지 기회비용을 빼고 순전히 집값만으로도 30% 이상 빠졌습니다. 결과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볼 때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0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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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769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