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스크랩] 한옥 자연 담은 그 집에 삶이 깃들다

도깨비-1 2009. 8. 26. 14:14
뉴스: 한옥 자연 담은 그 집에 삶이 깃들다
출처: 헤럴드경제 2009.08.26 02:14
출처 : 여행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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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한옥은 불편하고, 낡고, 허름하고, 고루했다. 아니 적어도 도시에는 어울리지 않는 주거형태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현재 한국주택 총수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었다. '편리함'을 최고 덕목으로 내세운 아파트는 현대 주거형태의 대표성을 획득한지 오래다. 반면에 한옥은 '어서 빨리 헐어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전 갑자기 '한옥'이 돌아왔다. 열렬한 환호와 함께는 아니지만 조용히, 그러나 무시하지 못할 매력을 가지고. 왜일까?

우리는 한옥에 살 수 있을까

갑작스런 '한옥 붐'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붙는다. 문화재로서 보전가치가 있어서, 친환경적이라서, 웰빙을 위해서 등등. 하지만 그 일등공신은 서울 삼청동, 가회동에 자리잡은 '눈 돌아갈 만큼' 스타일리쉬한 한옥이 아니었을까. 한옥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레스토랑, 갤러리, 가정집, 호텔은 현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살림집으로 한옥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옥은 미래에 일반적인 주거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우리는 한옥에서 살 수 있을까.





이런 한옥이라면 한 번 살아보고 싶어 '명품한옥'


살림집으로 한옥을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머릿 속에 나타나는 집이 있다. 바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락고재(樂古齋)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환희-박화요비 커플이 살았던 '그 집'이다. 락고재는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30년 역사를 지닌 옛 진단학회의 한옥을 인간문화재 대목장 정영진 옹이 개수했다. 전통기와, 담장, 정자, 연못, 소나무 등 전통가옥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목욕탕, 화장실, 찜질방 등 현대식 시설을 설치해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홈페이지( www.rkj.co.kr )로 예약하면 숙박과 식사도 가능하다.

조금 더 작은 도시형 한옥이 궁금하다면 무무헌(無無軒)이 있다. 무무헌은 개인 소유의 한옥으로 가회동 31번지의 가운데쯤 위치한다. 대지면적 50여 평, 건축면적 20평의 아담한 집이다. 건축주가 2004년 사들인 한옥을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하고 김길성 대목이 시공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를 이룬 전형적인 도시형 한옥이다. 개보수 당시 원형을 최대한 복원한 정갈한 맛을 지닌 한옥이다. 이렇게 전통의 멋을 살렸지만 주방에는 싱크대와 냉장고, 드럼세탁기와 와인셀러(와인냉장고)까지 설치돼 있다. 또 냉난방 시설은 물론, 무선인터넷 시설까지 완비돼 현대인의 삶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무무헌은 살림집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공연이나 전시 등을 위해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아름지기 재단이 이곳에서 우리음악 듣기라는 주제로 '가락(家樂)'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살림집 형태 외에도 '한옥치과'로 알려진 가회동 'e-믿음치과'나 최초의 한옥동사무소인 '혜화동사무소'도 한옥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2005년 문을 연 'e-믿음치과'는 통풍이 잘 돼 치과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나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의자에 누우면 서까래나 마당 뜰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와 편안함을 더한다. 2006년 현재 청사로 이사한 혜화동사무소는 이미 도심 속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일 처리하고 후딱 나가는 관공서'가 아니라 '머물러 휴식하는 곳'이 되었다.

개축이 아니라 새로 지어진 명품한옥건물로는 경주 라궁(羅宮)이 있다. 조정구 건축가가 설계한 호텔이다. 16채의 독립된 한옥이 회랑을 중심으로 연결된 형태로 이루어진 이 독특한 호텔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가 살던 집으로 유명하다. 각 스위트형 한옥은 좌식위주의 전통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있지만 마당과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한옥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을 선보여 현대 한옥의 새로운 전형을 엿볼 수 있다.

"다 좋은데.. 비싸서.."

한옥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바로 '비용'문제다. 현재 북촌 한옥의 경우 3.3㎡당 가격이 2000만~3000만원 선이다. 100㎡ 규모의 한옥 한 채당 약 6억~9억원 정도 나간다는 이야기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2~3년새 급작스레 가격이 뛰기는 했지만 물량도 거의 없어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한옥을 사더라도 대부분 지어진지 오래돼 개축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개보수의 경우 3.3㎡당 보통 700만원이상씩 잡는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생활도 불편하다. 그래도 살아본 사람들은 '이제 갑갑해서 아파트에선 못산다'고들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 한옥"이라고 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는 '서울 한옥선언'이후 한옥 개보수 비용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공사비의 3분의 2내에서, 기존 한옥을 대수선하거나 신축하는 경우 6000만원, 비한옥을 한옥으로 신축하는 경우에는 8000만원까지 보조한다.



한옥인가, 한옥풍인가


정책적인 지원 덕분일까 최근 한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대한주택공사는 지난3월 '한옥아파트'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조감도로 본 아파트내부는 한옥인테리어를 적극 도입한 아파트다. 과연 이것을 '한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한옥과 한옥풍 건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명확한 사실은 '조선시대'의 한옥은 현대 주거지로서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옥의 고유한 특성은 살리면서도 '제대로' 현대화 할 수 있을까.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은 한옥의 핵심요소로 '마당, 자연과 소통, 목조건축'을 꼽았다. 서울시립대 송인호 교수는 한옥이 개조되더라도 지켜야할 특성으로 '영역의 구분과 성격, 외관의 윤곽과 스타일, 질감'을 언급한다. 즉, 춘양목(강원도 일대에 나는 조선 육송)으로 집을 지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 한옥의 정신을 어떻게 담아 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위에서 열거한 한옥들은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한옥의 부활은 주거형태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선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키치화'와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실패한 주거형태인 한옥이 두 번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귀담아 들어야할 뼈아픈 지적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m.com
[사진제공=구가도시 건축(박영채 작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