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음식

[스크랩] 맛기행|경북한우투어 "牛~ 와"

도깨비-1 2008. 7. 23. 11:09
 
 
 
 
 
 
 
 
 
 
 
 
 
 
 
 
 
 
맛에 놀라고 싼값에 놀라고
맛기행|경북한우투어 "牛~ 와"
 
 
요즘처럼 한우가 서러운 적도 없었을 것이다. 오랜 역사 속 깊은 인연으로 우리네 삶을 함께 일구었던 동물인 소. 묵묵히 밭을 갈고 짐을 날랐던 소는 실한 일꾼이었고, 집안 제일의 재산이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새벽이면 가마솥 가득히 쇠죽을 끓여 소에게 뜨끈한 아침 식사를 차려낸 것은 소를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의 일부로 여겼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가 뒤집힌 요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애꿎은 한우였다. 광우병 걱정에 쇠고기 전체가 불신당하다 보니 한우마저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사료값과 유류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한우값은 20% 정도나 떨어졌고, 힘겹게 한우의 명맥을 지켜온 축산농가는 본전은커녕 쌓여가는 빚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현장에서 만난 축산농들은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밝혀온 ?불을 보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고 했고 “미국산 쇠고기가 맛있다며 ‘쇼’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이젠 비웃을 힘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쇠고기 불신의 시대. 하지만 그 대안은 역시 믿고 먹을 수 있는 우리 한우뿐이다. 전국 한우 생산량의 24%를 담당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소를 키운다는 경북으로 한우 투어를 떠났다. 품질 좋은 한우를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여행이었다.

생산농가가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곳들이 여럿 있었고, 그곳에선 믿기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한우를 맛볼 수 있었다.

1등급 이상 최상급의 한우 꽃등심, 갈비살을 600g에 3만5,000원~4만원에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120~150g을 1인분으로 3만~5만원에 내놓는 시중의 웬만한 고깃집에 대면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다. 5~6만원이면 4명 한 가족이 배 두들기며 한우 파티를 열 수 있다.

광우병 걱정 없이 우리 한우의 고소한 맛을 음미하면서, 한우농들의 시름도 함께 덜어줄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안내한다.

■ 상주 명실상감한우

경북 상주는 삼백(三白)의 도시, 누에고치 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다. 상주를 대표하는 또 다른 특산품은 한우다. 경북에선 경주 다음으로 한우를 많이 키우고 있다. 시 전체 생산액의 25%를 한우가 차지한다고 한다.

시와 축산농은 상주 한우를 최고의 브랜드로 키우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만든 브랜드가 ‘명실상감한우’다. 상주시 특산물 공동 브랜드인 명실상주에서 ‘명실’을, 상주의 감을 먹인다 해서 ‘상감’을 따왔다.

상주는 국내 제일의 곶감 생산지다. 곶감을 만들 때 깎은 곶감 껍질을 말려 한우의 사료로 사용한다. 상주축협 김용준 조합장은 “탄닌과 비타민이 많은 감 껍질을 먹은 송아지는 설사나 호흡기 질환에 강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최고의 브랜드인 상감한우를 만나러 낙동면의 축산농가를 찾았다. 깨끗한 우사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 한우는 스트레스가 없어보여서 그런지 표정이 너무 고왔다. 하지만 그렇게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며 최고의 품질을 지키고 있는 축산농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감 껍질만이 아니다. 그들은 급등한 사료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낙동강변 둔치에 먹이가 될 풀들을 재배해 소를 먹이고 있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사료다. 낙동면의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이런 사료로 무항생제 한우를 생산하고 있다.

시내 여러 음식점에서 감 먹은 상주한우를 맛볼 수 있다. 상주버스터미널 바로 옆 청기와숯불가든(054-535-8107,8)은 상주 시민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상감한우 직판장도 함께 운영한다.

■ 군위 이로운한우

군위군 효령면 성리에 군위 이로운한우 직판장(054-382-9800)이 있다. 14개 축산농가가 조합법인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고기를 판매하는 곳이다. 오픈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그새 소문이 퍼져 주말이면 식당 주변은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군위는 원래 소보다 돼지가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돼지를 키우는데 품이 너무 많이 들고 인건비 부담이 커서 1,2년 전부터 많은 축산농들이 한우 사육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파동으로 농가들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 식당에선 1등급 이상의 거세우와 암소만을 내놓는다. 1층에서 먹고 싶은 고기를 주문해서 2층 식당에서 상차림비(1인당 2,000원)만 내고 고기를 구워먹는다. 1등급 원플러스 이상의 특등심 600g이 3만6,000원, 갈비살 400g이 2만8,000원이다. 손님들은 “시중의 3분의 1 가격이니 좋은 고기를 배불리 먹고 가도 차 기름값이 빠진다”고 좋아했다.

대구 일대에선 쇠고기를 날로 먹는 ‘뭉티기’를 최고의 별미로 친다. 육회는 며칠 숙성해 양념과 버무려 나오는데 반해, 뭉티기는 소를 잡는 당일 바로 나오는 신선한 쇠고기 회다. 마른 홍고추와 된장, 마늘, 참기름 등으로 만든 장에 찍어 새빨간 뭉티기를 입에 넣는데, 육고기라고 믿기지 않게 사르르 혀에 녹아든다.

최고급 신선한 한우만 쓰기에 갈비살 등은 고기의 육즙이 뭉클하고, 마블링 잘 된 지방이 잎에 향긋한 풍미를 퍼뜨린다. 중앙고속도로 군위IC에서 나와 5번국도를 타고 효령 방면으로 가다보면 병수교 옆에서 이로운한우 직판장 간판을 만난다.
www.gwhanwoo.kr

■ 안동 풍산 신양한우

얼마 전 경북도청 이전지 발표 이후 안동시 풍산읍 일대가 시끄러워졌다. 읍내에 부동산업자들이 몰려들면서 빈 사무실은 동이 났고, 만나는 사람마다 개발 이후를 이야기하며 머릿속 청사진을 그려댄다.

풍산읍내에 지난해 문을 연 안동 신양한우 식육식당은 빠른 입소문으로 지역의 명물이 돼가고 있다. 임희오(49) 희정(45) 형제가 힘을 모아 한우 사육에서부터 도축, 유통, 판매까지 전담해 저가로 최고의 한우를 제공하는 곳이다.

임씨 형제는 고향인 신양리의 목장에 100여 두의 한우를 직접 키우고 있다. 정성껏 키운 이곳의 한우들은 1등급 이상이 70~80%에 이른다. 1등급 원플러스, 투플러스 급의 한우명품 600g이 3만5,000원, 1등급 등심과 갈비살 600g이 3만3,000원, 1등급의 육질인 불고기는 양념을 빼고 잰 600g이 1만2,000원 등이다. 유통과정을 거쳐야 하는 주변의 다른 식당들이 도저히 따라오기 힘든 가격이다.

1층에서 직접 고기를 골라와 2층의 식당에서 구워 먹는다. 상차림비는 1인당 3,000원. 전화(054-859-2716) 택배로 신선한 고기를 받아볼 수 있다. 주변에 하회마을, 병산서원, 봉정사 등 관광지가 가깝다.

■ 경주 서면 아화리 한우

경주는 경북에서도 가장 많은 소를 키우는 곳이다. 경주 사람들이 “언제나 변하지 않는 맛”이라 추천하는 곳은 영천시와 이웃하고 있는 서면 아화리의 서면식육식당(054-751-1173). 50여 두 가량의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보통 한우집은 거세 숫소를 내놓는데 이곳은 암소만 고집한다. 암소와 황소의 차이를 식당 주인은 “쌀밥과 보리밥의 차이”라고 했다.

한적한 시골마을 허름한 외관의 식당이지만 평일 점심인데도 자리는 이미 손님들로 꽉 차있다. 손님들의 얼굴은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고기를 보면서 즐겁고, 메뉴판을 보며 그 저렴한 가격에 또 흐뭇해진다. 갈비살(150g)이 1만4,000원, 생등심(150g) 1만3,000원, 육회 200g 2만원.

숫소에서 느끼지 못하는 암소만의 부드러움이 이 집의 장점. 새끼 3번 이상 낳은 소에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는다고 30개월 미만의 어린 암소만을 사용한다. 고기의 부드러움은 특히 육회에서 정점을 찍는다. 흐물흐물 입에서 그냥 녹아든다. 밥과 곁들이는 토속 된장찌개 맛도 시골의 냄새가 물씬하다.

경부고속도로 영천IC에서 나와 산업도로를 타고 경주 방면으로 달리다 아화리로 접어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 풍기 영주한우마을

영주시 풍기는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다. 부석사로 가는 길목에 영주한우마을(054-635-9285)이 있다. 한우 생산농 3인과 유통 담당 1인, 판매 1인이 조합을 꾸려 운영하는 곳이다. 1등급 이상의 한우와 인삼과의 만남이 이 집의 자랑이다. 내놓는 고기에서 홍삼 냄새가 난다. 홍삼액을 뿌려 고기를 숙성시키고, 손님 상에 내놓기 전 또 한 번 뿌려 색과 향을 짙게 했다.

영주한우마을 대표 전영호(46)씨는 “홍삼이 첨가돼 쇠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고 고기의 질감도 훨씬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최고의 한우 맛을 내기 위해 동석쇠를 이용해 참숯불에 고기를 굽는다.

특상갈비살 600g 4만5,000원, 특상등심 600g 4만2,000원, 불고기 600g 1만8,000원 등이다. 상차림비가 1인당 3,000원씩이 추가된다.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나와 소수서원 가는 길, 풍기읍 동부리에 있다.
www.pwoo.co.kr

상주ㆍ안동ㆍ군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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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맛기행|경북한우투어 "牛~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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