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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작가별로 본 다시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1 2008. 4. 18. 15:12

 

 

요즘 케이블 채널 드라마넷에서 2005에 종영된 KBS 드라마 '부활'을 다시 방영하고 있다.

엄태웅의 발견, 김지우 작가의 역량이 맞물리면서 명품 드라마로 불렸던 그 부활 말이다.

비록 오전 11시에 방영되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함과 재미가 새록 새록 생각이 난다.

 

부활을 보면서 앉아 있자니 지나갔던 드라마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작가별로 드라마가 하나씩 기억이 났다. 그래서 유명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를 한 편씩 생각해보련다.

 

먼저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며 드라마계의 절대지존의 자리에 있는 '김수현 작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톡톡 튀는 대사와 화려한 말발이 생명이다. 거기에 개성있는 또렷한 인물들이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나간다.

히트 제조기 김수현 작가는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나는 특히 1996년 KBS에서 방영되었던 '목욕탕집 남자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지금 거의 10여년이 넘게 흘렀는데,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그 시점에서 아마도 김수현 작가가 역으로 대가족을 그려낸 것이 특이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강부자와 이순재라는 양대 산맥이 버티고 있고, 첫째 아들 장용과 고두심, 둘째아들 남성훈과 윤여정, 셋째 딸 양희경과 송승환, 여기에 배종옥, 김희선, 김호진, 도지원, 정준 등 지금 쟁쟁한 스타가 된 사람들이 줄줄이 출연했었다.

 

여러 인물들이 각각 세대를 대표하면 독특한 개성들이 있었다. 윤여정이 시를 읊으면서 남성훈을 괴롭히던 장면이 정말 재미있었다. 톡톡 튀는 신세대를 연기한 김희선과 독신주의를 고집하다가 끝내 김상중과 결혼한 배종옥 등 캐릭터가 굉장히 강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목욕탕이라는 대중적인 공간과 그 곳을 중심으로 모이는 가족의 모습이 좋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

나는 노희경 작가 마니아다. 그녀가 쓴 드라마는 거진 다 챙겨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노희경 작가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드라마. '거짓말'을 가장 좋아한다.

 

 

 

'거짓말'은 거의 두 세번 보고 대본으로도 한 번 읽어봤었다.

불륜 드라마를 이렇게 세련되고 인간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노희경 작가는 이로 인해 든든한 팬을 보유하게 된다.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의 운명적인 사랑앞에 좌절하는 은수(유호정). 준희를 사랑하기때문에 이혼을 선택하는 은수와 준희를 위해서 그를 떠나 보내는 성우는 둘 다 사랑을 받는 자가 아니라 사랑을 하는 자였다.

 

세 사람이 모두 선택을 하고 사랑을 하고 몸부림을 치는 능동적인 사랑법을 보여줬으니 이전에 뜨뜬미지근한 사랑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현대인의 사랑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그려내는 드라마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또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김지우 작가에 대해서 언급을 다시 안 할 수가 없다. 아쉽게도 김지우 작가는 작품이 굉장히 적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은 매우 귀하다. 한국 드라마의 복수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부활'과 복수극 제 2탄, 즉 시즌2라고 부를 수 있는'마왕'은 둘 다 드라마 마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최고의 드라마다.

 

 

 

 

김지우 작가가 그리는 드라마의 복수는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계획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허투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때 지적인 부분을 많이 충족시킨다. 반면에 그 복수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김지우 작가의 복수극은 보면 볼수록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다. 복수를 행하는 사람들, 복수를 당하는 사람들 모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오로지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선명하게 부각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김지우 작가의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촘촘한 스토리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드라마도 안 부럽다.

 

드라마 작가하면 또 한 사람, '인정옥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인정옥 작가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말투는 무척 독특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옥 작가 인물들의 대사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기때문에 그만큼 들을 가치가 있다.

 

인정옥 작가의 '네 멋대로 해라.'는 정말 ?트 드라마에서 있어서는 단연 최고다. 아역때부터 탄탄하게 연기력이 뒷받침된 양동근(고복수)과 신비로운 아우라를 물씬 풍기는 이나영(전경)의 멜로가 주를 이루지만 이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는 아니다. 

 

 

 

일명 네멋은 인간에 관한 드라마다. 죽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 남은 기간을 사용해야 하는지 초점을 맞추고 사람답게 사는 법과 사람답게 죽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드라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보다 죽어가는 동안에 더욱 행복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인정옥 작가의 세계관과 그의 독특한 대사 방식이 보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복수의 아버지 신구가 죽었을 때와 복수의 친어머니 윤여정이 복수와 인연을 끊을 때.. 그 때의 슬픔은 단지 드라마이기 때문에 슬픈 것을 넘어서 상상이상의 슬픔을 제공한다. 인간의 여러 감정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인정옥 작가의 이 드라마가 딱이다.

 

태왕사신기라는 걸쭉한 판타지 사극을 남긴 송지나 작가도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 작가다. 개인적으로 송지나 작가는 최근 작보다 과거의 방영되었던 드라마가 더 끌린다.

유명했던 모래시계나 대망 등 여러 작품이 있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여명의 눈동자'가 가장 기억에 남

는다.

 

 

 

송지나 작가는 특히 역사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쓰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듯 하다. 6.25전쟁, 일제강점기, 광주 민주화 항쟁, 삼천교육대 등 그녀의 손을 거쳐간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배경이 살아서 꿈틀댄다.

 

여명의 눈동자는 최재성, 박상원, 채시라가 일제감정기, 6.25전쟁 등의 혼란한 시대를 겪으면서 나누는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랑이 아니라 그런 혼란한 시기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세 사람의 생존본능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슬프고 애잔했었다.

 

 

 

그당시 최고의 꽃미남이었던 최재성과 채시라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하는 키스는 드라마에서 봤던 키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키스씬이었다. 그 강렬하면서도 애절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마지막에 엔딩장면에 박상원이 바라보는 가운데 채시라와 최재성이 함께 죽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형수 작가와 최완규 작가도 생각난다.

정형수 작가는 '다모'를 통해 퓨전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다.

흔히 사극은 역사적인 사건, 즉 사실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데 정형수 작가는 그 틀을 과감히 깨고, 다모라는 소재만을 차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사극 세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채옥(하지원), 황보윤(이서진), 장성백(김민준)의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이 얽혀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유지했었다. 이러한 멜로 라인 위에 정형수 작가의 글발이 살아나면서 "나도 아프다"와 같은 다수의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선악의 대결 구도가 없는 이 드라마 그래서 촌스럽지도 않고 사극 스럽지도 않다. 한국 퓨전사극중에 단연 최고라고 꼽을 만 하다.

 

이와 함께 주몽을 집필했던 최완규 작가가 있다.

최완규 작가는 주몽보다 '올인'에서 더욱 알려졌던 작가다.

김인하(이병헌)의 삶을 중심으로 결국에는 사랑에 올인하는 남자의 일생을 그린 이 드라마는 일단 재미있다.

 

 

 

최완규 작가의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만큼 재미있다. 이는 최완규 작가가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쓸 때 '재미'에 굉장히 초점을 맞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인하와 민수연(송혜교)의 아슬아슬한 사랑 줄타리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지성과 박솔미의 외줄타기 사랑도 양념으로써는 그만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송혜교 아역으로 등장했던 한지민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얼마 전 '고맙습니다.'로 시청자들을 감동에 물결에 젖게 한 '이경희' 작가, 이혼남녀의 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한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 30대 여성의 사랑과 삶을 실감나게 그려낸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 욕하면서 드라마 보게 만든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 등...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작가들은 늘어만 간다. 이러한 작가들을 텔레비전에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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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별로 본 다시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
글쓴이 : 느릅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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