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방

[스크랩] 돌아가신 선이골 5남매 엄마의 착각

도깨비-1 2006. 1. 15. 18:54
문명을 거부하고 철저히 자연인으로 돌아가
전기도 전화도 없는 강원도 선이골에 살았던 김용희씨의
죽음을 보니... 안타까움을 넘어서 참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의 나이 45세라니...

몇해전이던가..
티비 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 그녀와 가족들의 삶을 방영했는데
정말로 도시인들이 늘 동경하는 생활이었다.

온갖 야생 나물에 현미밥, 맑은 공기에 전기와 전화도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골짜기의 삶은 공해와 소음에 찌들어
빠듯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인들의 감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허나, 그들의 선택은 극단적이었다.

환갑이 넘어 수염이 허연 남편과
8세부터 17세까지의 어린 다섯자식을 대책없이 남긴 것은 제쳐두고
정작 그 자신이 여성평균수명 80세의 시대에 절반밖에 살지 못했으니
그가 그토록 부르짖던 '자연의 힘'은 당최 공감할 수가 없다.

45세는 중세 평균수명아니던가...

그의 이상향에서 오래도록 장수하며 행복했다면
만원이 넘는다는 그이의 책을 한권쯤 사볼수도 있었을텐데..

그녀는 산골에 들어간지 7년만에 숨졌고
학교도 안다닌 다섯자식들과 늙은 남편만 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가 제때에 병원만 갔더라도
그래서 현대문명의 강점인 의료혜택을 충실히 받았더라면
아직 한창나이인 45세에 죽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도시문명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그 안에 들어있는 눈부신 장점들도 함께 밀어낸 바
이런 어리석은 선택이 또 있을까.

양약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연요법으로만 치료한다던가...

어이없게도 그녀는 현대의학을 공부한 '약사'였고
남편또한 대학강단에 서는 지식인이었다니..
아는 게 병인 수준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체의학과 자연요법같은 같은 것들은 현대의학을 완전히
'대체'할수 없으며 상호보완적 관계라는건 초등생도 안다.

도시의 삶이 맘에 안든다고 모두 산골로 갈 수는 없다.
도시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산골에서도 도시같은 문명의 혜택을 누릴수 있어야 한다.

문명을 아예 거부하고 석기시대의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직 남아있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찾아볼 일이다.

완전 자연 그자체로, 날 밝으면 사냥해서 오직 생존할 뿐인 그들..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뭐란 말인가.
간단한 질병에도 속절없이 죽어나자빠지는 삶에다가..
인간으로서의 가치실현은 꿈도 못꾸는 원시적 삶이
정말 행복하고 완벽한 삶일까?

나는 솔직히 산골에 산다고 인간이..
순박하게 순수할 것이란 기대조차 없다.
거슬러 올라가... 태초에..
낙원옆에 살던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였다.

인간의 선함은 자연속에서 산다고 무조건 길러지는 게 아니란 거다.
오히려 무지와 무식이 죄 짓게 만들수도 있다.

선이골의 부모야 충분히 배웠고 도시에서 살아봤으니
그렇다치고 그들의 꿈을 위해 자식들을 희생한 점은 분명 잘못됐다.
자식은 낳아서 한양으로 보낸다고 그들은 교육받을 권리가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속에서 꿈을 키울 권리또한 있는 것인데...

물론 매일 농사지으며 짬짬이 애들을 '집에서' 교육시켰다고는하나
애들이 평생 산골에서 살 것도 아닌이상
그들은 무학력의, 세상물정 모르는 벌거숭이에 다름 아닌 것이다.

도시에 산다면... '방학'때 시골로 보내
자연을 체험하게 해도 충분할 것을...

농사는 아주 힘든 일이다. 척박한 산골에 들어가
흔하디흔한 농기계하나없이 몸으로 때워가며 농사짓는다는게
그게 어디 마음편하면 그만인 일인가...
5남매나 다산한 그녀가 갑자기 중노동을 해댔으니
몸이 안망가질 수 있겠나.

그녀의 죽음은 정말 애석한 일이지만
그녀가 중용과 조화를 알고, 진정한 행복이란
환경이 아니라 마음안에 있다는 것을 진즉.. 깨달았다면

남은 다섯자식들이 이토록 불쌍하지는 않았을텐데..

정말 씁쓸할 뿐이다.

출처 : 돌아가신 선이골 5남매 엄마의 착각
글쓴이 : 삼다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