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류현진,추신수,이대호 외

[스크랩] <김인식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까지>

도깨비-1 2009. 3. 24. 23:21
뉴스: <김인식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까지>
출처: 데일리안 2009.03.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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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김인식호가 '위대한 도전'의 피날레를 후회 없는 멋진 승부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비록 마지막 화룡점정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그들은 우승보다 더 값진 희망을 쏘아 올렸다.
모든 면에서 열악한 환경과 험난한 과정을 거쳐 WBC 무대에서 다시 한국야구의 긍지를 드높였다. 그들은 패배자가 아닌 위대한 승자였고, '준우승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당당히 '준우승을 쟁취'한 것.

◇ 김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고 호소하며 야구계의 단결과 책임감을 호소했다.

베이징올림픽 그 이후, 혼란에 빠진 한국야구

이번 WBC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진통을 거쳐 겨우 출범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야구는 '목표상실'이라는 심각한 혼란에 시달려야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 소속팀 성적에 따른 부담, 불분명한 감독 선임규정에 따른 제도적 모순 등을 내세워 현역 감독들은 잇달아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했고, 선수단 구성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순탄한 것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25일, 노장 김인식 감독이 다시 1회 대회 때에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고생은 시작에 불과했다. 당초 김인식 감독이 지명했던 현역 감독급 코칭스태프 구성은 각 구단 이기주의로 무산됐다.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겠다는 의욕과 달리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 박진만, 백차승, 김병현 등 주요 멤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김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고 호소하며 야구계의 단결과 책임감을 호소했다. 대표팀 구성에서는 원칙과 소신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 감독은 1년간 무적선수로 야구를 쉬었던 김병현을 대표팀에 과감히 발탁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그가 전지훈련을 앞두고 여권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곧장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논란을 차단했다.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던 베테랑 박진만도 최종엔트리에서 탈락시키며 빠른 결단력을 보여줬다.

비록 최상의 선수단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김인식 감독은 결코 현실을 불평하며 탓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름값을 떠나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며 팀워크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인식호의 위기 그리고 극복

지난 6일 첫 경기였던 대만전을 시작으로 아시아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한국은 이진영의 만루홈런을 비롯해 1회에만 6점을 뽑으며 대만을 9-0으로 가볍게 꺾으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였던 일본과의 승자전에서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1.1이닝 만에 8실점으로 무너지며 2-14 콜드게임패의 치욕을 당해야했다.

그러나 일본전 패배는 오히려 쓴 보약이 됐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한 한국 선수들은 승부근성과 목표의식을 되찾았고, 이후의 경기에서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의 패자부활전에서 14-0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아시라운드 통과를 결정지은 한국은 9일 일본과의 순위결정전 리턴매치에서 선발 봉중근의 호투와 불펜진의 무실점 계투에 힘입어 1-0 영봉승, 짜릿한 설욕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라운드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자신감을 회복한 한국야구는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호 쿠바를 피해 만난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솔로홈런 3방과 고영민-이진영의 더블스틸 등 활발한 발야구를 앞세워 8-2로 승리했다. 승자전에서 다시 만난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신 일본킬러'로 부상한 봉중근의 역투와 1회에만 3점을 기록한 집중력, 8회 이범호의 밀어내기 볼넷 득점을 더해 또다시 4-1 승리를 거두며 2회 연속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이후 순위결정전에서 재회한 이치로의 일본에 접전 끝에 2-6으로 패해 조 2위에 머물렀지만, 부담스러운 미국을 피해 4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만나게 됐다. 한국은 상대 실책과 추신수의 3점홈런을 앞세워 1회에만 5점을 뽑아내 10-2 대승을 이끌며 사상 첫 WBC 결승의 쾌거를 이뤘다.

WBC 빛낸 별과 명장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야구는 많은 새로운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기존 베테랑 스타들이 빠진 빈자리에 '대안' 정도로 선택됐던 김태균, 이범호, 봉중근, 정현욱, 박기혁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새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번 WBC대회 한국의 최고스타는 단연 '별명왕' 김태균이다.
지난 1회 대회 때만 해도 이승엽 백업 멤버에 그치며 마땅한 출전기회도 얻지 못했던 김태균은 이번 대회 당당한 한국의 4번 타자로 올라서며 지난 1회 이승엽에 이어 홈런(3개)·타점(11개) 부문 1위를 석권, 한국 타자의 자존심을 세우며 '김영웅'으로 떠올랐다.

'꽃범호' 이범호는 김동주가 빠진 대표팀 3루 경쟁에서 이대호와 최정을 제치고 주전으로 올라섰다. 발군의 수비력으로 내야 수비를 리드한 것은 물론, 홈런에서는 팀동료 김태균과 공동 1위에 올랐다.

특히, 일본과의 2라운드 2차전 8회 결정적인 밀어내기 볼넷 득점. 순위결정전 7회말 동점홈런, 결승전 9회말 2사 1.2루에서 일본 특급투수 다르빗슈에게 뽑아낸 극적인 동점 적시타 등 일본전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신 일본킬러'로 떠올랐다.

마운드에서는 봉중근과 윤석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1회 대회 당시만 해도 조연에 그쳤던 봉중근은 이번 대회 일본전에서만 3차례 등판해 2승(평균자책점 1.23)을 기록했고, 2라운드 2차전에서는 일본의 슈퍼스타 이치로를 두 번이나 견제구 동작으로 위협하는 장면을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봉열사'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윤석민은 4강전에서 베네수엘라 강타선을 꽁꽁 묶는 완벽투로 국내 프로야구 최고 우완투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정현욱은 불펜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대표팀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지며 기존의 별명인 '노예'에서 한 단계 격상된 '국민노예'로 급부상했다.

◇ 김인식호의 WBC 준우승은 지난 1회 대회의 4강이나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는 또 다른 세가지 의미를 지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김인식 리더십

무엇보다 대표팀의 성공을 이끈 최대의 수훈은 역시 김인식 감독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대형 타자와 경험부족이라는 약점을 경기마다 다양한 타순조정과 교체카드로 만회했다. 이진영, 이용규, 이범호, 고영민, 추신수 등을 경기마다 조금씩 변화된 타순조정은 모두 적중했다. 김 감독이 택한 선수들 모두 고비마다 결정타를 날리거나 안정된 수비력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템포 빠른 투수운용도 돋보였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투수진은 선수별로 경기력의 편차가 컸으며 경험도 부족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이번 WBC에서는 구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에 김 감독은 발 빠른 교체타이밍과 깜짝 기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김인식호의 WBC 준우승은 지난 1회 대회의 4강이나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는 또 다른 세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해외파 불참 속에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으로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앞세운 세계강호들을 연파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둘째, 20대 위주의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현재와 미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끝으로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WBC 2회 연속 4강 진출로 아시아야구의 우수성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형 빅볼이나 일본형 스몰볼과도 또 다른 한국만의 독특한 '토털 베이스볼'로 세계야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김인식 감독은 결승전에서 재회한 일본에 3-5 분패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이 보여준 긍정의 리더십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감동과 교훈을 남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탓하지 않고 끝없는 신뢰와 포용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기든 지든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잊지 않는 겸손함은 상대팀과 해외 언론마저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절망을 딛고 희망을 쏘아올린 김인식호의 위대한 여정에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있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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