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지난주 요미우리는 주니치와 센트럴리그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3연전을 벌였다.
주니치의 이병규와 서용빈 연수 코치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새로웠고 함께 선수로 뛰던 시절이 그리웠다.
이병규와 이승엽(요미우리)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면서 야구 선배가 아닌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승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지난 23일 주니치전에서 7번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첫 타석에서 18일 만에 비거리 145m의 대형 홈런을 때렸다. 그런데 요미우리가 5-3으로 앞선 7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승엽이 무사 1루에서 희생 번트를 대는 것이 아닌가.
덕아웃 뒤에서 이승엽에게 " 사인이 나왔냐 " 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승엽은 " 그렇다 " 고 했다. 걱정스런 마음에 " 기분 풀으라 " 고 하자 이승엽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 저는 지금 7번 타자로서 역할을 한 겁니다. "
솔직히 이승엽 다음이 8·9번 타자인 점을 감안하면 번트 사인에 나 자신이 더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의 말 한 마디에 그가 진심으로 팀을 위한다는 것을 느껴 자랑스러웠고 이승엽의 좋은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튿날 경기 전 선수단 미팅에서 요미우리 하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 이승엽이 번트를 대줘 고맙고 모든 선수들도 앞으로 언제든지 번트를 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라 " 고 특별 주문했다. 시노즈카 타격코치는 나에게 " 이승엽이 번트를 성공시킨 것은 대단했다. 혹시 기분이 상했다면 팀을 위해 이해하라 " 고 말했다.
번트 하나 대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승엽 같은 홈런왕 출신 타자들에게는 마음 속에 많은 생각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이승엽이 훌륭한 선수라고 또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은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다. 손가락 부상 때문에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는 못하지만 늘 성실하게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력 분석 때도 항상 다른 선수보다 일찍 나와 상대 투수의 구질과 볼 배합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7월 이승엽이 2군에 내려왔을 때 선수단 숙소 직원이 나에게 " 이승엽이 기분 좋을 때 사인을 좀 받아 달라 " 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사인을 전해주자 직원은 무척 기뻐하며 이승엽에게 간이 침대를 선물했다. 그러자 이승엽은 그 직원에게 고급 팔찌를 선물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과 늘 연구하는 자세, 그리고 음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언뜻 보면 모든 이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승엽이 더욱 크게 보이고 역시 '국민타자'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성적은 모든 이들에게 다소 미흡하겠지만,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승엽에게 더욱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김기태의 일본야구 정복]
일본 요미우리 코치 연수 중
중앙 엔터테인먼트 & 스포츠(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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