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스크랩] 동료들은 날 버렸지만…모르는 사람이…

도깨비-1 2007. 5. 26. 18:54
뉴스: 동료들은 날 버렸지만…모르는 사람이…
출처: 조선일보 2007.05.26 03:20
출처 : 감동뉴스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메모 : 산소가 부족한 해발 8000m가 넘는 곳에서 고산증(高山症)에 걸려 쓰러진 동료를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나섰던 한 팀이 ‘버리고’ 갔다. 그러나 낙오돼 숨질 뻔했던 여성을,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다른 무리의 산악인들이 장시간 사투(死鬪) 끝에 구조해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미국인 데이비드 한(Hahn)과 그의 셰르파(sherpa·히말라야 산맥에서 짐 운반과 길 안내를 하는 사람)는 지난 21일 오전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밟고 내려오다가, 해발 8300m쯤 지점에서 네팔인 여성 비스타 우샤(Usha)가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즉시 응급조치를 취한 뒤, 우샤를 베이스캠프까지 무사히 데려왔다. 우샤는 산소부족으로 뇌에 물이 차올라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의료진의 도움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해발 8000m 이상은 산소가 크게 부족해 ‘죽음의 지역(death zone)’으로 불린다. 하지만 한씨는 자신의 산소통을 우샤에게 내줬고, 정상정복 뒤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12시간 동안 우샤를 썰매에 태워 끌었다. 한씨는 “그를 두고 온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 했다”며 “숙련된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겸손을 보였다.

우샤가 조난하게 된 과정도 논란거리다. 우샤는 네팔 정부가 지원하는 ‘2007년 민주적 에베레스트 탐사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동료들의 ‘버림’을 받았다. 등정 목적은 자국에 있는 8개 정당의 깃발들을 에베레스트 정상에 꼽아 ‘네팔 민주주의’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였다. 현지언론 ‘인디언 무슬림’은 “그 ‘민주적인’ 탐사대가 몸이 아픈 여성을 그냥 두고 갔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조 사건은 또 1년 전 발생했던 ‘데이비드 샤프(Sharp) 사건’과도 크게 대조적이다. 영국인 등산가 샤프는 작년 5월 15일 안내인 없이 홀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오다 해발 8400m쯤에서 산소 부족으로 쓰러졌다. 당시 정상을 오르내린 등산가 40여 명이 그를 봤지만 그냥 지나쳤다. 샤프씨는 결국 숨졌다.

이 사건은 ‘등산 윤리’를 둘러싼 거센 논쟁을 일으켰다. 에베레스트산과 같은 최악의 환경에서는 조난 산악인을 구하려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등산 경력 25년의 터렌스 배넌(Bannon)씨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남을 돕는 걸 수없이 봤다”면서 “누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남승우 기자 futuris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