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상승을 방지하려면 수출을 줄이거나 자본 유입을 한정시켜야 한다. 일자리와 직접 관련을 가지는 수출 감소는 곤란하니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외화를 갖고 나가 부동산을 사게 하거나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을 제한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일부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의 불법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앞으로 외자 유입이 축소 내지 정지되지 않을까를 걱정하면서 외자에 대한 우리의 적대감을 탓한다. 반면 매각의 불법성을 의심하는 쪽에서는 재정경제부 국장과 외환은행장 둘만으로 매매 거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검찰수사의 미진함을 비판한다. 이런 가운데 간과되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내에 이미 들어온 외자는 극대치를 기록해 더 많은 외자가 들어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 47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자료(1994∼2004년)를 보면, 한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지분이 13.5%에서 41.3%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외증권투자 전체의 평균이 9.7%에서 13.4%로 증가한 데 비해 월등히 높다. 이미 많은 증권투자가 들어와 있는 한국에 눈에 띌 만큼 더 많은 외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제적인 거래에서 일국의 거래 당사자는 불법 행위자인데 다른 나라의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다. 뉴욕주지사로 선출된 전 뉴욕 주 엘리엇 스파이서 검찰총장은 월스트리트 금융기업의 불법행위를 추적하고 사법부 판결 이전에 위법 인정을 유도하는 협상방식으로 많은 신종 불법행위를 솎아내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가 론스타의 거래를 접했더라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더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느라 위험성을 감수하는 투자사업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금융시장의 부채비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져와 경제 파탄을 불러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220억 달러의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면서 외자도입 지상주의에 빠지는 우를 범했다. 외환유입이 많아 골치인 지금도 거기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나쁜 기업은 외국인이 사지 않을 테니 좋은 기업을 팔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관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외환은행 매각사건의 처리는 한국이 외자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나라로 인식돼서는 안 되겠다는 강박관념의 포로가 되어 불법적 행위를 방치하는 마당으로 남느냐 또는 적법 유용한 외자와 그렇지 않은 것을 차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당이 되느냐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원화가치 상승과 론스타의 사건은 결코 떼어 놓고 보아서는 안 될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천표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2006-12-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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