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에 나오는 '주몽' 드라마 홍보 이미지
요즘 '삼족오(三足烏)'가 TV드라마와 신문,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세발 달린 까마귀'이다. 우리나라에서 까마귀는 흉조로 알려져 있는데, 발까지 정상이 아닌 세개가 달렸다고 하니 기괴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새로 인식될 만하다. 그러나 고대 국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그 신적인 상징성을 되새겨 본다면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고구려 역사드라마, MBC의 '주몽'과 SBS '연개소문'에서 삼족오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주몽 드라마에서 신녀인 '여미을‘은 "부여의 하늘에서 삼족오가 해를 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부여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워졌다"고 예언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여미울이 부여의 금와왕한테 배척당해 신궁을 떠난 후에는 해석이 달라진다. 여미을은 자신을 따르는 신녀들에게 "삼족오는 주몽 왕자를 상징한다"며 "우리가 주몽왕자를 보살피고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얘기이긴 하지만 삼족오는 상황에 따라 해석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흉조에서 길조로, 숭배해야 할 신물(神物)이 된 것이다. 고구려 삼족오 -kbs '진품명품' 8월27일 방영분 촬영-
지금도 삼족오는 우리에게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세발 달린 까마귀라는 단순한 해석에서부터 ‘태양신’이라는 최고의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고대서나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후자의 해석에 귀가 솔깃해진다. 우리 조상들은 해신과 달신을 숭배하면서 해신은 삼족오로, 달신은 두꺼비(또는 개구리)나 방아찧는 토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달신은 형상화된 동물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지만, 해신은 대부분 삼족오로 일관되는 점이 특이하다. 삼족오 문양은 고구려 벽화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1941년 평양 진파리7호분에서 발굴된 해뚫음무늬 금구(금관)는 삼족오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서기 4~5 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금구는 상단에 조룡(鳥龍, 수리 : 은하계나 유목문명), 왼쪽 아래에 저룡(猪龍, 고래 : 해양문명), 오른쪽 아래에 화룡(禾龍, 청개구리, 농경문명)이 있고, 중앙에 삼족오가 들어있다(국정브리핑 2004.9.2 정민수 기고글 참조). 삼족오 주변에는 태양과 우주를 상징하는 2개의 원과 그 사이에 12개의 흑점이 균형있게 배치돼있다. 12라는 숫자는 태양계의 행성(최근 국제천문연맹에서 명왕성을 제외하기로 했음)수와 일치하고, 햇수가 12개월 주기로 바뀐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일이다. 고구려인들은 천문지리를 꿰뜷고 있었던 걸까? 재미있는 일은 일본에서는 삼족오가 오래 전부터 신의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왕이 즉위할 때 입는 곤룡의의 좌측 상단에 세발 달린 까마귀가 날개를 펴고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국정브리핑 2004.9.2 정민수 기고글 참조).
일본 신사에 가면 이런 모양의 삼족오는 숭배의 대상으로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일본축구협회(JFA)의 엠블렘이 삼족오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일본응원단은 삼족오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삼족오의 기원이 일본에서 비롯된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일본축구협회 엠블렘 대한민국 국어사전에는 삼족오의 기원을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중국으로 적고 있다. 삼족오는 ‘중국의 신화에서, 해 속에 산다는 세발 가진 까마귀’라는 것이다. 국어사전은 다른 해석도 곁들이고 있는데, 삼족오는 ‘태양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권위있는 우리나라 국어사전들이 삼족오를 중국신화에 나오는 새로 규정함으로써 대부분의 국민들은 삼족오가 중국에서 탄생된 신물로 이해하고 있다. 국어사전이 이런 식이다보니 포털사이트에서도 ‘삼족오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식으로 중국 기원설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 신화는 ‘춘추전국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청되는 ‘후예사일’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후예사일이라는 신화는 ‘후예’라는 활의 명인이 하늘을 다스리는 천제의 명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와 하늘에 나타난 10개의 태양 가운데 9개를 명중시켜 떨어뜨렸는데, 그 자리에 까마귀가 죽어 있었다는 내용이다(필자가 볼 땐 까마귀(烏)가 죽어있었다는 것은 바로 까마귀 ‘오’자가 당시엔 ‘해’를 상징한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에 까마귀가 죽어 있었다는 것으로 ‘직역’되지 않았나 싶다). 이 신화는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이었던 굴원이 지은 초사(楚辭)에 나온다. 하지만 ‘삼족오’라는 명칭이 온전히 등장한 것은 전한시대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춘추원명포’라는 책이라고 하는데, 책은 전해지지 않고 그 내용만 다른 책에서 옮겨 전하고 있다. ‘삼족오의 다리가 3개인 것은 양수가 1에서 시작돼 3에서 완성되기 때문에 태양 속에 삼족오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일부 재야 사학가들은 선조들의 삼신사상, 즉 천(天), 지(地), 인(人)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단군왕검시대의 제기로 사용된 삼족정(三足鼎)과 연관시켜 ‘세발’이 하늘의 사자, 군왕, 천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옛날 솟대에서 보았던 새는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갈매기가 아니라 ‘까마귀’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까마귀가 하늘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하늘의 사자’로 인식했기 때문에 솟대에 까마귀를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풍습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신사에 까마귀가 남아있다는 해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잠시 서양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까마귀는 길조로 ‘CROW'로 표기되고, 왕관은 ‘CROWN'으로 표기된다. 서양에서도 까마귀가 왕권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태양신 아폴론의 사자가 까마귀인 점도 주목할 일이다. 이것은 까마귀가 동서양에서 태양신을 상징하는 신물로 숭배 대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 고대 그리스 중에서 삼족오는 과연 어느 민족이 만든 창조물일까. 고대국가에서 삼족오가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본래 까마귀는 흉조가 아니라 경외의 대상, 숭배의 대상, 태양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기록의 근거가 불충분하여 어느 나라에서 처음 삼족오를 사용했는지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고대문명의 흐름을 유추해볼 때, 동이족들이 처음 삼족오를 탄생시켜 세계에 퍼트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파리7호분에서 출토된 고구려 금구에 나타난 삼족오(중앙) - 자료 : (주)고구려벨트 상품 홍보 책자에서 - 어쨌든 삼족오 캐릭터의 상징적 의미나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삼족오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일본의 삼족오는 구상성이 매우 강한데 비해 고구려 진파리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 문양에 나타난 삼족오는 디자인의 추상성과 세련미, 상품성의 가치가 월등히 뛰어나다. 고구려인들의 강인한 기상과 손재주, 태양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을 각종 상품에 적용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의 상징 '삼족오 상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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