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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첩장 20장을 아버지 몫으로 받다.

도깨비-1 2009. 8. 6. 08:49

 

      일주일전 사돈간 상견례를 마치고 마음이 불안한지 요즘 딸의 행동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토, 일요일이면, 방문을 꼭 잠궈놓고 오전중에는 늘어지게 자든 녀석이 며칠전부터는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며 반찬을 만들어 놓고 출근도 하고 일요일 오후에는 바람을 쏘이러 하늘 공원과 일산 식당가를 다녀오자고 하여 장맛비가 거친 오뉴월 더위에 복이 터졌습니다.

  월요일 아침, 새벽 5시 문을 가볍게 노크하더니 딸이 아빠 자냐며, 방문을 밀고 들어 왔습니다. 딸과 32년을 살았지만, 평생 처음 새벽 방문을 받았습니다. 결혼을 앞둔 녀석이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마음이 심란한 것 같습니다. 잠시 짬을 내어 대화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이 아버지가 너무나 무심했나 봅니다.

 

  "  아빠,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 7년했는데 모아놓은 돈은 없어, 예식비 500만원만 부담하면, 되니 아빠는 그날 식장에 참석만 해줘" 로 부터 시작을 하여 결혼 계획을 A4 용지 5장에 빼꼭하게 작성을 해가지고 와서 새벽 단잠을 깨워놓고 브리핑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들으면서 요즘 젊음이들이 이렇게 타산적이고, 실속이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딸애의 월급이 300만원임으로 혼수는 적게 해가도 전혀 책 잡힐 일이 없고, 아빠가 앞으로 살아야 20년인데 우리집에는 딸만 둘이니 집만 유산으로 받아도 각자 몇억씩은 다음에 적금을 찾는 효과를 가져다 주므로 그 집은 복덩이를 데려가는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칩니다. 무서운 딸입니다. 아버지의 상속 재산까지를 계산하는 딸의 얼굴을 멍하게 쳐다 보았습니다. 사돈네 집에서 필자의 블로그 글을 읽을까, 은근히 겁이 납니다.

 

   청첩장을 임시로 만들었다고 보여주는데 작은 글씨로 은행 계좌번호까지를 적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양가에서 초청자를 각자 100명씩으로 한정하기로 했다면서 아빠 몫 청첩장은 20장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동창생 모임에 나가는 고정 맴버만도 25명이라고 했더니 아빠 동창분들 얼굴 몇사람 모르느데 괜히 피해끼치지 말라고 아빠를 위로하는 척 합니다. 아버지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은 고마운데 이어져 터진 딸의 다음 말이 더 무섭습니다. 식대가 1인분이 31.000원인데 축의금 5만원을 가지고 몇사람씩 오면 손해라는 것입니다. 축하객을 돈으로 계산하는 타산적인 딸의 말을 들으면서 아버지는 평생을 살면서 좋은 일이나, 궂은 일에 사람을 돈으로 계산을 해본 일이 없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새벽이고 하여 참았습니다.

 

  필자의 딸이 똑똑하고, 공,사가 분명한 캐리우먼이라는 사실은 필자도 인정을 합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부모속을 썩힌 일 없고 사리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알고 있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러나 걱정입니다. 세상은 따스한 가슴으로 사는 것인데 너무 타산적으로 살면, 집안에 사람이 꼬이지 않고 삭막하기만 한데 필자는 사람 냄새나지 않는 가정은 싫습니다. 손자 녀석들이 할아버지 볼에 뽀뽀를 하고 간지럼도 태우면서 큰 소리로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돈보다는 정으로 살고 싶습니다

 청첩장 20장으로 초청자를 골라내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1박2일 처럼 복불복 게임이라도 다음 동창회에서는 벌려야 하게 생겼습니다. .

출처 : 김용정의 흔적
글쓴이 : 친정 오라버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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