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류현진,추신수,이대호 외

[스크랩] <[야구라의 뻬이쓰볼] 일본과의 결승, 힘으로 제압하라>

도깨비-1 2009. 3. 24. 04:13
뉴스: <[야구라의 뻬이쓰볼] 일본과의 결승, 힘으로 제압하라>
출처: 미디어다음 2009.03.23 18:39
출처 : 최신뉴스
글쓴이 : 미디어다음 원글보기
메모 :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제 2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는 결국 한국과 일본의 대회 다섯번째 대결로 우승자가 가려지게 됐다. 양 팀간의 대결은 WBC 초대 우승팀 대 베이징 올림픽 우승팀의 대결이자 아시아 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승부이기도 하다. 여기에 서로 상대에게만큼은 결코 질 수 없다는 양국간의 라이벌 의식이 더해져 더욱 뜨거운 시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의 2라운드까지 승패는 2승 2패, 결과만을 놓고 보면 어느 한 쪽도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첫 대결은 한국이 초반에 무너지며 일찌감치 다음 시합을 준비하는 가운데 진행됐고, 네번째 대결 역시 4강 이후를 겨냥해 양 팀 다 전력을 최대한 아끼는 가운데 펼쳐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양팀의 진짜 실력이 나온 경기는 봉중근-이와쿠마가 맞대결한 두번째 시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1-0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두 투수는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투수전의 백미를 선보인 바 있다.

24일 벌어지는 결승,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 경기에서 양 팀은 봉중근과 이와쿠마를 다시 한번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대회 일본전에서만 2승을 따내며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오른 봉중근과, 쿠바전에서 완벽한 피칭으로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을 구원했던 이와쿠마의 대결. 과연 아시아 야구의, 그리고 세계 야구의 최강 자리는 어느 팀이 차지하게 될까. < 야구라 > 와 함께 24일 한일간의 결승전 승부를 미리 살펴보도록 하자.

이와쿠마, 약점이 없는 투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현재의 이와쿠마 히사시는 약점이 없는 투수다. 장신에서 내리꽂는 최고구속 150km/h의 패스트볼,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 날카로운 슬라이더, 각이 큰 커브, 여기에 나스닥 지수만큼 빠르게 떨어져내리는 스플리터까지. 이와쿠마는 못 던지는 공 빼고는 죄다 구사하는 팔색조 투수다. 이번 대회 이와쿠마의 구종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에서 드러나듯 이와쿠마는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비율이 거의 1:1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구종을 두루 섞어 던지는게 특징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초구부터 변화구만 서너개를 연속해서 던지거나, 패스트볼은 유인구로 활용하고 변화구를 카운트 잡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이와쿠마의 카운트별 구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편의상 우타자 상대 기록만 준비했다).

1-1처럼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1-2나 0-2, 0-3 같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구사한 것을 보게 된다. 다섯 차례의 2-2 카운트에서는 무려 세 차례나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구사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투수들의 투구 패턴과는 정반대다. 뛰어난 컨트롤과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구사하기 힘든, 일본 A급 투수 특유의 투구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와쿠마 특유의 이중 투구 동작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보통 타자들은 투수의 키킹 동작을 보고 공이 나오는 타이밍을 측정해서 타격에 임하지만, 이와쿠마와 같은 유형을 상대로는 그게 불가능하다. 일단 어떤 공을 던질지조차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마당에, 설령 예측이 맞더라도 투구 동작 때문에 타이밍이 조금씩 엇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사정없이 파고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지난해 사와무라상 수상자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와쿠마가 무서운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와쿠마는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며 특히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잘 던지는 투수다. 이번 WBC 세 차례 등판에서 그의 투구 코스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타자 상대의 경우 바깥쪽 낮은 볼 빼고는 모든 코스를 골고루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좌타자 상대는 기록이 많지 않지만 역시 몸쪽으로 많은 공을 구사한 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쿠바전의 경우는 타자 몸쪽에 바짝 붙는 공을 던진 뒤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 또는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유인하는 패턴을 주로 구사해서 큰 재미를 봤다. '몸쪽 높게-바깥쪽 낮게' 식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대각선으로 활용하는 교과서적인 투구 패턴 앞에 쿠바 타자들은 물론 한국 타자들 역시 좀처럼 제대로 된 안타를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이런 이와쿠마의 투구 패턴은 '타격은 공에 대한 두려움과의 싸움'이라는 야구 격언에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이다. 모든 타자는 딱딱한 야구공이 몸쪽으로 날아올 때 공을 치려는 마음과 피하려는 두려움 사이에서 본능적인 갈등을 하게 된다. 몸쪽 바짝 붙는 공 뒤에 던지는 바깥쪽 공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수들은 타자의 몸을 맞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몸쪽 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며, 설령 구사하더라도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와쿠마는 바로 이 몸쪽 공을 두려움 없이, 자주, 게다가 완벽하게 구사한다. 몸쪽 낮게 던진 뒤 바깥쪽 높은 코스로, 몸쪽 높게 던진 뒤(타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지점)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공으로 던지는 투구 패턴을 이렇게 뛰어나게 구사하는 투수는 흔치 않다. 비록 지난번 대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24일 경기에서 한국 타자들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당시 한국은 2안타 1득점에 그쳤다. 한두점 이상 뽑아내기가 쉽지 않은, 매우 어려운 승부다.

이와쿠마의 몸쪽 공을 공략하라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저 이와쿠마가 투구수 제한이든 어깨결림이든 대퇴부골절이든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번 지난 대결에서 이와쿠마로부터 한국이 득점을 뽑아내던 장면을 돌이켜 보자. 4회초 공격, 이종욱의 볼넷과 정근우의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찬스에서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태균은 이와쿠마의 초구 몸쪽 볼을 파울로 만든 뒤, 2구째 거의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는 몸쪽 공을 완벽하게 잡아당겨 안타로 만들었다. 일반적인 타자라면 쳐도 파울이 되는게 고작인 코스의 공을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성 타구로 만들어낸 것이다.

비록 정근우가 3루에서 횡사하고 김태균도 견제사에 아웃당하며 이닝이 끝나기는 했지만, 그 이후 이와쿠마의 투구 내용은 충분히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와쿠마는 우선 다음 타자 이대호를 상대로 몸쪽 공을 던지지 못했다. 낮은 공-바깥쪽 공-높은 공 두 개를 연속해서 던지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이와쿠마가 내주는 볼넷은 깨끗한 정치인보다도 희귀하다).

더 이상한 건 그 다음이다. 이와쿠마는 좌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바깥쪽 낮은 공-높은 공을 연속해서 던졌다. 파워가 떨어지는 좌타자에게는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펼치곤 하던 이와쿠마답지 않은 투구였다. 만일 김태균이 아웃되지 않았더라면, 과연 무슨 상황이 펼쳐졌을지 꽤나 궁금하다.

또 하나의 해답은 한일간의 네번째 대결에서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용규는 일본 선발 우츠미의 머리쪽 날아드는 실투를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이용규는 4강 베네수엘라전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할 수 있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대목이다. 베네수엘라 선발 카를로스 실바는 원래 좌타자에게 몸쪽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그런데 이날 실바는 예상 외로 첫 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몸쪽으로 붙는 공을 계속해서 던졌다. 왜? 지난 경기에서 이용규가 머리에 맞는 공으로 실려나갔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자라면 누구나 갖게 마련인 공포와 몸에 맞는 공의 후유증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만일 여기서 이용규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면 한국의 이날 대승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용규는 용감했다. 그는 몸쪽으로 붙이는 실바의 공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특유의 타격 자세를 유지했다. 원래 몸쪽 공을 잘 던지지 못하는 실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실바는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좌타자 추신수에게 어설픈 승부를 걸다가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 야구라 > 는 이날 경기의 진짜 MVP는 홈런을 친 추신수나 윤석민보다도 이용규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가 첫 타자로 나와 몸쪽 공에 대해 보여준 용기 덕분에 상대 선발의 컨트롤이 흔들렸고, 이 때문에 한국의 손쉬운 승리가 가능했다. 만일 이용규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실바는 장기인 바깥쪽 싱커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었을 게다.

마찬가지다. 24일 결승전에서 이와쿠마를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가 던지는 날카로운 몸쪽 공을 타자 중 누군가가 완벽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대결에서 김태균이 해냈듯, 제대로 던진 몸쪽 공이 얻어맞는다면 이와쿠마 특유의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쓰는 피칭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코스가 바깥쪽으로 제한되면 이와쿠마 피칭의 위력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우타자 가운데는 국내 리그에서 몸쪽 공에 강점을 보여온 이대호와 이범호, 좌타자 중에는 김현수에게 기대를 해볼만 하다.

또한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에 바짝 달라붙어 이와쿠마가 몸에 붙는 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도록 시도할 필요도 있다. 특히 지난번 경기에서 머리에 공을 맞았던 이용규의 역할이 또 한번 중요하다. 이용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특유의 플레이트에 바짝 다가선, 오른 다리를 치켜들어 스트라이크존을 가리는 타격 폼을 유지한다면. 이와쿠마가 던지는 몸쪽 붙는 공에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맞설 수 있다면. 설사 컨트롤이 빗나가 몸에 맞더라도 전혀 흔들림없는 용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아무리 이와쿠마라도 몸쪽 승부를 하는데는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자를 맞혀도 상관없다고 던지는 몸쪽 공은 위력적이지만, 타자를 맞히면 어쩌나 걱정하며 던지는 몸쪽 공은 투수에게는 가장 위험한 공이 되는 법이다. 국내 타자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용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공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얼마나 떨쳐 버릴 수 있을지, 이와쿠마를 공략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 여기에 달려 있다.

일본이 같은 투수에게 세 번 당할까?

분명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봉중근의 투구는 대단했다. '의사', '일본 킬러', '봉타나' 같은 별명이 붙는게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봉중근은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펼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같은 대회 세 번째 대결에서도 봉중근이 호투를 펼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따져볼 여지가 있다.

물론 한국의 전력분석원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일찍부터 전력분석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전에 응용해온 일본 전력분석팀의 솜씨는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다. 실제 그들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에게 당한 뒤 집중적인 분석에 돌입, 코나미컵과 이번 대회 첫 대결에서 김광현을 공략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물론 김광현이 무너진 데는 컨디션이 나빴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일본 타자들이 김광현의 패턴을 훤히 꿰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여기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봉중근의 구위는 짧은 기간에 연구한다고 해서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데이터나 분석에 의존하는 야구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야구일 수 있다. 아무리 초구를 직구로 던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160km/h 짜리 강속구가 들어오면 쳐낼 수 없다. 그리고 봉중근은 지난 등판에서 섬세한 기교나 컨트롤보다는 패스트볼의 파워를 앞세운 피칭으로 성공을 거뒀다. 대표팀이 자신감을 보일만 하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먼저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봉중근의 투구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위의 표는 1-0 승리를 거둔 첫번째 등판의 투구 내용, 아래는 4-1로 승리한 두번째 등판의 투구 내용을 그림으로 변환한 것이다( < 야구타임스 > 제공). 한 눈에 드러나듯 던지는 공의 60% 이상을 빠른 직구로 구사한 점을 볼 수 있다. 빠른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은 뒤 체인지업이나 브레이킹 볼을 이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 패턴도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 돋보였다.

그런데 한번 이런 가정을 해 보자. 패스트볼에 체인지업을 섞어 힘을 앞세운 피칭을 하는 투수가 만일 변화구를 던질 때의 '쿠세'를 상대에게 읽힌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타자가 패스트볼이 들어올지 변화구가 들어올지 미리 알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면, 과연 힘만으로 밀어붙여서 제압하는 일이 가능할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일본 전력분석팀이 가장 유능함을 인정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바로 투수의 투구폼을 분석해서 던지는 구종을 파악하는 일이다. 키킹 때 다리를 들어올리는 정도, 팔의 각도, 사소한 버릇, 글러브의 위치 등을 분석해서 약점을 찾아내는 세밀함에 일본에 진출한 수많은 미국 출신 투수들이 무너진 바 있다.

봉중근의 경우 지난 두 차례의 등판에서 이미 던지는 공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분석 결과 드러난 상태다. 다시 말해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커브를 던질 때, 그리고 체인지업을 던질 때 각각 팔의 각도와 공을 놓는 지점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미 일본 대표팀은 여기에 대한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이고, 따라서 지난 등판에서 효과를 본 힘을 앞세운 피칭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같은 투수를 세번씩이나 일본과의 대결에 내세우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봉중근의 출격은 어느정도는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윤석민은 이미 베네수엘라전에서 소모된 상태고, 좌완인 류현진과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최악이다. 게다가 장원삼도 지난 일본전 등판에서 미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대표팀으로서는 봉중근 외에는 달리 선발 투수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 봉중근이 아니면 달리 되는 투수도 없다 " 는 게 현재 대표팀의 입장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쿠마에게 2점 이상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도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 야구라 > 는 한국이 경기 초반부터 정현욱을 비롯한 등판 가능한 투수들을 전부 대기시킨 상태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선발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기미를 보이면 곧바로 다음 투수로 넘어가는 과감한 투수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 선발의 수준을 감안하면 24일의 결승전에서는 먼저 내주는 1점도 얼마든지 결승점이 될 위험이 있다. 벤치의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몸쪽으로 붙여라, 빠른 승부를 피해라

이제 일본 타자들의 취약점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 타자들의 핫/콜드존은 다음과 같다.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

일본 주력 타자들의 대부분이 몸쪽 높은 코스-바깥쪽 낮은 코스에 공통적으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 선발인 이와쿠마가 즐겨 던지는 코스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봉중근이 지난 등판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바로 이런 일본 타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빠른 패스트볼을 몸쪽에 붙인 뒤(무라타에게는 몸에 맞는 공을 내줄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반대편인 바깥쪽으로 빠지는 투구, 볼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던지는 아웃사이드 공략으로 일본 타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난 두번의 등판에서 투구 코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위가 1-0으로 승리한 첫 대결, 아래가 4-1 승리한 두번째 등판 때의 투구 코스다. 봉중근은 이처럼 스트라이크존을 대각선으로 활용하는 패턴으로 일본 타선을 상대했다. 몸쪽 구석을 찌른 뒤 바로 대각선 반대편을 공략하는 이와 같은 투구 패턴은 일본으로서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전술이다. 한국의 다른 투수진 역시도 대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투구한다면 어느정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몸쪽 높은 코스를 던질 때 중요한 것은, 어설프게 던지는 게 아니라 '맞아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쪽 공은 제구가 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일본 타자들의 특징은 빠른 카운트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승부가 길어질 수록 기록이 나빠진다는 데 있다. 2구 이내 승부 때 .377의 고타율을 기록한 이치로를 비롯해 이와무라(초구 .424-2구 이내 .296), 아오키(2구 이내 .431), 나카지마(2구 이내 .443), 오가사와라(2구 이내 .435), 이나바(2구 이내 .356) 등 대부분의 타자들이 2구 이내의 빠른 승부에서 막강한 타율을 과시한다(지난해 리그 기록). 반면 이들은 대개 2-3 풀카운트나 3구 이후의 상황에서는 시즌 타율보다 훨씬 떨어지는 기록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대표팀 투수들 역시 일본 타자들의 이런 타격 성향을 감안해 최대한 볼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면서 어렵게 승부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투구수가 다소 많아지더라도 결승전인 만큼 언제든지 다음 투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최대한 긴 승부를 가져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봉중근이 지난 두 차례의 등판에서 스트라이크 비율이 55%에 불과할 정도로 일본 타자들을 어렵게 상대했던 것도 바로 이런 데이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4일 경기에서도 투구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이기는 것은 '힘'이다

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지금까지 이 글에서 나열한 온갖 데이터는 특별한 비책이나 기밀사항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양 팀 전력분석원들이 이미 분석해서 양 팀 코칭스태프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들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에 임한다. 일반 팬이나 기자가 알고 있는 수준의 정보라면,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벤치에 앉은 후보조차도 그 정도는 이미 줄줄 꿰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수를 저지르고, 상대에게 당하고, 끝내 경기에 패하기까지 한다. 대체 왜?

그건 실제 그라운드에서는 데이터나 공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 야구라 > 는 봉중근의 쿠세(이미 전력분석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에 대해 거론하며 세번씩이나 일본전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알고 있다고 해서 경기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야구에서는 '알면서도 당하는' 상황이 수도 없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데이터 야구를 깨부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데이터로도 어쩔 수 없을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는 것일 수 있다.

세번째 등판하는 봉중근에게 위험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구위는 상대가 미리 알더라도 쉽게 쳐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세상에는 한가운데로만 던져도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들이 있는 법인데, 지금의 봉중근이 바로 그런 상태다. 게다가 일본 타자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몸쪽과 바깥쪽을 이용한 대각선 피칭, 볼을 최대한 많이 던지며 승부를 길게 끌고가는 패턴을 구사한다는 점도 봉중근의 장점이다. 이런 것들은 일본 타자들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무기인 것이다. 그래서 < 야구라 > 는 봉중근이 일본의 분석을 힘으로 압도해서 무력화시킬 것을 기대한다. 아마도 대표팀이 그를 믿고 세번째로 내보내는 의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이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타자들을 공략할 때, 이와쿠마가 다채로운 구종과 기교로 승부를 걸어올 때 한국이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힘'을 보여주는 것. 다시 말해 몸쪽으로 파고드는 무서운 공을 쳐내는 힘, 몸에 맞을 것처럼 보이는 공에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와 기백이다. 사실 야구 인프라나 리그 전체의 수준을 놓고 볼 때 한국과 일본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야구 한-일전이 대부분 한국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한국이 보여준 강한 '힘'에 있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투지와 승부 근성에서 나온 막강한 힘이 일본의 모든 데이터와 기술을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24일 벌어지는 한-일 결승전에서 한국이 그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잘 싸웠다.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Posted by Yagoora (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