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독도 도발 규탄한 일본인과의 인터뷰

도깨비-1 2008. 7. 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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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양심세력이 있다. 일본의 잘못된 제국주의 역사를 반성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역사 왜곡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본 내 양심세력은 그렇게 한국과 연대해왔다.

그런데 희한하다. 독도 문제만 나오면 잠잠하다. 일본 내 양심세력과 시민단체가 적어도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

일본 시민단체들와 연대 사업을 벌이는 국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하는 소식도 같다. “역사왜곡이나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에 대해선 앞장 서 소신 발언을 하는 단체가 많지만 ‘천황’과 ‘영토’ 문제만큼은 마치 불문율처럼 입을 닫는다”고 한다.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한 단체를 찾아냈다. 2005년 3월 16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자 이에 반대하고 나선 단체다. ‘아시아공동행동일본연락회의(AWC·Asian Wide Campaign)’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대(자위대)를 캄보디아로 파병한 1992년 이에 항의하며 만들어진 국제 평화 네트워크 단체다.

AWC가 당시 발표한 성명은 매우 직설적이었고 강경했다.

“우리는 이 민족배타주의적 폭거를 노여움에 불타면서 규탄한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절대로 ‘일본 고유의 영토’가 아니다. 에도 막부(1600~1867) 때부터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1905년 일본이 제국주의적 방법으로 독도를 약탈한 것이다. 우리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AWC의 사코다 히데후미 사무차장과 15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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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새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데 대해 한국 국민이 격앙돼 있습니다. 일본 내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본 국내도 마찬가지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일본 사회는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대부분의 일본 사람은 독도라는 섬이 있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을 계기로 독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사람의 99% 이상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사민당, 그리고 공산당까지 '다케시마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각 정당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세요.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도 예외가 아닙니다.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대해 항의 성명을 낸 일본인 단체는 제가 알기에는 2개 단체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들과 ‘일한민중연대 전국네트워크’ 단 두 곳이었습니다.”

-일본 내 양심세력이 구 일본 제국주의 침탈 역사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제국주의 침탈 결과물인 독도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는 건가요.

“독도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고,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아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양심 세력도 '다케시마'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어도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민족주의는 바로 극우를 의미합니다. 일본 양심세력은 민족주의를 싫어하고, 그래서 영토 문제 등 민족주의에 관련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시민들은 혹시 독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하는 북방 4개 섬과 같은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아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일간 독도 분쟁이 반복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투쟁을 전개해야 겠지만 동시에 일본 민중이 독도 역사를 알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 사람에게는 독도 문제는 역사 인식 문제입니다.”

-일본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닙니다. 메이지 정부는 독도가 한국(조선) 땅 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주: 1876년 일본 도근현은 울릉도와 독도를 자기 현 지도와 지적조사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 당시 내무성에 질의하였고, 이에 대해 내무성은 ‘이 문제는 이미 원록 12년(1699년)에 끝난 것으로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영토이므로 일본은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일본지도와 지적조사 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독도는 한국 민중의 땅입니다. 민족 배타주의에 반대하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침략 전쟁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와 후쿠다 보수 정권을 반대합니다.”

▲사진  위 = 일본 사이고항에 내걸렸던 광고판. ‘돌아오라, 다케시마’라고 적혀있다. ⓒ오마이뉴스
▲사진 아래 = AWC의 사코다 히데후미 사무차장 ⓒ시민사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