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PD수첩'이 수용해야 할 광우병 오역 3가지

도깨비-1 2008. 7. 7. 12:29
오역(?)소동
등록일 : 2008-07-07 09:20:34

1997년엔가 치매에 관한 책(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 동아일보 출판국, 1996)을 출간하고 나서 KBS에서 목요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관하여 심층취재하는데 도와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편적으로 보도되던 치매에 관한 문제를 의학, 사회적 관점에서 폭넓게 다루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지방에서 근무하던 때라서 비교적 시간도 여유가 있을 때라서 동의하였습니다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사고, 국내 요양시설 실태, 환자섭외, 치매관련 전문가들, 외국전문가 방문, 외국 요양시설 섭외 등, 국내 취재여행에도 동참하였지만, 미국에서는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전문요양시설, 치료전문가, 연구시설 등을 방문하기 위하여 1월의 엄동에 미시간,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4개주의 6개 도시를 누비고 다녔답니다.


제작팀은 기자 한분, 촬영기자 한분과 촬영보조 한분 그리고 눈초였습니다. 단출한 팀이다 보니 별별 일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취재 사이사이 기자분에게 치매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도 해야 했고, 미국 취재기간에는 낮시간에 촬영한 인터뷰내용을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번역하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취재 중간에 긴장을 풀기 위해서 대서양까지 나가는 길에는 운전까지~~~


취재를 마치고서 편집을 할 적에 일입니다. 미국에서 인터뷰를 해온 분량 가운데 번역이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의역을 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담당 기자는 애매한 부분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자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으면 시청자의 신뢰가 깨진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결국 그 장면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MBC의 의 오역소동에 대한 공방이 한참입니다. 방영된 직후에 디씨인사이드에서 프로그램의 오류가 지적되었지만(http://blog.joins.com/yang412/9575788),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미국질병관리센터에서 문제가 된 버지니아주의 아레사 빈슨양의 사인이 vCJD가 아니었다고 최종확인하면서(http://blog.joins.com/yang412/9697575), 문제를 지적했던 언론사와 MBC간의 공방이 일었습니다. MBC쪽에서는 처음에는 아레사 빈슨양의 어머니가 CJD와 vCJD를 혼동해서 언급하였다고 하였고, 번역자의 오역이 원인이 되었다고 가볍게 해명하고 지나갔습니다만(
http://blog.joins.com/yang412/9697583), 꼭 광우병이라고 할 수는 없는 도축장의 동물관리에 있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미국내 시민단체의 동영상 가운데 다우너를 마치 광우병소인 것처럼 언급하면서 아레사 빈슨양의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미국 내에 광우병으로 인한 vCJD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708714).


눈초가 최근에 살펴본 4월 29일 방영분에서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인 듯 합니다. 첫 번째가 프리온단백의 유전자 코돈 129번의 형질이 MM형이 94%로 영국인의 37%, 미국인의 50%에 비하여 높기 때문에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영국인의 3배, 미국인의 2배에 달한다는 지적입니다. 하나의 유전인자에 의한 질병의 발현율을 이런 식으로 단순비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것이 유전학계의 입장인 듯합니다. 다른 유전인자의 작용과 환경적인 요인이 같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PD수첩은 프리온분야 이외의 유전학전공 학자의 자문을 구하였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째 다우너에 대한 부분입니다. 광우병에서 기립불능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만, 소에서 기립불능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40여 가지나 된다고 들었습니다. 젖소의 경우는 나이가 들면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떨어져 기립불능증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함에도 광우병소인듯 언급하면서 다음에 지적하는 아레사 빈슨양의 동영상으로 연결한 것은 생방송 중의 실수였다는 관계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아레사 빈슨양의 경우는 번역 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과학적 혹은 의학적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다루어지는 사례가 특히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방송 등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게 되는 경우 그 방송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제작진에서 동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단순 실수, 번역자의 오역이 있었다, 제작진의 추정에 의존한 편집이었다는 해명이 나오면서 번역에 참여한 정지민씨가 반박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정지민씨는 광우병 위험이 적다고 방송할 줄 알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http://blog.joins.com/yang412/9758027), 더 나아가서 아레사 빈슨양의 동영상은 이 의도록으로 오역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768769).

눈초가 보기에도 앞서 지적한 세 가지 사항은 분명 취재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보기에는 에서도 이런 점을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KBS, SBS, MBC의 시사프로그램의 작가 122명이 의 방영분에 문제가 없다는 지지성명을 끌어내는 등의 행보(http://blog.joins.com/yang412/9770843)는 그리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시사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 현장에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살려달라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777483). 거꾸로 정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한 쪽에다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는 소문도 있다는데 의 행보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동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을 조사해달라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만, 명백하게 밝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검찰에서는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만,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방송에 대한 정치탄압이라 주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780726). 국민들은 진실을 알기를 원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협상과정도 알고 싶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진실도 알고 싶고, 의 제작의도도 알고 싶습니다.